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취재가 그랬습니다.
영화관, 저도 참 많이 다니는데 이럴 줄은 몰랐습니다.
영화관 가시면 제일 먼저 눈이 어디에 가시나요? 좌석 번호입니다.
좌석 번호만 보면서 자기 자리 찾으면, 다른 관객에게 폐 끼치지 않기 위해 얼른 자리에 앉느라 바쁩니다.
그리곤 화면에 집중하죠.
여기에 극장은 늘 어두컴컴합니다.
내가 앉는 의자가 어떤 상태인지 살펴보기 쉽지 않습니다.
그저 화려하고 정갈해 보이니까 쾌적하구나 생각합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그런데 이번 취재를 하면서 스크린에서 눈을 떼봤습니다.
그리고 의자에만 집중을 해봤습니다.
안 보이던게 보이더군요.
정말 더러웠습니다.
일단 좌석은 도대체 언제 세탁을 했는지 여기저기 때가 찌들어 거무튀튀하게 변했습니다.
주황색 의자가 아예 회색빛이 감도는 곳도 있었습니다.
팔걸이는 또 어떻고요.
여름철엔 사람들 피부가 계속 직접 닿는 곳이다 보니, 특히 손목 닿는 부분은 꼬질꼬질 아예 까맣게 때가 끼었더군요.
컵 홀더 안은 온갖 음식물 찌꺼기가 잔뜩 붙어 있었습니다.
제가 국내 대형 멀티플렉스 세 곳, C사, M사, L사 상영관 두세 군데씩, 여섯 곳을 돌아다녀봤습니다.
유독 더 드러운 곳은 있었지만, 깨끗한 곳은 없었습니다.
이 꼬질꼬질한 의자엔 도대체 뭐가 있을까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200배 확대되는 현미경 카메라를 들이댔습니다.
와아. 정말 충격적이었습니다.
거칠거칠한 천 조직 틈새에 비듬같은 흰색 이물질이 정말 빈 틈 없이 빼곡히 차 있더군요.

대부분 사람 몸에서 나온 각질과 음식물 찌꺼기, 미세먼지였습니다.
충격 적인건 이 틈새 군데군데에서 진드기 사체와 진드기 알까지 발견이 됐다는 겁니다.
진드기가 있는지 없는지 살펴보는 키트로 검사를 해 보니까 아니나 다를까, 의자 하나에 진드기가 100마리 넘게 사는 것으로 결과가 나오더군요.
가지고 들어간 소형 청소기로 의자를 빨아들여 봤습니다.
의자 딱 하나 빨아들였는데 시멘트 가루 같은 미세 먼지가 아주 잔뜩 빨려 들어오더군요.
너무 많다 싶어서 손으로 툭툭 쳐봤더니 무슨 안개 끼는 것 처럼 먼지가 희뿌옇게 올라오는데, 밀폐된 상영관 안에 금새 먼지가 퍼지더군요.
문제는 이 먼지가 우리가 팝콘을 먹는 동안 입으로 고스란히 다 들어간다는 겁니다.
그래서 우리가 먹는 먼지가 뭔지 역시 현미경으로 분석해 봤습니다.
미세먼지, 각질, 그리고 찢겨 진 진드기 사체, 진드기 배설물..
이런 게 그대로 우리 호흡기와 입으로 들어오고 있던 겁니다.
피부과 의사에게 보여주고 자문을 구해봤습니다.
사람을 하루종일 쫓아다니면서 흘리는 각질을 모아보면 한 움큼이 나온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그 많은 사람이 오가는 극장의자엔 얼마나 많은 각질이 떨어져 있겠습니까.
이 각질이 진드기의 밥입니다.
게다가 진드기 박멸엔 일광욕이 제일 좋은데, 극장은 햇볕 들 일이 없죠.
온도도 진드기가 제일 좋아한다는 22~3도에 맞춰져 있고, 아주 진드기 살기 최적의 장소가 극장인 겁니다.
해결책은 청소를 자주 하는 것 밖에 없습니다.
전문가들은 빛을 전혀 쐴 수 없는데다 사람이 워낙 많이 찾는 곳이다 보니, 사실 하루에 한 번은 의자 청소를 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극장 대부분을 차지하는 대기업 멀티플렉스 세 곳은 청소를 일 년에 딱 두 번 밖에 안하고 있었습니다.
이건 일 년에 청소 4번 하는 지하철 보다도 못 한 겁니다.
특히 의자를 물청소 하는 곳도 있는데, 햇볕에 말릴 수 없는 곳에서 의자를 물청소한다면 오히려 진드기에게 수분을 공급해서 더 활발히 서식하게 해주는 꼴이 됩니다.
이러다 보니 극장 다녀오면 몸이 근질거린다는 사람들이 꽤 많습니다.

우리가 극장에서 2시간 영화보고 나오면 우리 몸과 옷에 이 먼지 범벅이 되는 겁니다.
이대로 집에 가면 진드기 사체 섞인 먼지가 집으로도 옮겨지는 것이죠.
귀찮지만 특히 알레르기에 약하시다거나 뭔가 찝찝하신 분들은 영화 보고 나면 샤워 한 번씩 하시고 옷 한 번씩 빠시는 걸 추천합니다.
그전에 극장 측이 책임감을 가지고 의자 청소를 더 자주 해야겠지요.
동네 극장이 대부분 사라진 지금, 그래야 대형 극장이 지속적인 사랑을 받을 수 있을 겁니다.
영화관 의자의 충격적인 실태, 오늘(12일) 저녁 SBS 8뉴스 <김종원 기자의 생생리포트>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