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오바마케어(건강보험개혁법)의 진실은?

미국 건강보험개혁법의 이면과 파장

유희준 기자 yoohj@sbs.co.kr

작성 2013.10.02 10:31 수정 2013.10.02 14:25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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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민주당과 공화당이 건강보험개혁법(Affordable Care Act) 지출 항목을 반영한 예산안을 두고 벼랑 끝 대치를 벌인 끝에 연방정부가 부분 폐쇄에 들어갔습니다. 앞서 미 공화당이 장악한 하원은 지난달 20일 새 회계연도 예산안에서 오바마케어 관련 지출 항목을 전면 삭제한 잠정 예산안을 통과시켰습니다. 새 회계연도부터 오바마케어 핵심조항이 시행되는 데 따른 공화당의 반발을 드러낸 셈인데요. 상원이 오바마케어 관련 지출을 되살린 수정안을 가결처리해 하원에 돌려보내자 하원은 오바마케이 시행 1년 유예를 포함한 예산안을 다시 통과시켜 상원으로 넘기며 지루한 핑퐁 게임을 벌여왔습니다.

 연방정부 부분 폐쇄라는 극단적인 상황을 놓고 미 공화당이 반대한 쟁점은 이른바 오바마케어로 불리는 건강보험개혁법입니다. 이 법은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 2008년 대통령으로 당선된 이후 핵심 정책과제로 추진해왔습니다. 민간 보험 중심의 기존 미국 의료보험 체계를 변화시키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요. 이 법안이 정쟁의 대상이 된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닙니다.

 이 건강보험개혁법안은 진통 끝에 지난 2010년 3월, 의회를 통과했습니다. 하지만 버지니아와 신시내티 주를 비롯해 26개 넘는 주 정부가 개인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이유로 위헌소송을 냈습니다. 지난해 6월 대법원은 오바마의 손을 들어주며 합헌 결정을 내렸습니다. 지난해 공화당 롬니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첫날부터 오바마케어를 폐기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지만, 대선에서 패배하고 말았습니다. 이렇게 오바마케어가 시행을 앞두고 사회적 논의 과정을 충분히 거쳤다는 게 미국 민주당의 입장입니다.

 오바마 케어의 취지를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오바마 대통령의 개인사와 미국의 의료 보험 현실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오마바 대통령의 어머니 스탠리 앤 던햄 소에토로는 난소암에 걸려 53살의 나이로 별세했습니다. 대선 TV 광고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어머니가 암에 걸려 가장 고통스러운 몇 달을 보내면서 다시 나을 것이라는 희망 대신 엄청난 치료비 걱정을 하면서 지냈다"며 건강보험을 개혁을 주장했습니다. 오바마의 어머니는 암 진단을 받기 전까지 미국 국제개발처(USAID) 고문으로 일하고 포드재단이 펼친 여성 일자리 활성화 사업 담당을 맡기도 했습니다. 암에 걸린 어머니가 보험사와 분쟁을 겪는 과정을 지켜본 오바마는 미국 건강보험제도의 문제를 실감하게 됐습니다.

 그럼 미국의 의료보험 시스템은 어떤 문제점을 갖고 있을까요? 미국 인구 3억 명 가운데 의료보험이 가입하지 않은 사람은 4천7백만 명으로 추산됩니다. 더 놀라운 사실은 절반에 가까운 1억 3천만 명이 치과 보험이 없어 이가 아파도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자연분만의 경우에도 1만 달러 이상 지출해야 하고, 우리나라에서 몇천 원이면 충분한 아이들 감기 진료비로 10만 원 넘게 내야하는 나라가 바로 미국입니다. 송곳니 레진이 떨어져 치과 진료를 받는데, 육안 검진비로 10만 원, 레진 비용으로 20만 원을 청구합니다. 심지어 동물병원에서 애완견 종기 치료하는 데 30만 원이 넘는 돈을 내야 합니다. 중병에 걸리면 중산층 가정 일부는 파산까지 경험합니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는 비소세포 폐암 환자의 수명을 1년 연장하는 데 80만 달러, 우리 돈으로 9억원 가까이 들어갑니다. 

