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하순과 이달초 독일 베를린과 영국 런던에서 북환 외교관리들과 접촉한 스티븐 보즈워스 전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12일(현지시간) "윌리엄 페리 전 국방장관이 제시한 '페리 프로세스'(Perry process)에 강력히 동감한다"고 밝혔다.
지난 7월 미국 존스홉킨스대 한미연구소장에 취임한 보즈워스 전 대표는 이날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붕괴될 것이라는 전제로 대북 전략을 짜는 것은 비합리적"이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빌 클린턴 행정부 말기인 1999년 페리 전 장관이 제안한 '페리 프로세스'는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프로그램 폐기의 대가로 대북 경제제재 해제와 북미관계 정상화를 이행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다음은 보즈워스 전대표와의 일문일답.
-- 2009년 대북 특사자격으로 평양을 방문했었는데, 그때와 지금 북한의 태도를 비교해달라.
▲ 4년전에는 북한이 6자회담을 선호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에 접촉해보니 대화재개에 적극적이었고 6자회담 프로세스에 대해 강한 호감을 보였다. 개인적 견해로는 올바른 환경과 조건 하에서 대화를 재개하는 것이 한국과 미국, 다른 역내 국가들의 이해에 부합한다고 본다.
-- 한국과 미국의 입장은 북한이 진정성을 보여주지 않는한 대화하지 않겠다는 입장인데.
▲ 북한이 진정성을 갖고 있는지를 테스트해보는 유일한 방법은 대화테이블에 앉히는 것이다. 한미 양국이 북한과 대화하는 것은 위험성이 크지 않다고 본다. 북한과 대화하는 것 자체를 나쁜 행동에 대한 보상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한다. 북한에 이익을 주려는게 아니라 우리의 자체적 이익에 따라 대화를 하자는 것이다.
-- 한미 양국 내에서는 잘못된 전철을 밟을 것이라는 우려가 큰데.
▲ 대화가 진행되고 있지 않는 현재의 상황은 건강하지 않다. 북한이 자신들의 핵프로그램을 진행하는데 아무런 제약을 느끼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의 상황은 건강하지 않다. 북한을 대화테이블로 되돌려놓고 비핵화와 관련해 일정한 제약감과 의무를 지도록 하는 것이 유익한 첫 걸음이다.
-- 대화재개의 조건을 놓고 양측의 입장차가 크지않은가.
▲ 외교적 해법으로 좁혀질 수 있다. 북한이 비핵화의 진정성을 보여줄 수 있는 조치들을 고려해야 하지만 미국도 구체적으로 어떤 조치들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다고 본다. 머지 않은 시기에 미국이 일정한 조건 하에 북한과 대화를 재개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미국 정부는 매우 현실적이며 현재의 상황이 저절로 나아지지 않을 것이라고 인식하고 있을 것이다. 그 시간표를 제시할 수는 없다.
-- 협상이 재개된다면 그 의제와 형식은.
▲ 앞으로 협상과정이 시작된다면 2005년 9.19 공동성명에 적시된 비핵화와 평화협정, 북미관계 정상화, 경제·에너지 등 4개의 중요한 요소들을 다뤄야 한다. 우라늄 농축 문제는 비핵화 협상의 한 부분이다. 협상의 형식은 중요하지 않다. 6자회담 프로세스는 유연하며 (그 틀 안에서) 양자적, 3자적, 4자적 틀로 얼마든지 북한과 협상할 수 있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비핵화 과정을 거쳐 평화협정과 북미관계 정상화를 논의하려면 한국과 미국이 한편, 북한이 다른 한편의 협상 당사자가 돼야 한다.
-- 중국의 역할에 대해 어떻게 보나.
▲6자회담 과정을 주재하고 북한을 움직이도록 하는 책임있는 역할을 할 것이다. 그러나 중국이 북한 핵문제를 해결해줄 것이라고 기대하는건 어렵다. 중국이 핵무장한 북한보다 더 우려하는 것은 북한의 붕괴이며 북한이 원하지 않는 사안을 강제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중국에 있어 북한의 붕괴는 악몽이다. 중국이 도움을 줄 수 있으나 궁극적으로 핵문제는 한국과 미국, 북한이 해결해야 한다.
-- 지난 20년간의 북핵 협상이 총체적 실패라는 평가도 있는데.
▲그렇지 않다. 1994년 제네바 협약 이후 북한은 8년간 플루토늄을 생산하지 않았다. 효과가 있었다. 북한과의 협상에 있어서는 크게 두가지가 필요하다. 인내와 지혜다. 즉각적이고 단기적인 대응이나 정치적 압박에 이끌려가는 방식은 안된다.
-- 북한의 붕괴 가능성을 거론하며 협상 자체가 소용없다는 지적도 있는데.
▲그런 시각에는 크게 두가지 문제가 있다. 첫째, 북한 붕괴는 관련 당사자들 모두에게 엄청난 위험을 가져다 주는 사안이다. 둘째로 북한은 붕괴하지 않고 있다. 1990년대초부터 두차례 지도부 교체과정을 거쳤지만 체제가 잘 유지되고 있다. 나는 북한 붕괴에 기초해서 전략을 짜는 것이 합리적이지 않다고 생각한다. 나는 윌리엄 페리 전 국방장관의 지혜를 크게 믿는 사람이다.
북한을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보면서 협상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보고 협상해야 한다. 꿈꾸는 듯한 눈이 아니라 냉정한 현실주의 눈을 가지라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페리 프로세스를 강력히 신봉한다.
--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 기조가 효과가 있다고 보나.
▲ 나의 개별적 견해는 중요하다고 보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궁극적으로 협상테이블에 앉아 북한과 협상을 해야한다는 것이다. 북한에 이익을 주려는게 아니라 우리의 이익을 위해서 그런 것이다.
-- 백악관 관리가 핵무기 보유발언을 해 논란을 빚은 바 있는데.
▲미국은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아야 한다.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공식 인정하는 것은 국제비확산 체제나 대북 장기전략과 관련해 많은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내가 아는 한 북한도 그 문제를 조건으로 내걸고 있지 않다.
-- 대북정책의 초점이 비핵화에서 비확산으로 바뀌고 있다는 시각도 있는데.
▲2009년 대북정책 특별대표를 맡은 이후 첫 번째 질문이 그것이었다. 답은 분명하다. 비확산을 가장 확실히 하는 방법은 비핵화를 통한 것이다.
-- 시리아 사태를 계기로 북한 화학무기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는데.
▲1990년대말 주한 미국대사로 활동할 때에도 그같은 우려가 제기됐다. 앞으로 평화협정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다뤄져야 할 사안이다. 일단 화학무기 금지조약(CWC)에 가입하도록 하는 것이 출발점이다.
그러나 궁극적으로는 한국과 미국, 북한이 평화협정을 논의하는 일정한 시점에 가서 한반도 긴장완화 조치의 일환으로 화학무기 폐기문제를 다뤄야 한다고 본다.
(워싱턴=연합뉴스)
스티븐 보즈워스 전 美 대북정책 특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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