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례문에 ‘노이로제’가 있어서인지, 이런 사실에 대한 첫 보도가 나가자마자, 문화재청은 긴급히 기자들을 불러 모았습니다. 훼손에 대한 정확한 설명을 하겠다는 것이었죠. 복구 작업에 참여했던 홍창원 단청장도 직접 나왔습니다.
홍창원 단청장은 “죄송하다”는 말로 설명을 시작했습니다. 홍 단청장은 “지난 6월, 단청이 벗겨지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합니다. 6월이면 복구 직후나 마찬가지입니다. 단청이 벗겨진 부분은 1층과 2층 지붕의 서까래 부분 20여 군데입니다. 꽃무늬 부분의 주황색 칠한 부분이 ‘오래된 건물의 페인트가 벗겨진 듯’ 칠이 떨어져 있었습니다. 육안으로는 잘 보이지 않아서 일부 기자들은 ‘실망하는 기색’도 있었지만, 카메라로 확대해서 보면 떨어진 부분이 확연히 보였습니다.
전무후무한 대형 화재를 겪어서 ‘숭례문’이라 하면 벌벌 떠는 문화재청인지라, 복구가 늦어지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싶지는 않아서 서둘렀을 거라는 생각입니다만, 아쉬운 점은 남습니다. 이번 숭례문 단청 훼손 사건에서도 ‘오해’를 풀고 싶었는지 발 빠르게 ‘설명회’를 마련하는 모습을 보였는데요, 사태 파악은 제대로 못한 채 해명에만 급급한 모습을 보여서 실망스럽기도 했습니다. 애초 문화재청은 “지붕 1층 서까래 부분의 7~8군데 정도만 훼손이 됐다”고 했습니다만, 기자들이 살펴보니 지붕 2층 서까래 부분에서 더 넓고 많은 벗겨짐 현상이 나타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원래 건축물이기에 단청은 ‘영원불멸’일 수는 없을 것입니다. 비바람을 맞고 다른 외부적인 요인이 있으면 서서히 벗겨질 수밖에 없고, 그때는 보수를 해야만 합니다. 하지만, 숭례문 단청은 ‘빨라도 너무 빨리’ 벗겨졌다는 게 문제입니다. 스페인의 가우디 성당은 100년이 넘어도 완공을 못하고 있을 정도로 오랜 시간과 노력을 들여 짓고 있습니다. 숭례문도 5년 3개월이라는 나름대로 긴 시간을 들여 복구를 했지만, 좀 더 시간이 걸리더라도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하지 않았을까 싶은 대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