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시대 북한의 경제개발 시스템이 서서히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북한은 최근 위상이 한층 강화된 경제개발기구를 출범시켜 눈길을 끌었고, 이 기구는 외자 유치와 시장경제 요소 도입을 중심으로 한 김정은 정권의 경제개발 전략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핵 개발로 인한 국제사회의 제재가 엄존하고 남북관계가 경색된 상황에서 이런 경제개발 노력이 실제 얼마나 성과를 거둘지 주목된다.
◇ 경제개발기구 위상 강화 조선중앙방송은 17일 국가경제개발총국을 국가경제개발위원회로 승격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정령을 공개했다.
정령은 국가경제개발총국의 격을 국가경제개발위원회로 높이고 내각과 해당 기관들이 이를 집행하기 위한 실무 대책을 세울 것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국가경제개발총국은 2011년 10개년 국가경제개발계획을 수행하기 위해 설치된 기구이지만 국가경제개발위원회는 경제개발계획 수행 기능을 넘어 김정은 시대 북한 경제개발의 핵심 기구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연구교수는 "10개년 경제개발계획이 유명무실해졌다는 설도 있는 만큼 국가경제개발위원회는 김정은 정권의 경제개발 전략을 추진하는 기구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국가 기구인 국가경제개발위원회는 민간 기구인 조선경제개발협회와 긴밀한 공조 체제를 구축할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은 최근 경제특구 개발을 촉진하기 위해 조선경제개발협회를 설립, 경제특구에 대한 외국인의 투자를 유치하고 토론회, 정보 교류, 자문 등의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국가경제개발위원회는 내각 산하 기구로 보이는 만큼 박봉주 내각 총리의 직접적인 지휘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
박 총리는 북한 경제개혁의 상징적 인물로, 시장경제 요소를 도입한 2002년 '7·1경제관리 개선조치'를 주도했다.
이후 권력 핵심부에서 밀려났지만 김정은 시대 들어 화려하게 복귀했으며 김 제1위원장의 두터운 신임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 외자 유치 시동 걸고 시장경제 요소 확산 김정은 시대 북한의 경제개발 전략은 경제특구와 관광산업을 중심으로 한 외자 유치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국내 자본이 빈약한 북한은 빠른 경제성장을 위해 외자 유치가 불가피하다.
북한의 경제특구 개발 전략은 지난 5월 말 제정된 경제개발구법을 통해 윤곽을 드러냈다.
이 법은 북한에서 농업, 관광, 첨단기술 등 지역별 특성에 맞는 경제특구들이 속속 등장할 것을 예고했다.
중국 신화통신은 17일 조선경제개발협회 관계자를 인용해 북한이 도(道)마다 경제개발구를 설치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북한은 도별로 특화된 경제특구를 통해 지역 균형발전을 추구하는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시대 들어 북한의 핵심 산업으로 떠오른 관광산업도 외자 유치에 성패가 달려 있다.
북한이 지난 8월 평양에서 외국 여행사들을 초청해 관광산업 투자설명회를 연 것도 이 때문이다.
김정은 정권이 추구하는 관광산업 발전 전략의 중심에는 원산 관광지구가 놓여 있다.
북한이 마식령 스키장 건설을 국가적 사업으로 추진하고 남측에 금강산관광 재개를 위한 회담을 요구하는 것도 원산 관광지구 개발과 맞물려 있다.
시장경제 요소를 도입하는 데도 속도를 내고 있다.
북한은 최근 최대 국부(國富)인 광물 자원을 담당하는 대규모 기업소들도 독립채산제로 전환해 자율성을 높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들 기업소는 수출입뿐 아니라 외자 유치 권한도 갖게 된 것으로 알려져 주목됐다.
북한이 기업소의 임금 결정에 대한 통제를 완화해 기업소가 인센티브 제도를 도입할 수 있게 하고 협동농장 잉여 생산물을 농민이 자율적으로 처분할 수 있도록 한 것도 시장경제 지향적인 조치로 풀이된다.
지난 5월에는 북한 당국자들이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 인터뷰에서 금융 분야를 포함한 경제 전반의 개혁 조치가 시범 단계를 거쳐 전국적으로 시행될 것이라고 예고하기도 했다.
◇ 국제사회 제재 속에 실효 거둘까 김정은 시대 북한이 경제개발 시스템을 구체화하고 있지만 성공 가능성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도 만만치 않다.
우선 북한의 외자 유치 노력은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존재하는 한 근본적인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북한이 지난 6월 이후 남북 대화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도 남북관계 개선을 출발점으로 삼아 제재를 완화하거나 해제하기 위한 노력이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남북관계가 경색 국면에 처하고 제재가 엄존하는 상황에서 북한은 당분간 중국 자본을 유치하는 데 힘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이 점에서 중국 단둥과 신의주를 잇는 신압록강대교 건설 사업이 속도를 내고 있어 주목된다.
신압록강대교가 들어서면 북·중 경협이 한층 가속화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북한 경제의 대중(對中) 종속이 심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북한은 최근 나진항과 러시아 극동 도시 하산을 잇는 철도를 재개통해 러시아와의 경제협력을 강화하는 움직임도 보였다.
시장경제 요소를 부분적으로 도입하는 조치가 북한 경제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박형중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센터 소장은 "김정은 정권 들어 새로운 경제적 시도들이 눈에 띄지만 성공할 여건이 마련됐는지는 의문"이라며 "핵 문제가 남아있고 북한의 내부 경제환경이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는다면 과거 수차례 선보인 경제개혁 시도들처럼 유명무실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北 '김정은식 경제개발 시스템' 속속 구축…성과는
국가경제개발위 출범…외자유치·시장경제 요소 도입 노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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