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법원, 기본권 되짚는 판결로 '난민 행정' 부조리 질타

법원, 기본권 되짚는 판결로 '난민 행정' 부조리 질타
법원이 강제퇴거 위기에 놓인 미얀마 소수민족 출신 목사의 안타까운 사건을 다루면서 인간의 기본권을 되짚는 판결을 통해 난민 행정의 부조리를 질타했다.

'행정의 획일성과 편의성만 강조했다', '인간의 존엄성을 무시했다', '문명국가의 헌법정신에 어긋난다',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 등의 기존 판결문에서 보기 드문 표현이 담겼습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7부는 25살 미얀마인 A씨가 서울 출입국관리사무소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강제퇴거 명령과 보호 명령을 모두 취소한다"며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고 밝혔습니다.

A씨는 지난 2011년 6월 한국으로 건너와 같은달 난민 인정 신청을 냈습니다.

A씨는 일당을 받으며 단순 노무에 종사하다가 적발된 뒤 '체류 자격 외 활동 허가'를 받아 계속 일했으나 작년 12월 난민 불인정 처분을 받았습니다.

A씨는 법무부 장관에게 이의 신청을 내 현재 심사 중입니다.

하지만 활동 허가를 연장받지 못한 채 일을 하던 A씨는 올해 1월 다시 적발돼 강제퇴거 위기에 처했고, 출입국사무소를 상대로 소송을 냈습니다.

A씨는 재판에서 "난민 심사가 오래 걸리는데도 한국 정부가 아무런 생계 지원을 해주지 않아서 부득이하게 취업 활동에 나설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취업 활동을 이유로 강제퇴거 명령을 내린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출입국사무소는 "A씨가 불법 취업 활동으로 범칙금 통고 처분을 받은 적이 있는데도 반성하지 않고 다시 일했다.

난민 신청자에게 제한 없이 취업 활동을 허가할 경우 난민 신청이 남용될 우려가 있다"며 맞섰습니다.

법원은 A씨 손을 들어줬습니다.

재판부는 "이 사건에서 강제퇴거 명령은 행정의 획일성과 편의성만 일방적으로 강조하고 난민 신청자의 인간으로서 존엄성을 무시한 조치다"며 "이를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에 비해 A씨가 입는 불이익이 현저하게 커 위법하다"고 밝혔습니다.

재판부는 "난민 신청이 명백한 남용이 아니라면 그 신청자는 심사 기간에 체류가 허용돼야 한다"는 내용의 국제연합 난민고등판무관사무소 발행 실무지침서를 언급했습니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 취업 활동을 일체 불허하는 것은 난민 신청자의 생존을 난민 지원 비정부단체나 자선단체 등의 호의에 전적으로 맡기는 것이어서 문명국가의 헌법 정신에 어긋난다"고 지적했습니다.

재판부는 "출입국관리사무소가 A씨를 난민으로 인정하지 않았더라도 이의신청과 소송절차가 끝날 때까지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A씨가 인간다운 삶을 누리며 국내에 체류할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재판부는 "난민 신청자 전부를 난민 인정시까지 난민이 아닌 것으로 추정해 생계 지원도 없이 취업 활동을 할 수 없게 하는 것은 선량한 난민에 대한 보호 의무를 방기하는 것"이라며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고 강조했습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많이 본 뉴스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댓글

    방금 달린 댓글
    댓글 작성
    첫 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0 / 300

    댓글 ∙ 답글 수 0
    • 최신순
    • 공감순
    • 비공감순
    매너봇 이미지
    매너봇이 작동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