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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美 '셧다운' 파티가 끝난 뒤…

[취재파일] 美 '셧다운' 파티가 끝난 뒤…
파티는 끝났다. '뎃실링', '셧다운' 파티다. 찬성 285 반대 144.

공화당이 장악한 하원은 결국 국가부채 한도를 높이고 연방정부 폐쇄를 끝내는 법안 앞에서 고개를 떨구고 말았다. 연방정부가 폐쇄에 들어간 지 16일만이다. 그리고 미국의 국가 부채가 상한에 부딪쳐 더이상 빚을 내지도 갚지도 못하게 될 거라는 국가부도 예고일 하루 전이다. 아니 1시간 남짓 전이다. 미 의회의 양대 축인 하원, 그 가운데 공화당 의원들은 결국 거수기로 전락하고 말았다. 상원에서 마련해 넘겨준 법안에 찬반표를 던짐으로써 할 일을 했을 뿐이다.
이성훈 취파_500

하원에도 기회는 있었다. 상원의 리드와 맥코널, 민주, 공화 양당 원내대표가 막후에서 사실상 협상을 끝내고도 하원을 기다렸다. 공화당의 베이너 하원의장의 체면을 생각해 마지막 기회를 준 것이다. 그러나, 베이너는 해내지 못했다. 공화당 지도부가 '공정하다'고 큰소리친 법안 하나는 백악관의 퇴짜를 맞았다. 그 대안으로 내놓은 다른 법안을 놓고는 보수 외곽 단체가 내년 중간선거 때 보자며 으르렁댔다. 하원 다수당 대표라는 직책이 무색하게, 베이너 하원의장은 결국 스스로 법안을 통과시킬 '표'를 확보하지 못한 채, 상원에, 민주당에, 백악관에 백기투항하고 말았다.

이성훈 취파_500
문제는 첫 단추부터 잘못 꿰어진 데 있었다. 그들이 오바마케어(Obamacare)라고 부르는 오바마 대통령의 건강보험 개혁에 뒤늦게 딴지를 건 것이다. 2010년 민주당이 하원 다수당일 때 의회를 통과해 곧 시행을 앞둔 법이었다. 3년이 지나 이제 공화당이 하원의 다수당이니 돈을 못 주겠다, 시행을 미루라는 논리였다. 법을 고치면 될 텐데 상원을 민주당이 장악하고 있느니 그럴 형편도 못 된다. 연방 정부가 폐쇄되면 행정부가 지탄을 받고 오바마 대통령이 백기투항하리라는 계산이었다.

그러나, '셧다운' 파티, '뎃실링' 파티를 주도한 공화당내 극우 세력 - 티파티 - 의 계산은 틀렸다. 오바마 대통령은 단호하게 맞섰다. 의회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는 대가로 뭔가를 내놓으라는 건 몸값(ransom) 뜯어내기에 다름 아니라는 것이다. (북한 핵문제를 대하는 논리와 같다) 정부 폐쇄가 하루를 더할수록 공화당의 지지율은 곤두박질쳤다. 전통 보수 세력도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

당은 사분오열됐다. 공화당 내 중도파는 일찌감치 티파티 세력과는 선을 그었다. 사실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을 필두로 한 티파티 세력은 당내당 - 당 안의 당이었다. 양당제의 한 구석에 숨어 있는 극우당인 셈이다. 크루즈는 이번 '예산 전쟁'의 초장에 기록적인 필리버스터 - 사실 임의적인 사이비 필리버스터다 - 로 대중의 시선을 끄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종장은 비참했다. 보수 세력의 차세대 주자가 아니라 정치 실종의 주역으로 떠올랐다. 지역구인 텍사스의 한 신문은 허치슨 같은 예전의 상원의원이었다면 좀 더 포용력을 보였을 거라며 한탄했다.
이성훈 취파_500

미국 국내 정치에 발목 잡힌 국제 사회와 경제계의 시선도 날카로워졌다. IMF와 세계은행 연차총회, 그리고 G20 재무장관 중앙은행 총재 회의 참석차 워싱턴에 모여든 각국의 고위 인사들도 국가부채 한도 문제를 조속히 해결하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오죽하면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이 국가부채 한도를 협상 수단으로 쓰는 건 '정치적 대량살상무기 (political WMD)'라고 했을까...

국가 재정은 건전해야 한다. 막대한 국채를 외국에 팔아 거둬들인 현금을 파티를 벌이느라 흥청망청 쓰는 건 어리석은 짓이다. 이번 사태는 이른바 전지구적 불균형(global imbalance)의 한 축인 미국의 과다한 국채가 세계 경제의 잠재적인 시한폭탄이 될 수 있음을 일깨워 줬다.

그러나, 전국민 의료보험을 하겠다는 ‘오바마케어’에 들어가는 돈만 문제일까? 조지 부시 대통령 때 안 해도 될 전쟁을 치르느라 막대한 재정을 쏟아 부었고, 자신은 오히려 재정 적자를 대폭 줄였다는 게 오바마 대통령의 항변이다.

슈퍼파워 미국에서 의료보험 정도 가지고 극한 정쟁을 벌이고 있으니 사실 좀 한심하다는 생각도 든다. 그들의 세계관, 철학이 그러니 어쩌랴.

다만, 한바탕 파티를 지켜보며 부러웠던 건 역시 정치 문화다. 백악관-의회, 상-하원, 보수-진보 할 것 없이 싸움의 주된 무기는 말과 논리, 명분이다. 국민의 마음을 얻는 쪽이 결국 이기는 것이다. 극한 대치라지만 우격다짐은 없었다.

파티는 끝났다. 하지만 아주 끝난 건 아니다. 합의안은 문제를 3~4개월 미뤄 놓은 임시방편, 미봉책이다. 앞으로 할 일이 더 많다. 연말 크리스마스 파티가 끝나면 내년 초 또 한바탕 파티를 치러야 할 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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