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의 경영권 승계가 임박했다는 관측이 대두되면서 유력 후계자인 이재용 부회장이 힘든 시험에 직면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 인터넷판이 1일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26년간 삼성을 이끌어온 이건희 회장이 지난해 유일한 아들인 이재용 씨를 부회장으로 승진시키면서 경영권 승계가 임박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대두했다.
1938년 이 회장의 선친인 고(故) 이병철 회장이 창업할 당시만 해도 삼성은 지방의 작은 무역회사에 불과했으나 이 회장이 경영권을 물려받은 이후 세계에서 가장 크고 강력한 전자회사 중 하나로 성장했다.
메모리 반도체로 세계시장을 제패한 삼성은 이후 TV에서 1등이 됐으며 가장 최근에는 휴대전화 시장에서 선도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삼성그룹의 사업 영역은 건설에서부터 생명보험에 이르기까지 다양하지만 가장 돋보이는 것은 매출 기준으로 세계 최고의 기술기업으로 부상한 삼성전자다.
삼성그룹의 다른 계열사들은 이 회장의 두 딸이 물려받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지만 '왕관의 보석'격인 삼성전자는 아들인 이 부회장이 경영권을 이어받을 것으로 대부분의 분석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6월 이후 삼성전자의 주가는 스마트폰 수익성에 대한 우려 등으로 11%나 하락하면서 삼성의 미래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반영했다.
투자자들은 과연 삼성이 이 부회장으로의 경영권 승계가 이뤄진 뒤에도 그동안 보여줬던 것과 같은 경이적인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을지에 대해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
24만6천명에 달하는 삼성그룹 임직원 중 올해 71세인 이 회장을 개인적으로 접해본 이는 거의 없지만 그의 전설적 성공신화는 많은 사람들에게 상세히 알려져 있다.
삼성의 휴대전화 사업 진출 초창기에 이 회장의 지시로 품질기준에 못미치는 휴대전화 수천대를 거대한 모닥불에 태워버린 일화는 유명하다.
또 1993년 6월 독일 프랑크푸르트 켐핀스키 호텔에서 그룹 임원 200여명을 모아놓고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꾸라"고 했던 이 회장의 이른바 '프랑크푸르트 선언'은 삼성을 제2의 창업으로 이끈 일화로 숭배되곤 한다.
이 회장은 이처럼 삼성 내에서 상징적인 존재지만 매일 출근하지는 않고 주로 자택에 있는 개인 집무실에서 대부분의 업무를 본다.
그는 비리 스캔들에 연루돼 2008년 그룹 회장직에서 물러났다가 2년 뒤 사면을 받고 경영 일선에 복귀하기도 했다.
이 회장이 없는 공백 기간에도 삼성의 기업활동은 정상적으로 유지됐다.
바로 이 같은 점이 투자자들로 하여금 최근 삼성의 성공이 어디까지가 이 회장의 경영능력에 의한 것이고 어디까지가 한국에서 가장 뛰어나고 야심찬 경영인들로 구성된 삼성 임원진에 의해 달성된 것인지를 판단하기 어렵도록 만드는 요인이다.
쿼드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사(社)의 마르첼로 안 펀드매니저는 "삼성은 지난 20년간 전문경영인들이 매우 조직적인 방법으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했고 바로 그 점이 애플과 다른 점"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경영권 승계가 임박했다는 조짐은 어린 시절부터 후계자 수업을 받아온 이 부회장이 과연 삼성을 이끌어갈 만한 능력이 있는 인물인가에 초점을 맞추도록 하고 있다.
올해 45세인 이 부회장은 그의 부친보다는 한층 외향적인 인물로 알려져 있다.
일본 게이오대와 미국 하버드대 비즈니스 스쿨에서 유학한 이 부회장은 영어와 일본어에도 능통하다.
삼성 내에서 이 부회장이 가장 처음 맡았던 눈에 띄는 직책은 최고고객담당책임자(CCO)였다.
2007년 이 부회장이 CCO에 임명되자 이를 한직으로 여겼던 비평가들은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이 부회장은 CCO 업무를 통해 애플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와 정기적인 접촉 기회를 가질 수 있었고 이 부회장은 2011년 거행된 잡스 추도식에 초대됐던 유일한 아시아인 경영자가 될 수 있었다.
삼성과 애플은 비록 스마트폰 특허권을 둘러싼 치열한 법정공방을 벌이고 있지만 애플은 여전히 삼성 부품의 주요 고객이다.
잡스뿐 아니라 이 부회장이 CCO로 재직하면서 쌓은 글로벌 인맥은 삼성이 오늘날 고객, 부품공급사, 제휴사 등으로 복잡하게 얽힌 글로벌 사업망을 활용하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삼성의 스마트TV 사업만 보더라도 더이상 TV는 단순히 하드웨어를 제조하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콘텐츠 공급자와의 파트너십 관계를 육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부회장이 미국 정·관계에 갖고 있는 인맥은 삼성이 아마존이나 넷플릭스, 버라이존과 같은 회사들의 지지를 얻어 현지에서 스마트TV 사업을 하는 데 적잖은 도움을 주고 있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의 주식을 5%도 갖고 있지 않은 오너 일가가 경영권을 승계하려 하는 데 대해 비판하기도 하고 이 부회장의 경영능력이 검증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이 부회장을 잘 아는 사람들은 최근 갤럭시 스마트폰의 성공에 이 부회장이 깊숙이 관여해왔다며 그러한 시각이 공평하지 않다고 말한다.
아시아 신흥국 시장을 담당하는 허메스 증권의 조너선 파인스 펀드매니저는 "지금까지는 매우 성공적이었기 때문에 삼성의 경영방식을 비판하기는 어렵다"며 "하지만 체스게임과 마찬가지로 투자자들은 다음 수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시드니=연합뉴스)
"삼성 후계자 이재용, 힘든 시험에 직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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