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월드리포트] "베이징대 부인이 칭화대 남편 독살"

[월드리포트] "베이징대 부인이 칭화대 남편 독살"
베이징대와 칭화대. 굳이 설명이 필요없는 중국을 대표하는 최고 명문 대학이죠.

앞서 8시 뉴스에서도 한 번 다룬적이 있습니다만 베이징대와 칭화대는 방학 때면 중국 각지에서 자식이 이들 대학에 들어가기를 바라는 부모들이 극성스럽다 싶을 정도로 초등생 어린 자녀들을 데리고 "앞으로 이 대학에 들어가거라", "여기서 공부하면 좋겠구나"하며 참관을 다닐 정도로 중국인들에게는 가고 싶은 대학, 보내고 싶은 대학 1순위 입니다.

대학 참관은 선착순 '입장'이지만 '입학'은 그야말로 각 성에서 1등한 사람만 들어간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바늘 구멍이죠. 중국도 학벌 사회여서 명문대 졸업은 출세와 성공의 지름길로 여기는 경향이 강한데, 실제로 두 대학 출신들은 고학력 청년 취업난 속에서도 중국 업체는 물론 해외 유수 기업들이 모셔갈 정도로 인기 상종가입니다.

그런 베이징대와 칭화대를 나온 선남선녀가 미국에 유학을 가고, 유학중 캠퍼스에서 만나 서로 사랑에 빠지고, 결혼에 골인하고, 아이를 낳고, 그리고 미국 현지에서 좋은 직장에 다니며 살아간다면 어떨까요? 중국인들에게는(비단 중국인들뿐만은 아니겠죠) 더 이상 바랄게 없어 보이는, 부러움과 질시를 한 몸에 받는 커플이겠죠.

그런데 중국이 국경절(10월 1일)을 맞아 7일간의 황금 연휴에 들어간 어제,  태평양 건너에서 비극적인 소식이 날아왔습니다.

[월드리포트]


美 법원 '베이징대 출신 화학연구원, 칭화대 출신 남편 독살 혐의로 종신형 선고'

인민망 등 중국 언론이 앞다퉈 소개한 기사의 제목입니다. 

중국 언론들은 미국 뉴저지주 법원이 남편을 독살한 혐의로 기소된 중국인 리톈러(여.42살)에게 종신형과 함께 62년간 가석방 금지를 선고했다고 전했습니다. 남편의 죽음과는 무관하다는 리톈러의 주장과는 달리 법원이 유죄를 인정한 겁니다.

리톈러는 베이징대를, 4살 연하인 남편 왕샤오예는 칭화대를 졸업한 엘리트입니다. 졸업 뒤 미국 유학길에 올랐고, 펜실베니아대학 캠퍼스에서 만나 사랑에 빠진 두 사람은 2000년 결혼합니다. 리톈러는 뉴욕의 한 제약회사 화학연구원으로, 남편 왕샤오예는 컴퓨터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근무하며 미국에 정착합니다. 귀여운 아들도 얻었습니다.

너무나 행복해보였던 이 부부. 그러나 2011년 1월 남편 왕샤오예가 독감 증세로 병원에 입원합니다. 그런데 입원 다음날 뜻밖에도 '탈륨' 중독 진단을 받습니다. 그리고는 미처 해독제를 써보기도 전에 남편 왕샤오예가 숨지고 맙니다.

무미, 무취한 탈륨은 유독 중금속의 일종으로 쥐약의 주요 성분입니다. 중독되면 마비, 실명, 정신 불안, 두통, 근육통, 손발 떨림 등의 증세가 나타나고 소량만 먹어도 사망에 이르게 되는 독극물입니다. 미국에서는
1984년부터 사용금지돼 일상생활에서는 접할 수도 없고, 일반인들이 구하기는 매우 어려운 약품입니다.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고, 제약회사 화학연구원으로 10년간 근무 중이던 부인 리톈러가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됐습니다. 수사 끝에 결국 부인 리톈러가 남편 '독살' 혐의로 체포됩니다.

중국 언론들은 미국 검찰이 재판 과정에서 리톈러가 제약회사에 근무중이던 2010년 11월 회사에서 '탈륨'이 든 약병 4병을 몰래 갖고 나온 뒤 같은 달 3병을 반납하고, 나머지 1병은 한 달 뒤인 12월에 반납했다고 전했습니다. 또 "리톈러가 몰래 탈륨을 섞은 음식물을 남편에게 먹인 뒤 남편의 증상을 일기로 기록하며 언제쯤 죽을지도 추측했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리톈러가 주도면밀하게 남편 독살 계획을 세우고, 어떻게 실행하고 어떻게 혐의에서 벗어날지도 계획했으며, 들키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고 밝혔습니다.

[월드리포트]


살해 동기로는 리톈러가 이혼을 원치 않았기 때문이라고 전했습니다. 그녀가 남편과의 이혼 대신 독살을 선택했다는 것입니다. 리톈러와 남편 왕샤오예는 2009년부터 성격 차이로 부부싸움이 잦았고, 2011년 2월 그녀가 체포될 당시 경찰은 이들 부부가 가정폭력으로 여러차례 신고를 받은 전력이 있다고 전했습니다.

종신형을 선고 받은 리톈러는 항소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그녀의 변호사는 법원에 30년형을 요청해왔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중국에서는 올해 초 역시 전통의 명문대인 상해 푸단대 의과대학원생이 독극물에 중독돼 사망한 사건이 발생하면서 중국 사회를 충격에 빠트렸는데요. 더구나 범인이 동료 기숙사 룸메이트로 밝혀지면서 충격파는 더욱 컸습니다. 이 푸단대 사건을 계기로 인터넷에선 19년 전 발생했지만 아직 미제로 남아있는 칭화대 여대생 주링양의 '탈륨' 중독 사건에 대한 재조사 청원 운동이 일어나기도 했는데요. 잊혀질만하면 잇따른 명문대 출신들의 '독극물' 사건으로 중국 사회가 점점 더 큰 충격 속에 빠져들고 있는 듯 합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