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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벗해 드릴게요"…외로운 노인 등친 40대

"말벗해 드릴게요"…외로운 노인 등친 40대
"할머니 다리가 불편하신가 봐요. 혼자 사세요? 호적에 자녀 있어도 지원금 받을 수 있는데 못 받으셨구나. 제가 도와드릴까요?" 지난달 20일 밤 광주 광산구의 한 공원에서 운동을 하던 A(73) 할머니에게 최모(49·여)씨가 말을 건넸다.

자신을 인근 복지시설에 과장으로 근무할 예정이라고 소개하며 살갑게 다가온 최씨에게 평소 말벗이 없던 A 할머니는 금세 마음의 문을 열었다.

최씨는 기초생활 수급비와 장애인 수급비를 매달 50만원씩 받을 수 있게 도와주겠다며 일단 통장에 돈이 있으면 안되니 함께 집에 가 통장을 찾아 돈을 빼놓자고 설득했다.

A 할머니는 곧장 최씨를 자신의 집에 데려가 통장을 찾아 보여줬지만 최씨는 "방에서 볼펜 좀 찾아 달라"며 할머니의 주의를 끈 뒤 잠시 후 사라졌다.

A 할머니가 은행에 확인했을 때는 이미 통장에서 현금 200만원이 인출돼 있었다.

지난달 26일 오후 광주 서구의 한 경로당에서 놀던 B(77) 할머니는 "이모 오랜만이야.

나 모르겠어?"라고 아는 체를 하며 접근한 최씨가 도통 기억이 나질 않았지만 반가우니 술을 한 잔 사겠다는 최씨의 말에 오랜 지인인가 싶어 따라나섰다.

B 할머니 목에는 자녀에게서 선물 받은 두툼한 금 목걸이가 걸려 있었다.

식당에서 술을 마시며 B 할머니와 이야기를 주고받던 최씨는 이내 "그 목걸이는 누가 해준 것이냐? 순금이 맞느냐?"라며 자연스럽게 목걸이 이야기를 꺼냈다.

B 할머니가 순금은 아니지만 18k라고 하자 최씨는 "그런 걸 하고 다니면 되겠느냐"면서 자신이 순금으로 바꿔다 주겠다며 목걸이를 빼 보라고 재촉했다.

최씨는 이날 B씨의 목걸이를 돌려주지 않고 줄행랑을 쳤지만 다리가 불편한 데다 술까지 마신 B 할머니는 최씨의 뒤를 쫓을 수 없었다.

최씨는 광주 광산구 우산·송정동, 서구 동천·쌍촌동 등지의 노인당이나 공원 등을 배회하며 홀로 다니는 노인들을 표적 삼아 지난 6월부터 최근까지 10명에게서 700만원 상당의 금품을 훔쳐 절도 혐의로 구속됐다.

피해자들은 대부분 혼자 살거나 시골에서 올라와 자녀의 집에 살며 지인이 거의 없는 할머니들이었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할머니들 대부분이 기억력이 좋지 않아 통장 뒷면에 비밀번호를 써놓아 피해가 더 커졌다"며 비밀번호 관리에 대한 주의를 당부했다.

이 관계자는 "어떻게 그렇게 쉽게 속느냐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할머니들은 오랜만에 자신에게 관심을 갖고 말을 걸어준 사람이라 더 믿고 싶어했다"며 안타까워했다.

(광주=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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