마취제를 이용해 강도질을 하고 건설 현장소장을 사칭해 수년간 상습적으로 사기 행각을 벌여온 50대가 경찰의 탐문수사에 덜미를 잡혔다.
사건 해결의 단초는 이 남성이 사건 현장에 남긴 담배꽁초에서 시작됐다.
지난달 9일 이모(66·여)씨가 홀로 점포를 지키던 부산 사상구의 한 가구점에 김모(51·무직)씨가 들어왔다.
김씨는 다짜고짜 "좋은 손수건 하나 사라"고 권유한 뒤 이씨가 거절하자 이씨의 얼굴 앞에 손수건을 살랑살랑 흔들었다.
손수건에 묻어 있던 이름 모를 마취제에 가게 주인 이씨의 정신이 혼미해지자 김씨는 가게에 있던 음료수를 꺼내 마시고 담배까지 핀 뒤 이씨 지갑에서 현금 9만원을 빼내 오토바이를 타고 유유히 달아났다.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김씨가 버린 담배꽁초와 음료수 캔을 수거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감정을 의뢰했다.
경찰은 이달 초 감정 결과를 받아보고 깜짝 놀랐다.
담배꽁초에서 나온 김씨의 DNA 정보가 2008년부터 최근까지 부산·경남 일대에서 발생한 사기·절도 사건 현장 16곳에서 채취된 용의자 DNA 정보와 일치했기 때문이다.
경찰은 해당 사건 피해자를 수소문하면서 또 한번 놀랐다.
김씨가 부산·경남 일원의 카센터, 안경점, 금은방 등에서 무려 26차례에 걸쳐 650만원을 떼먹었는데도 용의자 신원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안전모와 작업복을 착용한 채 건설 현장소장 행세를 한 김씨는 물건을 많이 구매할 것처럼 속인 뒤 급히 돈이 필요하다며 피해자들로부터 많게는 50만원까지 빌린 뒤 오토바이를 타고 줄행랑을 치곤 한 것으로 조사 결과 나타났다.
피해 업주들은 김씨의 복장과 언행에 감쪽같이 속아 돈을 주고 기다렸지만 김씨는 '함흥차사'였다.
경찰은 김씨의 모습이 찍힌 차량 블랙박스를 확보, 수배전단 2천장을 만들어 배포하고 피해 점포 주변을 샅샅이 수소문한 끝에 16일 오후 부산진구 전포동 자택에서 김씨를 붙잡았다.
김씨는 무면허 등으로 실형까지 받은 전과 39범이었지만 죄질이 주로 가벼워 DNA 채취등록대상이 아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부산 사상경찰서는 18일 강도와 사기, 절도 혐의로 김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은 김씨가 마취제로 사용한 약품 성분을 분석하는 한편 여죄를 수사하고 있다.
(부산=연합뉴스)
담배꽁초에 묻은 DNA로 50대 마취강도범 검거
건설 현장소장 사칭한 20여차례 사기행각도 들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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