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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시즌 3승 장하나, "아직 우승이 더 고파요"

드라이버와 퍼터 바꾸고 2주연속 우승

[취재파일] 시즌 3승 장하나, "아직 우승이 더 고파요"
"저는 '여자 타이거 우즈'로 불리면 좋겠어요. 카리스마 장난 아니고 호랑이처럼 포효하는 모습도 멋지잖아요."

지난 5월 말 두산 매치플레이에서 시즌  첫 우승을 차지하고 난 뒤 장하나선수가 SBS와 인터뷰에서 한 말입니다.

당시 장하나는 대상 포인트와 상금, 평균타수, 장타, 톱텐 피니쉬율 등 5개 부문에서 선두를 독주하며 여자골프의 대세로 떠올랐습니다. 드라이버 샷 평균거리  270야드에 이르는 호쾌한 장타에 화끈한 세리머니, 또 방송에 적합한 거침 없는 말솜씨까지…스타로서의 요건을 두루 갖추었었죠.

장하나는 기자에게 또 이렇게 호언장담했습니다.

"올시즌 3승은 자신있게 말씀드리고 싶어요. 상금왕 되려면 3승 정도는 해야죠."

그 자신감이 좋았습니다. 가능성도 충분히 있어 보였습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이후 몇개월째 장하나의 우승 소식은 들려오지 않았습니다.

한 프로암대회에서 아마추어 동반자가 친 공에 왼쪽 손 등을 맞아 손가락 신경을 다친 이후 성적은 더 고꾸라졌습니다. 그 사이 신인 김효주에게 대상 포인트와 평균타수, 톱텐피니쉬 부문 선두 자리를 빼앗겼고 3승을 올린 김세영에게는 상금 선두 자리를 나줬습니다. 2주 전 KDB대우증권 클래식에서는 간신히 컷을 통과한 뒤 꼴찌로 대회를 마감하는 수모까지 당하며 벼랑 끝까지 몰렸습니다. 3승은 너무 멀어보였습니다. 화끈한 세리머니도 사라지고 짜증이 묻어나는 시무룩한  표정만 화면에 비쳐졌습니다

그런데 그 불과 2주 사이에 장하나에게 거짓말 같은 일이 일어났습니다. 지난 주 러시앤캐시 대회에서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차지하더니 어제(13일) 블루헤런 골프장에서 막을 내린 메이저대회 하이트진로 챔피언십에서도 서희경을 6타 차로 따돌리고 2주 연속 우승을 차지해 시즌 3승을 달성한 것입니다.

특히 하이트진로 챔피언십 최종라운드에서는 3번 홀 샷 이글부터 10번 홀 버디까지 8개 홀에서 8타를 줄이며 완벽하게 부활한 모습을 선보였습니다. 동반자보다 30~40야드 멀리 치는 호방한 드라이버샷과 버디 퍼트를 홀에 떨구고 주먹을 불끈 쥐는 화끈한 세리머니도 다시 살아났습니다.

도대체 장하나에게 무슨 변화가 있었던 것일까요?

비결은 드라이버와 퍼터의 교체에 있었습니다. 장하나는 대우증권대회에서 꼴찌를 한 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드라이버를 후원사의 신제품으로 바꿔보았는데 이것이 효과 만점이었습니다. 샷의 거리도 늘고 방향성도 좋아졌다고 합니다. 퍼터 역시 기존에 쓰던 '일자 퍼터'에서 '반달형 퍼터로' 바꾸고 나서 3~5미터 거리의 퍼트 성공률이 많이 높아졌다네요. 결국 드라이버와 퍼터를 바꾸고 완전히 자신감을 찾은 겁니다.

KLPGA투어 장타부문 1위를 달리는 장하나는 그동안 파 4 홀에서 샷이글을 한 것만도 20번이 넘고 지난 겨울 베트남 전지훈련 때는 파 5홀에서 두번째 샷을 홀에 넣는 알바트로스도 경험했다고 합니다.

“집에 샷이글한 볼이 스무 개도 넘어요.이번에 이글한 공도 가져 가려고 했는데 캐디 오빠가 갤러리에게 던져버렸어요. 하하….”

장하나는 이번 대회 우승으로 두 가지 한을 풀었습니다. 먼저, 지난해 이 대회 마지막 날 18번홀에서 3퍼트를 범해 1타 차로 아깝게 연장전 진출에 실패하면서 '새가슴' 소리를 들어야 했던 한을 풀었고, 4년 전 서희경에게 당한 역전패의 악몽도 털어냈습니다. 장하나는 지난 2009년 아마추어 자격으로 출전한 ‘KB국민은행 스타투어 그랜드파이널’에서 사흘 연속 단독 선두를 달리다 마지막 날 서희경에게 1타 차로 역전패를 당했었는데, 이번에는 반대로 사흘 연속 선두를 달리던 서희경에게 역전승을 거둬 통쾌하게 설욕한 것입니다.

장하나는 공을 맞았던 왼 손 네 번째 손가락이 아직 제대로 펴지지 않으면서도 우승 행진을 여기서 멈출 수 없다고 말합니다.

"3승으로는 상금왕이 안되니까  최소 1승은 더해야겠어요."

장하나는 올시즌 3승을 하고도 상금랭킹에서 김세영에 뒤져 2위에 머물러 있습니다. 총상금이 6억 2천520만원으로 1위 김세영(6억4천315만원)과 불과 1천 800여만 원 차이입니다. 그만큼 상금왕 경쟁은 치열합니다. 장하나는 대상포인트에서는 70점을 추가해 354점으로 김효주(315점)를 제치고 선두자리를 되찾았습니다. 평균타수는 71.42로  1위 김효주(71.16)를 턱밑까지 추격해 각 부문 타이틀 경쟁에 불을 붙였습니다.

올 시즌 남은 대회는 4개입니다. 장하나는 다음 메이저대회인 KB금융 스타챔피언십(10월 24일~27일, 스카이 72골프장)을 정조준하고 있습니다. 이 대회에서 우승하면 생애 첫 상금왕을 기대해 볼 만합니다. 장하나는 "상금왕을 차지한다면 대상, 평균타수 등의 타이틀은 자연히 따라올 것이라"이라고 자신했습니다.

다음주 인천 스카이 72 골프장에서 열리는  미국 LPGA투어 하나 외환 챔피언십에도 출전하는 장하나는 LPGA 진출에 대해서는 아직 때가 아니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한국 투어도 커졌고, 이곳에서 자리를 잡았으니 미국에 가기보다 한국 투어에 충실하고 싶어요. 아빠가 미국에 가는 것을 원하셔서 고민도 되지만 미국에서는 장거리 이동 생활이 힘들어서 그냥 한국에 있고 싶어요."
   
한국여자골프는 매년 스타 플레이어가 나와 보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박세리 키즈' 신지애와 박인비,최나연이 세계 정상에 섰듯이  '여자 타이거 우즈'를 꿈꾸는 장하나가 세계 무대를 호령할 날도 머지 않아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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