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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소총부대' LG의 세 번째 도전!

[취재파일] '소총부대' LG의 세 번째 도전!
2013 프로야구 정규시즌이 드라마처럼 마무리됐습니다. 마지막 날 2,3,4위가 결정되는 초유의 상황이 펼쳐진 가운데, LG트윈스가 두산에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고 플레이오프 직행티켓을 따냈습니다. 홈런 군단 넥센은 최하위 한화를 상대로 단 1안타에 그치며 3위로 내려 앉았습니다.

LG는 올 시즌 128경기에서 팀 홈런 59개로 9개 구단 가운데 7위에 머물렀습니다. 팀 홈런 1위 넥센(125개)의 절반도 안 되고, 꼴찌 한화(47개)보다는 조금 많습니다. 여기에 LG는 역대 포스트시즌 진출 팀 가운데 유일하게 ‘두 자릿수 홈런을 기록한 타자를 한 명도 보유하지 못한 팀’이라는 쑥스런 신기록(?)까지 남겼습니다. 가장 많은 홈런을 친 정성훈과 오지환이 모두 9개로 아홉수를 넘지 못했고, 박용택(7개) 이병규(5개)가 뒤를 이었습니다. 준플레이오프 제도가 시작된 1989년 이후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팀 가운데 LG보다 팀홈런이 적었던 팀은 1989년 3위를 차지한 태평양뿐입니다.

한 방에 분위기를 바꿀 수 있는 거포가 없다는 건 단기전에서 특히 약점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LG가 1990년과 1994년 두 번 우승했을 때도 만만치 않은 소총부대였다는 사실입니다. 잠시 타임머신을 타고 그 때로 가보겠습니다.

*1990년…소총부대의 반란

1990년 창단한 LG트윈스는 역사에 남을 드라마를 썼습니다. 5월까지 꼴찌에서 허덕이다가 6월 5일부터 8연승을 달리며 전반기를 4위로 마쳤고, 후반기 들어 선두 경쟁에 뛰어 들었습니다. 2013시즌과 비슷한 형국이었는데, 그 때는 LG가 반 경기차 1위로 정규시즌을 마치고 여유 있게 한국시리즈를 기다렸습니다. 노장 김재박과 이광은에 신인 김동수까지 신구가 조화된 LG는 팀 타율 0.271로 1위를 기록했지만, 팀 홈런은 61개에 불과했습니다. 13개의 홈런을 친 신인 김동수가 유일한 두 자릿수 홈런 타자였습니다. 철저한 소총부대였지만, LG는 팀 홈런 131개로 장타율 1위(0.411)를 기록한 대포군단 삼성을 상대로 집중포화를 퍼부었습니다. LG는 4차전까지 홈런 없이 43안타를 몰아치며 4전 전승으로 한국시리즈 트로피를 거머쥐었습니다. LG는 역대 한국시리즈 우승팀 가운데 가장 적은 홈런을 친 팀이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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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달라진 LG, 신인 거포 장착.

극적으로 날아 오른 1990년과 달리 LG트윈스는 4년 만에 전혀 다른 색깔의 야구를 선보였습니다. ‘신바람 야구‘라 불리는 자율야구 돌풍을 일으키며 시즌 내내 압도적인 전력을 과시했습니다. 이광환 감독에게 자유를 부여 받은 ’신인 3총사‘ 김재현, 유지현, 서용빈이 무섭게 위력을 떨쳤습니다. 김재현은 신인 최초로 20홈런-20도루를 기록했고, 유지현도 15개의 홈런으로 중심 타선에서 한 몫을 했습니다. 신인 거포들을 장착하고도 LG의 팀 홈런은 88개에 불과했습니다. 가볍게 정규시즌 1위를 확정한 LG는 한국시리즈에서 태평양을 만납니다. 태평양도 팀홈런 91개로 장타력이 뛰어난 팀은 아니었습니다. 한국시리즈는 철저한 투수전으로 이어졌습니다. 김용수, 정삼흠, 이상훈이 이끄는 LG와 정명원, 최창호, 김홍집이 이끄는 태평양의 마운드 대결은 팽팽했습니다. LG는 1차전(2대 1 승), 3차전(5대 4 승), 4차전(3대 2 승)에서 모두 한 점차 승리를 거뒀고, 2차전에서는 타선의 집중력이 살아나며 7대 0으로 완승을 거뒀습니다. 창단 후 두 번째 한국시리즈에서도 4전 전승으로 정상에 올랐습니다.

LG는 지금껏 홈런이 전부가 아니라는 걸 증명해 왔습니다. 그리고 2013년 다시 한 번 가장 적은 홈런을 친 LG는 11년 만에 가을잔치에 나서며 소총부대의 위력을 보여줬습니다.  올 시즌엔 가장 적은 홈런을 쳤지만, 가장 적은 홈런을 맞으며 오묘한 투타의 조화로 반전에 반전을 거듭해 왔습니다. 이번엔 2위로 시작하지만 LG의 세 번째 정상 도전은 심상치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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