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의 사표를 30일 수리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진 장관은 이에 따라 '실세 장관'으로 불리며 기대 속에 복지 수장에 오른지 약 200일만에 청와대와 의견 충돌을 빚고 단명한 장관이란 기록속에 복지부를 떠나게 됐다.
지난 3월 11일 새 정부의 초대 복지부 장관으로 취임할 당시만해도 복지부 안팎에서는 "실세 장관이 왔으니 예산 확보 등 정책 추진이 순조로울 것"이라며 대체로 반기는 분위기였다.
관록을 자랑하는 3선 의원일 뿐 아니라, 박 대통령이 한나라당 대표 시절 비서실장을 지냈고, 지난 대통령 선거때는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으로 대선공약 입안을 주도했다.
특히 대선후 대통령직 인수위 부위원장으로 새 정부의 운용방향에 대한 설계를 총괄한뒤 곧바로 복지수장에 임명돼 새 정부의 '핵심 실세'로 손색이 없어 보였기 때문이다.
진 장관은 취임식에서 "어떤 국민도 기초적 삶을 영위할 수 없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없도록 사회안전망을 더욱 촘촘히 하겠다"며 기초연금(당시 국민행복연금)의 성공적 추진, 기초생활보장제도의 맞춤형 개별급여체제 전환, 생애주기별 맞춤 복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등을 주요 정책 비전으로 제시했다.
실제로 그는 이후 6개월여의 비교적 짧은 기간에 박근혜 대통령의 핵심 복지 공약들에 대한 실행 청사진을 꾸준히, 차례대로 내놓았다.
우선 복지부는 지난 6월말 4대 중증질환(암·심장·뇌혈관·희귀난치질환) 치료에 꼭 필요한 처치와 약제 등에 대해 2016년까지 모두 건강보험을 적용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4대 중증질환 보장 강화 계획'을 국무총리 주재 사회보장위원회에 보고했다.
또 지난 10일에는 역시 사회보장위원회에서 이른바 '맞춤형' 기초생활보장제도 급여 체제 개편안을 제출했다.
진 장관 스스로도 사우디아라비아 방문 출국에 앞서 지난 16일 "무상보육·4대중증질환 보장·기초연금·복지전달체계개편·기초생활보장 개별급여 전환 등 5대 주요 복지 국정과제가 어느 정도 마무리 된 것 같다"고 자평할 정도였다.
아울러 사우디 아라비아에 우리 의료 IT(정보기술) 시스템을 수출키로 하는 등 보건·의료 부문의 해외 진출에도 공을 들였고, 일부 성과를 내기도 했다.
이처럼 불과 보름 전만해도 "대체로 무난하게 현 정부의 임기내 복지 정책의 방향을 잡아간다"는 평가를 받던 진 장관이었지만, 결국 박근혜 대통령의 대표 복지 공약인 '기초연금'에 발목을 잡혔다.
복지부는 지난 7월 기초연금 논의기구인 국민행복연금위원회의 논의결과를 토대로 장고끝에 지난 26일 "소득 하위 70%를 대상으로 10만~20만원을 국민연금 가입기간과 연계해 차등지급한다"는 내용의 최종 정부안을 내놨다.
그러나 진 장관은 그 동안 청와대와의 논의 과정에서 개인적 소신에 따라 국민연금 가입기간이 길수록 기초연금을 깎는 연동 방식에 반대해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차등을 하더라도 국민연금 가입기간이 아닌 소득인정액을 기준으로 적용해야한다는 입장이었다.
이 방안이 뜻대로 관철되지 못하자 사우디 출장 직전에 측근들에게 사의를 내비쳤고, 출장에서 돌아오기도 전에 이 사실이 국내에 보도돼 파문이 일었다.
귀국 직후 정홍원 총리는 두차례에 걸쳐 사의와 사표를 반려했지만 진 장관은 사의를 고수했다.
특히 29일 장관실 직원 결혼식에 하객으로 참석한 그는 "내가 반대하는 기초연금안(국민연금 연계방식)으로 어떻게 국민과 국회를 설득하겠느냐"며 사퇴 배경으로 기초연금을 둘러싼 청와대와의 갈등을 공식 인정해 파문은 확대됐다.
결국 진 장관 사퇴 문제가 청와대와의 갈등, 항명 파동으로 번질 조짐이 보이자 정 총리도 30일 더 이상 설득을 포기하고 "더이상 진 장관이 국무위원으로서 국민을 위한 임무를 할 수 없다고 판단해 사표를 수리하고자 한다"며 '진영 카드'를 버렸다.
박 대통령도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국민을 대신해 정책을 입안하는 정부와 국무위원, 수석들은 책임감과 사명감을 갖고 모든 일을 해야할 것"이라며 진 장관을 겨냥해 두 차례나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서울=연합뉴스)
'실세'로 취임해 '항명'으로 물러난 진영 장관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동영상 기사
동영상 기사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