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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여자가 운전을 하면 안되는 이유(?)

여성 차별에 목메는 사우디 성직자의 궤변

[월드리포트] 여자가 운전을 하면 안되는 이유(?)
사우디아라비아는 아랍권에서도 이슬람의 율법이 가장 강력히 현실에 적용되는 나라죠. 종교 경찰의 위세가 대단해서 외국인이라 할 지라도 이슬람을 모욕하거나 율법을 어기는 사람들에겐 가차없이 태형이 적용돼 논란이 일기도 합니다. 특히 이슬람 율법을 근거로 여성의 신체 노출은 물론 사회활동이 엄격히 금지돼 있고, 심지어 운전 조차도 여성들에겐 허용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2년 여전 시민혁명의 바람이 아랍권 전역으로 확산되면서 거론조차 금기시됐던 여성 차별 문제가 수면 위로 부상했고 사우디 아라비아 내 에서도 여성들을 중심으로 운전을 허용해 달라는 온-오프 라인상의 시위가 전개돼 왔습니다. ‘여성 운전 허용’ 여부가 사우디의 악명높은 여성차별의 개선 여부를 판단할 시금석이 돼 버린 상황입니다.

여성 운전 금지는 여성을 위한 것이다(?)

그런데 며칠 전 사우디아라비아의 저명한 이슬람 성직자인 셰이크 살레 알 로헤이단은 한 인터넷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여성 운전에 대한 이렇게 밝힙니다. “여성이 운전을 하게 되면 신체적으로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될 것입니다. 운전은 여성의 난소에 자동적으로 영향을 주고 골반을 밀어 올리게 된다고 의학적으로 보고돼 있습니다.” …”여성이 장기간 운전을 하게 되면 아이가 여러 의학적 문제를 안고 태어난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됐습니다.” 로헤이단은 그러나 자신이 인용한 의학적 연구 결과의 출처가 어디인 지는 밝히지 않았습니다.

운전이 임신과 출산에 부정적 영향을 주기 때문에 여성들의 운전에 반대한다는 나름의 근거를 제시한 것인데, 이미 대다수 국가에서 여성 운전이 보편화돼 있는 상황에서 이 논리가 얼마나 설득력을 가질 수 있는 지 모르겠습니다. 아마 이런 의학적 근거를 논쟁에 붙인다면 수도 없는 과학적 반박이 뒤따르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리고 또 ‘모성보호’와 ‘여성 건강’을 들어 여성 운전 금지의 정당성을 옹호하는 논리적 근거에서는 이슬람의 교리에 뿌리깊게 자리한 여성 차별의 근거를 읽을 수 있습니다. ‘여성을 보호하기 위해 여성을 특별 대우하는 것이지 차별이 아니라는 것’이 골자입니다. 제가 만나 본 이슬람 성직자들은 여성의 신체 노출과 사회활동을 금지하는 것, 나아가 일부다처제를 유지하는 이유도 남성의 보호를 받아야 할 존재로서 여성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하더군요. 이렇다 보니 최근 최악의 경제난 속에 늘어나는 노처녀들이 사회문제로 부각되자, 이집트의 한 성직자는 일부다처제의 장려를 주장하고 나서기도 했습니다. 결국 이슬람 내부의 여성차별은 결국 사회적 성(GENDER)에 대한 개념 대신 생물적 성(SEX)에 대한 개념이 여전히 인식을 지배하면서 벌어지고 있는 사회현상인 것이죠.
사우디 여성


"차별 위한 궤변…여자도 운전할 권리를 달라!!"

하지만 이미 인터넷과 SNS 등을 통해 이미 다른 나라엔 일반화된 사회적으로 동등한 존재로서의 여성성을 깨닫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 여성들은 이런 시대착오적인 이슬람의 여성차별에 더 강력히 저항할 태세입니다. 여성의 건강과 태어날 자녀의 건강을 위해 여자는 운전을 하면 안된다는 성직자의 논리를 말도 안되는 궤변이라고 일축하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 지속적으로 여성 운전 합법화를 주장해 온 사우디 아라비아의 여권 운동가들은 더욱 강도높은 투쟁을 전개할 계획이랍니다.


대대적 여성 운전 시위 벌어지나(?)

오는 26일에 수만 명의 여성들이 직접 운전대를 잡는 운전시위를 사우디 전역에서 전개할 계획이라고 하는데요. 벌써 만 2천명이 넘는 여성들이 참가를 신청했다고 합니다. ‘운전’이 여성 인권 신장의 상징이 돼 버린 사우디아라비아 내의 보수적인 성직자들은 운전을 풀어주면 노출 규제를 풀어줘야 하고 그 다음엔 공직사회 진출 같은 요구가 이어질 것이라며 처음부터 싹을 잘라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습니다. 과연 검은 아바야를 쓴 여성 운전자들의 물결이 사우디 아라비아의 견고한 차별의 벽을 허물 수 있을까요? 26일 여성운전자들의 시위에 적지 않은 이목이 쏠릴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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