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연금 파동으로 온 나라가 시끄럽다. 기초연금을 국민연금과 연계하는 정부안에 반발해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이 사표를 냈고 고심하던 국무총리가 이를 수리했다. 공약에 대한 말 바꾸기다, 아니다, 논란이 이어지고 있지만 대책없이 노후를 맞은 어르신들 모두가 당장 20만원씩 지원받기는 어려울 걸로 보인다. 이 문제가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 이유는 이제 막 은퇴를 맞이한 세대 상당수가 노후 준비를 전혀 하지 못했다는 점 때문이다. 국민연금의 혜택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자식 키우느라 저축한 돈을 다 써버린 실버 세대는 늘어난 수명만큼 오랫동안 불우한 노후를 살아내야 한다. 견뎌내야 한다. 요즘 날아오는 부고를 보면 향년 95세, 92세의 호상이 적지 않다. 많은 사람이 장수의 천혜를 누릴 수 있는 세상이 된 것이다. 수년 전 우리 보도국 미래부에 파견돼 저출산, 고령화 문제를 심도깊게 취재해 본 경험으로 미루어 노후 준비가 인생의 성공 여부를 결정짓는 결정적인 변수라는 점을 다시 새겨 본다.
비가 내리던 어느 목요일 저녁, 약속에 늦어 택시를 탔다. 늘 그렇듯이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고 있는데 택시기사가 묻는다. ‘전두환이 오래 살 것 같아요, 김영삼이 오래 살 것 같아요?’ 뜬금없는 질문에 잠시 두 사람의 얼굴을 떠올렸다. 역사의 뒤안길로 물러서 있는 전직 대통령들. 그러고 보니 두 양반 모두 고령이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1927년생, 전두환 전 대통령은 빠른 31년생이니 여든을 훌쩍 넘겼다. 최근 전 전 대통령을 직접 봤다는 택시기사는 그가 조금 더 오래 살 것이라고 장담했다. 물론 두 사람 모두 백수(白壽)를 누릴 거라면서.
지인들과의 술자리에서도 길어진 인간의 수명과 노후 인생에 대한 준비가 화두에 올랐다. 요즘 정년퇴직하는 선배들 가운데는 흰머리 몇 가닥 보이지 않을 정도로 젊고 건강한 분들이 적지 않고, 저세상으로 가기 전까지 사지 멀쩡히 사는 기간이 너무 길어졌다는 푸념아닌 푸념이 터져 나왔다. 그런데도 직장 안에서의 승진은 점점 늦어져 50대 과장, 차장이 넘쳐나고 고작 부장으로 조직생활의 끝을 맺는 사람들이 다수라는 현실도 곱씹었다. 과거에는 출세가 놀라울 정도로 빨랐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35살에 굴지의 현대건설 사장이 되었다. 고위직 검사로 잘 나가다 슬롯머신 사건으로 구속됐던 이건개 전 대전고검장은 만 29살에 청와대 사정비서관을 거쳐 30세에 지금의 서울경찰청장으로 부임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46세에 대통령에 올랐고 그를 보좌하던 김종필씨는 만 35세에 중앙정보부장이 됐다.
지금도 발탁이나 특진은 있지만 대부분의 인생은 과거보다는 천천히, 늘어난 수명만큼이나 얇고 길게 펼쳐지다 사그라져 간다. 수명이 길어지면서 언론들은 ‘100세 시대’라는 구호를 쏟아냈다. 그러나 이는 희망 목표적인 의미가 강하고 실제는 90세 시대의 도래가 맞는 듯하다. 그렇게 놓고 보면 보통 한국인의 삶은 30년 단위로 구분된다. 태어나서 첫 30년은 배우는 시기, 다음 30년은 일하고 벌고 양육하는 시기다. 치열하게 인생의 2막을 보내고 나면 나머지 30년, 아흔 살을 향한 마지막 항해가 남게 된다. 이 항해야말로 바다에 대한 정보도 부족하고 배에 연료도 충분하지 않은 채 떠나는 고행의 길이 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30-30-30 시대. 격동의 1막, 2막, 60년 인생을 일구는 것도 녹록치 않지만 마지막 30년을 잘 보내기 위해서는 철저한 준비가 절실하다. 건강과 어느 정도의 재력, 죽음과 인생을 긍정적으로 이해하는 일, 여생을 함께 할 친구가 마지막 항해를 위해 꼭 필요한 것들이다.
동영상 기사
동영상 기사
동영상 기사
동영상 기사
동영상 기사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