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취재파일] 버스커버스커 '듣는 음악'의 역습

[취재파일] 버스커버스커 '듣는 음악'의 역습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주목을 받으며 혜성같이 등장한 밴드.
아날로그 감성이 묻어나는 1집 '벚꽃 엔딩'으로 큰 사랑을 받은 밴드.
1년 뒤 같은 곡이 돌연 음원 차트를 역주행하며 또한번 인기를 끈 밴드.

 1주일 전 버스커버스커의 2집 앨범이 나왔습니다. 자고 일어나서 스마트폰을 보니, 수록곡 9곡이 음원차트 줄세우기를 하고 있더군요. 깜짝 놀라 잠이 확 깼던 기억이 납니다. 요즘은 워낙 음원 순위가 자주 변하는 시대니 만큼, 내일이면 또 순위가 변하겠거니 싶었습니다. 그런데 1주일이 지난 오늘도 여전히 버스커버스커의 2집은 1위입니다. 이래도 진기록, 저래도 진기록을 세우며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겁니다. 버스커버스커를 잘 몰랐던 사람들도 새 노래를 듣기 시작합니다. '아니, 이번 노래도 그렇게 좋아요?'라면서.

 음반 얘길 먼저 하자면 '호불호가 갈린다'고 해야겠습니다. 전작과 많이 닮아있기 때문에 그럴 겁니다. 버스커버스커의 노래는 특징이 두드러집니다. 일단 담담하고 은유적인 시같은 가사, 화려하지 않아도 잔향이 오래 남는 멜로디, 그리고 기교는 없어도 감정 전달이 잘 되는 보컬. 특유의 '아날로그 감성'이 느껴지는 노래들입니다. 모두 직접 작사, 작곡한 곡들이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이런 스타일의 노래를 좋아하는 팬들이라면, 1집과 비슷한 곡들이 담긴 2집 앨범에도 또한번 애정을 쏟게 됩니다. '소포모어 징크스'- 그러니까 전작이 워낙 흥행에 성공하다보니 다음에 나오는 작품은 그만큼 성공하기 힘들다는 속설도 있지만, 2집 앨범은 결과적으론 이 징크스도 무난히 깬 것 같습니다. 말 그대로 팬들이 버스커버스커의 새 앨범을 기다린 셈이지요. 하지만 '너무 기대해서 그런지..', '1집 만큼 신선하지 않아서...', '여전히 완성도가 높지 않다'는 등 아쉽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결국 음반에 대한 평가는 듣는 이들의 취향에 달린 문제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평가를 넘어 버스커버스커가 눈에 띄는건 '역주행' 때문입니다. 버스커버스커는 음반 발표 이후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내일 시작되는 전국투어 콘서트까지 모습조차 드러내지 않을 계획입니다. 홍보활동도, 방송출연도 일절 없습니다. 방송 기자 입장에서 이렇게 얄미울 수가 없습니다. 콘서트 준비 때문에 바쁘다 하니 이해할 순 있지만, 팬들에겐 좀 너무한 거 아닌가 싶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문득 90년대 한창 음악 듣던 시기가 떠올랐습니다. 그땐 음반이 나오길 기다렸다가 레코드 가게에 달려가서 사는게 일이었고, 라디오에 한 번 나오길 기다리는게 일상이었습니다. 해외 뮤지션의 음반인 경우에는 이 외에 달리 방법도 없었습니다. 화려한 군무와 최신식 무대 장치를 내세운 케이팝의 흐름에, 유튜브에 모든 방송 채널에 나온 공연 무대와 뮤직비디오, 패러디 영상까지 쏟아지는 그야말로 '보는 음악'의 시대에 살고 있지만, 버스커버스커의 2집은 오래 전 '듣는 음악'의 시간을 떠오르게 합니다. 멜로디와 가사가 잘 들리고, 보컬의 감정이 잘 와닿습니다. 올 봄 '벚꽃엔딩'의 역주행 때도 그랬지만, 이번 앨범으로 음악을 듣는 패턴마저 시대를 역주행하는 버스커버스커 만의 소통 방식이 눈에 띄었습니다. 듣는 음악에 대한 향수가 있는 팬들에게 이렇게 얘기합니다. '노래를 들으며 각자의 감상에 빠져봅시다. 들을수록 다른 감정이, 다른 추억이 떠오를지 모릅니다. 뭐든 떠오르는 감상에 흠뻑 빠져서 헤어나오지 맙시다. 노래가 끝날 때까지...'

 10월, 11월 가을에 많은 싱어송라이터들이 새 음반을 낼 예정입니다. 버스커버스커의 돌풍이 영향을 받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라이브 무대 외엔 좀처럼 볼 수 없을테니까요. 돌풍이 얼마나 오래갈 지도 가요계의 관심사입니다. 매일 엎치락 뒤치락 순위를 오가며 진기록을 세우는 것도 볼 만하지만, '비주류' 음악으로 '주류'와 공존해 나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남긴 것도 우리 가요의 새로운 한 장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자, 시간내서 한번 음악을 '들어'볼까요.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