 이런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건강보험개혁법이 만들어진 것입니다. 아직 치과보험까지 적용되지는 않지만 이 법이 시행되면 연방정부 기준 하위소득의 400% 이내에 들어가는 사람들은 모두 건강보험 서비스를 받게 됩니다. 연방정부 하위 소득 기준은 가구당 93,700달러, 1인당 4,600달러입니다. 현재 의료보험에 가입해 있지 않은 4천7백만 명 가운데 3천만 명 이상이 신규 보험 혜택을 받게 됩니다. 이 가운데 상당수는 흑인과 히스패닉, 아시안 등 소수 민족이며, 1천만 명에 달하는 비시민권자, 영주권자도 혜택을 볼 수 있게 됩니다. 수혜 대상자 다수가 민주당 지지성향이 뚜렷한 계층인 반면, 부자들의 부담이 더 늘어나는 점 때문에 공화당이 반대하는 것입니다. 가령 50인 이상 사업주는 종업원 모두를 의무 가입시켜야 하는데, 기업에도 큰 부담이 된다는 게 공화당의 주장입니다.   

 미 연방정부의 업무정지에 따른 파장은 적지 않습니다. 당장 80만 명의 공무원이 무급 휴가를 떠나야 합니다. 예를 들면 국립공원이 폐쇄돼 일반인 출입이 금지되고, 법원의 파산보호 신청 심리도 지연됩니다. 중소기업청의 기업대출과 보증 관련 업무, 연방주택청의 대출 보증 업무도 중단됩니다. 국세청 직원의 90% 이상이 쉬기 때문에 온라인 이외 징세와 환급업무도 중단됩니다. 외국 대사와 영사 업무를 맡는 국무부 직원들도 대부분 정상 근무하지만, 여권 갱신 업무는 지연될 가능성이 있어 해외 여행을 앞둔 미국 국민은 불편을 겪을 것으로 보입니다. 국방부는 민간인 직원 80만 명 가운데 절반을 일시 해고해야 합니다. 다만 130만 명의 미군은 정상 근무합니다. 국방과 치안 등 연방정부의 핵심 기능과 필수 인력은 유지되기 때문입니다. 백악관 예산관리국이 밝힌 핵심 기능과 필수 인력은 군인과 경찰, 소방, 교정, 기상예보, 우편, 항공, 전기, 수도 등입니다.

 이런 파장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민주당과 공화당이 새 예산안에 합의해야 하고 현행 16조 달러가 넘는 국가 부채 한도를 상향 조정하는 협상에도 돌입해야 합니다. 이달 17일이면 미국 재무부의 현금 보유가 바닥나기 때문에 채무 상한을 올리지 않으면 채무 불이행으로 사상 초유의 국가 보도 사태에 빠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민주당과 공화당이 연방정부의 부채 한도를 늘리는 협상에서 정쟁을 계속할 경우, 경제의 불확실성을 가중시켜 미국은 물론 전 세계 금융시장의 불안감을 부추길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부자들뿐만 아니라 전체 국민 모두에게 의료보험을 확대해야 한다는 민주당. 그리고 개인의 선택의 자유에서 벗어나고 사회주의적인 성향까지 갖고 있어 문제라며 반대하는 공화당. 세계보건기구는 2000년 기준으로 미국의 의료제도가 가장 비싸고, 연구 대상 191개국 가운데 의료제도의 전반적 수준이 72위라고 평가했습니다. 블룸버그 자료를 보면 가장 효율적인 건강보험 체계를 갖고 있는 나라는 1위가 홍콩, 2위가 싱가포르, 3위가 일본, 우리나라는 8위를 기록했습니다. 미국은 브라질과 세르비아에도 뒤처지는 46위에 그쳤습니다. 사회적 약자층을 위한 메디케이드와 65세 이상 노인층을 위한 메디케어를 제외한 나머지 미국의 의료보장 체계는 허술하기 짝이 없는 수준입니다. 민간보험사가 주도하고 있는 현재 미국 의료보험 시스템이 이번 사태 이후 어떻게 변하게 될지, 민주당과 공화당이 어떻게 합의를 이뤄낼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