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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 편들기?…환자 울리는 자문 의사들

<앵커>

보험회사가 고객에게 보험금을 주기 애매할 때 자문하는 협회 소속 의사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 자문이 '주먹구구식'인데다 지나치게 보험사 편 아닌가 의심이 드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호건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중국집 요리사인 50살 김원종 씨는 지난 2007년 오토바이 사고를 당했습니다.

수시로 통증이 찾아오는 복합부위 통증증후군, CRPS 진단을 받았고 6년간 치료 끝에 결국 장해 판정을 받았습니다.

[김원종/CRPS(복합부위 통증증후군) 환자 : 뼈가 부러지는 듯한 통증이 드니까 걷지도 못하고 팔도 그런 식으로 막 얼어가요.]

김 씨는 지난 2월 병원 진단서와 신체감정서를 첨부해 보험사에 보험금을 청구했습니다.

그러나 보험사는 보험금 지급을 거절했습니다.

사고로 인한 장해로 보기 어렵다는 손해보험협회 자문 의사의 소견서를 근거로 들었습니다.

김 씨는 억울한 마음에 보험 청구인 신분을 숨기고 자문 의사를 찾아가 직접 진단을 받아봤습니다.

[손해보험협회 자문 의사 : CRPS(복합부위 통증증후군)는 지났고요. CRPS가 변해 전신으로 번져가지고…통증 때문에 장해가 있다고 봐야죠.]

김 씨가 그제야 보험금 청구 사실을 밝히며 왜 소견서는 다르게 써줬느냐고 따지자, 의사는 뒤늦게 실수를 인정했습니다.

그러면서도 번복하지는 않겠다고 주장합니다.

[환자 보지 않고 자료만 갖고 한 것이기 때문에 그걸 갖고 나한테 와서 따질 수 없어요. 저를 좋아하는 사람이 보험사밖에 없어요.]

의사를 만난 다음 날 오랜 생활고에 시달린 김 씨의 부인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다른 병원으로 옮긴 해당 의사를 기자가 직접 찾아갔습니다.

[손해보험협회 자문 의사 : 제가 쓰는 자문은 의료 기록을 보고 쓰는 거죠. 환자를 보고 쓰는 게 아니고. (보통 환자를 직접 보시는 경우는 없나요?) 네. 기록만 가지고 하거든요. 서류로 많이 하죠.]

손보협회에 구성된 자문의사단 30여 명 가운데 대부분이 진찰도 없이 소견서를 내준다는 겁니다.

문제는 이 소견서를 보험사들이 보험금 지급의 절대적인 기준으로 활용한다는 점입니다.

[김명규/한국손해사정사회 사무총장 : 그 환자를 보지 않고 그 감정을 한다는게 얼마나 정확성이 있는가 그리고 그것을 마치 환자를 보고 장애진단을 받은 것처럼 압박을 하기 때문에 문제가...]

결국 김씨는 금융감독원에 분쟁조정을 신청해 지난 2일 겨우 보험금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이미 잃은 게 너무 많습니다.

[집사람한테 많이 미안하고… 아픈 내가 잘못이지…]

(영상취재 : 박대영, 영상편집 : 김경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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