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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칼럼] 로마: 유럽 인종 문제의 한 단면

[논설위원칼럼] 로마: 유럽 인종 문제의 한 단면
 (릴 부근의 로마 캠프 철거, 2013년 9월, AFP)

며칠 전 서경채 파리 특파원이 '집시여 고향으로 떠나라' 라는 제목의 월드리포트를 썼습니다. (9.29. SBS 월드리포트) 최근 프랑스 내무장관의 발언을 중심으로 프랑스 내에서 집시 문제를 다뤘습니다. 그런데 이 문제가 프랑스 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전 유럽이 최근 인종 문제, 특히 집시 문제로 들끓고 있습니다.

우리는 흔히 집시라고 알고 있지만 유럽에서는 이들을 로마(ROMA)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집시는 처음에 유럽인들이 이들을 이집트에서 온 사람들로 착각한 데서 붙여진 이름이라는 설명입니다. 이들 스스로가 로마라고 부르고 있고, 이들의 언어가 로마니라는 점에서 이들을 로마라고 부르는 것 같습니다.

사회당 소속인 프랑스 내무장관이 한 발언, "집시들이여, 프랑스를 떠나라"라는 말은 엄청난 파장을 불렀습니다. 사르코지 정권 당시 집시들에 대한 탄압이 극심했던 것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인권을 중시하고, 소수자를 배려한다는 사회당 정권에서 마저 이런 말이 나온다는 사실에 경악했습니다.
캠프에서 ?겨나는
                  (스톡홀름 부근 캠프에서 쫓겨나는 로마인 가족,1951년 10월, SYDSVENSKAN지)


세계 최고의 복지국가 하면 어느 나라가 떠오르나요? 스웨덴이 중요하게 꼽힐 것입니다. 그런데 스웨덴에서도 이 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스웨덴 일간지 다게스 니헤터는 스웨덴 당국이 로마인들을 수십년 동안 감시했다고 폭로했습니다. 1959년 부터 96년 사이 스웨덴 당국이 수백명에서 수천명에 이르는 로마인들에 대해 사찰을 해 왔다는 것입니다. 이 신문은 1954년 스웨덴에 로마인들의 이주가 허용된 이후 스웨덴 당국이 끊임없이 이들을 감시해 왔다고 썼습니다.

유럽연합, EU에 따르면 전 유럽에 1천만명에서 1천 2백만영에 이르는 로마인이 살고 있는 것으로 돼 있습니다. 이들의 상황은 심각합니다. 90%가 빈곤층이고, 20%는 어떤 종류의 건강 보험에도 가입돼 있지 않습니다. 1/3이 실업자입니다. 많은 아이들이 학교에 다니지 못하고 단지 15%만이 의무교육을 마치는 정도입니다. 유럽 각국이 이들을 '사회적 기생충'이라고 보는 이유가 이런 이들의 심각한 상황에서 기인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아마 시청자들 가운데에서도 이들과 맞닥뜨린 분들이 꽤 있을 것입니다. 이탈리아 로마에 가보면 자주 볼 수 있는 광경인 데, 한 관광객 주변에 여러 명의 아이들이 몰려들어 구걸을 합니다. 이 아이 저 아이 때문에 정신을 못 차리는 사이 한 아이가 관광객의 주머니를 턴다는 얘기는 흔히 들을 수 있는 경고입니다. 실제로 한국 관광객들 상당수가 이런 피해를 입었다는 얘기가 들립니다. 로마인들이 이런 짓을 주로 한다는 생각 때문에 유럽에서도 이들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습니다. 그렇다 보니 차별로 이어지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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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인 인권보호를
                                         (로마인 인권 보호를 위한 앰네스티 포스터)

유럽연합이 이런 심각성을 개선하기 위해 2011년 부터 각국에 로마인들을 사회적으로 통합 시키려는 노력을 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구체적인 실천 계획도 요구했습니다. 그렇지만 결과는 그리 좋지 못합니다. 2012년과 2013년에 각각 보고서가 나왔는 데 상황이 전혀 개선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EU 집행위원회는 그래서 올해 6월 각국에 강력한 권고를 합니다. 서류상으로 그럴싸한 미사려구만 늘어놓지 말고 실제 행동으로 옮기라는 권고입니다. 로마인들을 통합시키기 위한 기본 요소로 건강보험, 주거, 교육, 취업 4가지를 꼽았습니다. 그러면서 EU는 로마인들의 사회 통합이 각국의 가장 긴급한 의무라고 명시했습니다. 엄연히 EU의 시민인 로마인들에 대한 차별을 좌시하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또 중앙정부 차원에서만 이런 노력해 봤자 소용없으니 특히 로마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의 지방 정부 차원에서도 이런 노력을 경주하라고 권고했습니다. 

그러나 권고는 권고, 현실은 거꾸로 가고 있습니다. 금융위기 이후 유럽 각국이 외부인에 대해 차가운 시선을 보내고 있습니다. 9월 29일 오스트리아 총선이 치러졌는 데 반이민정책을 내세운 자민당이 21.4%의 득표를 했습니다. 제 3당이 된 것입니다. 하인츠크리스티안 자민당 당수는 "네 이웃을 사랑하라. 그 이웃이 오스트리아인이라면"이라고 말했습니다. 일부에서는 하인츠크리스티안 당수를 2008년 숨진 극우 정당의 리더 외르크 하이더와 비교하기도 합니다. 외르크 하이더는 한때 집권 연정에 까지 참여해 오스크리아가 외교적으로 곤경에 빠진 적도 있습니다. 그만큼 현실적으로 지지를 얻었다는 얘기입니다.  

로마인 얘기만 했지만 인종문제는 유럽사회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습니다. 몇 차례에 걸친 파리 폭동도 그 근원을 살펴 보면 인종 문제가 원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인종 문제는 언제든 동력만 얻으면 엄청난 폭발력을 갖고 있는 사안입니다.

우리도 이제는 이런 문제를 외면할 수 만은 없게 됐습니다. 다문화 사회라는 의미가 곧 다인종 사회이기 때문입니다. 2011/12년 OECD 통계를 보면 한국에도 145만 3천여명의 이민자가 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있습니다. 우리 인구의 3.4%를 차지합니다. 공식 통계가 이 정도니까 실제로는 더 많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그런 만큼 우리 사회도 인종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됐습니다. 유럽의 인종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김인기 논설위원 대
유럽이 하나로 통합되는 과정이지만 인종 문제는 여전히 존재합니다. 특히 정치. 경제적으로는 통합되는 지 몰라도 사회적으로는 그다지 통합이 진전되지 않고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금융 위기로 내 일자리를 외국인이 빼앗아 간다는 극우파들의 주장이 먹히면서 이런 움직임은 더욱 심해지는 것 같습니다. 프랑스 내부에서도 극우파인 국민전선(FN)이 득세하고 있다는 사실은 이런 단면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제가 몇 차례 얘기했지만 내년 5월 유럽의회 선거가 주목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내년 선거에서 극우파들이 득세하면 유럽의 분위기도 바뀔 수 있습니다. 그때가 되면 아시아인에 대해서도 그다지 우호적이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혹시 유럽 여행 가시는 분들은 이런 분위기를 참고하시는 게 좋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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