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에 사는 권모(32)씨는 첫 아이 출생 3개월을 앞둔 지난 6월 아내와 함께 지역에서 열린 대규모 '출생·육아 박람회(베이비 페어)'를 찾았다.
각종 육아용품을 꼼꼼히 챙기던 권씨는 만삭부터 출생 후 50일과 100일, 돌까지 아이의 성장 모습을 사진으로 담으면 가족에게 좋은 추억이 되겠다 싶어 심사숙고 끝에 김모(55)씨의 아이 사진촬영 전문 업체와 계약했다.
촬영 대금 70만원을 두 번에 걸쳐 카드로 결제한 권씨는 스튜디오에서 아내 만삭 사진까지 무사히 찍었으나, 그게 마지막이었다.
아이 50일 사진 촬영 날짜를 정하고자 업체에 계속 연락을 취했다는 권씨는 14일 "이번 달 초부터 사무실과 대표 휴대전화가 불통이었다"며 "업체 홈페이지에 비슷한 질문 글이 올라오는 걸 보고서 이상한 낌새가 있었다"고 말했다.
4개월 된 아이를 둔 이모(30·여)씨는 소문을 듣고 이 업체를 직접 방문했다가 낭패를 봤다.
아이 사진 전문 업체로 잘 알려졌을 뿐더러 '촬영비용도 비교적 저렴하다'는 산모들의 귀띔에 업체를 찾았다고 이씨는 전했다.
이씨는 "다른 곳의 절반 가격을 제시해 지나치게 싸다 싶으면서도 계약한 게 실수"라며 "아이 사진을 받지 못했다는 마음에 부모로서 체감 피해가 크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일부 부모는 업체 대표 김씨를 사기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이날까지 70여명이 김씨에 대한 고소장을 낸 것으로 파악됐다.
육아 관련 인터넷 카페를 중심으로 고소장 접수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어 피해 규모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김씨 업체는 육아 박람회에 자주 참여해 유아를 둔 부모 사이에 인지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일부 부모는 박람회 주최 측에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의견을 내비치고 있다.
그러나 주최 측도 당혹스럽다는 반응이다.
업체가 지난해부터 육아 박람회에 꾸준히 참여했을 뿐만 아니라 지역에서 5∼6년간 영업해 자리를 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주최 측 관계자는 "지역산업 육성 차 검증할 만한 실적이 있고 이름이 잘 알려진 업체를 박람회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한 것"이라며 "우리도 이 업체로부터 박람회 입점비 700여만원을 받지 못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주최 측 역시 업체 대표를 사기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주최 측 관계자는 "박람회를 통해 계약한 이들에게 위로금을 지급하고자 피해 상황을 접수하고 있다"며 "피해 부모의 정신적 아픔을 덜어 드리긴 어렵겠으나 금전적인 부분이라도 지원하고자 내린 결정"이라고 덧붙였다.
해당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은 지난주 김씨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를 하고 은행 계좌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했다.
경찰 관계자는 "업체 대표 김씨에게 채무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된다"며 "범죄 사실 조사를 통해 (김씨) 신병 처리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대전=연합뉴스)
"아기 추억 어쩌나"…'성장앨범 계약' 부모 분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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