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제완보와 신경보 등 중국 매체들이 베이징시 차오양구 라이광잉 칭허잉촌의 촌위원회 부주임(우리로 치면 마을 부이장쯤에 해당) 마린샹이 국경절 연휴 기간인 지난 4일부터 6일까지 사흘간 초호화판으로 아들 결혼식을 치렀다는 르뽀 고발 기사를 연이어 보도하고 있는데요.
얼마나 초호화판이었길래 언론의 집중 관심을 받고 있는지 한 번 볼까요?
먼저 결혼식 당일 풍경으로 결혼식장까지의 이동 수단입니다. 중국에서는 결혼식날 신랑이 신부 집에 가서 신부와 신부 가족, 친척 등을 승용차에 태워 결혼식장으로 이동하는게 관례입니다. 차량이 여러대, 많게는 수십대가 동원되기도 하는데 차량 색깔은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빨간색이 많습니다.
마 부주임의 아들 역시 승용차를 이용했는데, 문제는 보통 차가 아니었다는 겁니다. 7억 원을 호가하는 벤틀리가 선두에 서고 신랑 신부는 롤스로이스를 타고 이동했다고 합니다. 신부 가족과 친척 등은 BMW와 벤츠 등에 나눠 타고 뒤를 따랐습니다. 줄지어 가는 차량 행렬이 럭셔리카들의 퍼레이드 같았다고 하네요.
결혼식장은? 차오양구 국가회의센터 메인 A홀이었습니다. 우리나라처럼 예식장 문화가 없는 중국인들은 보통 호텔 연회장이나 식당을 빌려 결혼식을 치릅니다. 그런데 국가 행사도 아니고 시 당국의 행사도 아닌 개인 결혼식이 국가회의센터에서 열렸습니다.

음식 값은? 국가회의센터의 경우 기본 코스가 한 사람당 688위안(우리 돈으로 약 12만4천 원)이고 여기에
15%의 봉사료가 붙는다고 합니다. 테이블마다 10명씩 앉았으니까 테이블 당 음식 값이 약 8천 위안(144만원)에 달했고, 사흘 동안 세팅한 테이블만 250개 였다고 합니다. 여기에 유명 스타가 결혼 축하 공연을 펼쳤고, 폭죽도 터트리는 등 마치 콘서트장을 방불케했다고 전했습니다.

결혼 비용은 모두 본인과 일가 친척들의 도움을 받아 치렀을뿐 부정축재한 돈이 아니고 공금을 유용하지도 않았다는 겁니다. 결혼식 축하 공연도 사업이 잘돼 풍족한 형편인 신부측이 지불했다고 해명하고 있습니다.
시진핑 체제 출범 이후 중국 정부는 지금 부패와의 전쟁이 한창입니다. 부정부패와 사치풍조를 척결하자는
8개 규정이 발표됐고, 호랑이(고위층)든 파리(말단 간부)든 모두 잡겠다며 의지를 불태우고 있는데요. 언론도 정부의 이런 방침에 적극 동조하고 앞장서서 그런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습니다. 공직 사회에 몰아치고
있는 이런 사정 한파 속에 마 부주임이 과연 억울한 누명(?)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요? 당 기율위원회가 벌써 조사에 착수했다는 보도가 나오는 걸 보면 글쎄요, 쉽지 않아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