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로마시절의 배우들은 페르소나라는 가면을 쓰고 연기를 했다고 하죠. 가면을 쓰면 자기감정을 쉽게 숨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페르소나라는 가면은 배우들만 쓰는 게 아니죠. 우리도 살아가다 보면 저마다 상황에 맞는 페르소나를 갖게 마련입니다. 그러다 보면 자칫 진짜 자신의 맨얼굴을 잊게 되기도 하는데요. 드라마 <결혼의 여신>은 사랑과 결혼을 통해 이 페르소나의 문제를 보여줍니다.
장면에 등장하는 두 사람은 어떤 관계일까요. <결혼의 여신>이라는 드라마를 보지 못하신 분들이라면 이들이 며느리와 시아버지라는 사실에 조금은 놀라실 겁니다. 부부사이인 이 두 사람도 관계가 애매합니다. 진정한 부부라면 좀 더 솔직해야 하지 않을까요? 문제를 드러내고 해결하기보다는 그저 넘기고 무마하려는 남자의 태도는 그래서 여자를 더 답답하게 만듭니다.
딸과 그녀의 결혼을 반대하는 엄마가 서로 싸우는 이 장면에서도 진정한 인간 대 인간의 관계보다는 엄마와 딸이라는 각자의 입장 때문에 서로 다투게 됩니다. 며느리와 시어머니 역시 고부관계라는 틀 안에서 연기하는 연기자들 같습니다. 만약 며느리가 아니라 딸이라면 어땠을까요? 같은 여자로서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어머니는 시어머니라는 가면을 벗지 않는 겁니다. 이 바람 핀 남편은 남자는 다 그렇고 그렇다는 가면을 절대 벗으려 하지 않는데요. 아내는 결국 그런 남편을 포기하려 하죠.
결혼이 진정한 결혼이 되려면 가면이 아닌 진짜 두 사람의 진심이 만나야 진정 행복해질 수 있다는 걸 이 드라마는 말해주고 있습니다.
뭔가 약점을 잡힌 이 두 시부모는심지어 며느리를 죽이라는 말까지 서슴없이 합니다. 이 시부모들의 가면은 가족보다는 회사와 사회적 위신을 위해 쓰고 있죠. 힘든 것을 힘들다고 말하는 솔직함. 어쩌면 진정한 관계는 가면 없는 이런 솔직함이 있어야 하는 지도 모릅니다. 서로 가면 하나씩을 쓰고 있는 네 사람이 한 자리에 서자 숨겨져 있던 맨얼굴들이 한쪽씩 드러납니다. 결국 그들은 맨얼굴을 이기지 못하고 서로 도망치듯 자리를 피하게 되죠.
실로 진실된 삶을 사는 것이 행복으로 가는 길이라는 걸 모르는 이는 없을 겁니다. 하지만 사회적인 위신이나 욕망 또는 누군가를 위한 희생과 헌신이 자칫 쓰고 싶지 않은 페르소나의 가면을 쓰게 만들기도 하죠. 그래서 한 번 어긋난 관계는 결국은 파국을 겪고서야 제자리를 찾아가곤 합니다. 진짜 자신의 모습을 찾는 일은 제대로 된 삶을 살기 위한 필수조건인 셈입니다.
살아가면서 저마다의 관계 속에서 쓰게 되는 가면은 사회생활을 하는데 꼭 필요한 것일 겁니다. 하지만 가면을 오래 쓰다가 자신의 맨얼굴을 잃게 되면 큰일이지요. <결혼의 여신>이라는 드라마는 사랑과 결혼이라는 상황을 통해 가면이 아닌 진실된 맨얼굴을 찾아가는 드라마입니다. 이것은 또한 과거와 달리 훨씬 솔직해진 요즘의 결혼관과 결혼 문화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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