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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中 복부인 징역 3년형…수백억 축재는 눈 감아

[월드리포트] 中 복부인 징역 3년형…수백억 축재는 눈 감아
본명 궁아이아이.

하지만 본명보다 '팡지에(房姐)'즉 '부동산 언니(누나)'라는 별명으로 중국에서 더 유명한 복부인이 결국 징역형을 선고받았습니다. 산시성 징볜현 법원이 <불법 신분 보유> 혐의로 기소된 그녀에게 어제 (9월29일)징역 3년형을 선고한 겁니다.

하지만 그녀가 축재한 수백억원대 재산에 대해서는 아무런 판결을 내리지 않았습니다. 좀 더 정확히 얘기하면 검찰이 그녀의 수백억대 재산 형성 과정에 대해서는 불법 행위를 발견하지 못했다면서 기소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죄를 묻지 않았으니 당연히 그에 대한 판결도 없었던 거죠. 그녀가 어제 법원 판결에 불복해 항소할지 모르겠으나, 판결을 수용해도 일단 3년 징역형을 살고 나오면 그녀가 모아 둔 수백억대 재산은 모두 그녀 몫입니다.

그녀의 재산 규모는 산시성과 베이징 등지에 상점과 사무실, 주택 등 44채를 보유해 3억 9천5백만위안
(우리 돈 695억원)어치에 달합니다.

"한 탕 크게 해먹고 3년만 (감옥에서) 고생하면 수백억이다"라는 비아냥 댓글이 중국 인터넷에 올라오는 이유입니다.

윤영현 취파
그녀의 나이는 올해 49세….

궁씨는 산시성의 한 소규모 은행 부행장 출신입니다. 연줄이 있는 공안 관계자들에게 부탁해  본명 '궁아이아이' 외에도 '궁셴사' 등의 이름으로 베이징 등지에 4개의 호구(호적)를 만들었습니다. 우리로 치면 한 사람이 4개의 호적과 주민등록증을 갖고 있는 셈입니다.

지난 1월 중국 인터넷에 산시성 사람인 궁씨가 부정하게 만든 베이징 호구를 이용해 베이징에 수십채의 부동산을 사들였다는 폭로 글이 올라오면서 '궁씨 사건'은 세상에 알려지게 됐습니다.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으며 궁씨는 '부동산 누나'라는 별명도 얻게 되고, 고향인 산시성을 넘어 전국적인 유명인사로 떠올랐지요.

궁씨는 왜 여러개의 호적을 만들었을까요?  바로 부동산 투자와 사업하는데 있어 현지 호적이 매우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윤영현 취파
수도 베이징의 경우 베이징 호구가 없는 외지인들은 복잡한 제약 때문에 사실상 주택 등 부동산을 사고 파는게 불가능합니다. 급속한 인구 유입과 집값 상승 등을 억제하기 위해 당국이 베이징 시민이 아닌 외지인들에게는 여러 가지 까다로운 규제를 가하고 있는데, 돈과 연줄이 있었던 궁씨에게는 전혀 장애물이 되지 않았던 겁니다.

궁씨 사건이 불거졌을때 많은 중국인들이 분노한 데는 궁씨가 보통 사람들에게는 선망의 대상인 베이징 호구를 그렇게 손쉽게 돈으로 사고, 이를 이용해 막대한 부를 쌓았다고 여기기 때문입니다.  물론 일부 사례이기는 합니다만 돈과 연줄만 있으면 얼마든지 가짜 신분을 만들 수 있는 중국 호적 제도의 허점과 부유층들이 편법과 불법을 통해 엄청난 부를 축적하고 있음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겁니다.

'한 자녀 정책' 탓에 태어 났어도 출생 신고를 못 한,  즉 호적에 올리지도 못한 이른바 '어둠의 자식들'이 적지 않고 이들의 경우 신분이 없는 '투명 인간' 이라 교육과 의료 등 각종 사회복지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점을 감안하면 반감은 더욱 심할 수 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궁씨가 재판 과정에서 불법 호적을 만들어준 사람들이 잘못이지, 자신은 죄가 없다고 뻔뻔하게(?) 무죄를 주장해 대중을 더욱 분노케하기도 했습니다.

궁씨에 대한 사법 처리로 이번 사건이 일단락되가는듯 하지만 여진이 계속되고 있는데는 앞서 언급한 이런 점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봐야겠죠. 누리꾼들은 호적 제도에 대한 손질과 함께 궁씨의 재산 형성 과정을 조사하라고 당국을 압박하고 있습니다. 불법 취득한 호구로 구입한 부동산 값이 뛰어 재산을 불린 만큼 당연히 몰수(환수)해야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습니다.

여담입니다만 요즘 베이징의 경우 집값이 서울 강남 못지 않게, 아니 더 비쌉니다.  웬만하면 10억대, 20억대입니다. 고급 아파트나 빌라의 경우 3-40억대가 기본이고 그 이상도 많습니다. 부동산 '거품' 아니냐는 분석들이 많이 나오고 있는데 얼마전 지인에게 이런 얘기를 들었습니다. 베이징과 상하이 등 대도시의 부동산은 13억 중국 인구가 떠받치고 있다는 겁니다. 거품이 꺼지더라도 오래간다는 것입니다.

중국의 1인당 GNP는 5천달러 정도로 2만 달러인 우리보다 대략 4배 가량 적습니다. 하지만 13억 인구 가운데 2만 달러 이상이 2억명 가량으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우리 인구가 5천만이니 이 역시 4배 가량입니다. 인당 평균은 우리보다 못하지만 잘 사는 사람들은 우리보다 훨씬 많은 겁니다. 중국 경제가 잘 나가면서 외국인들의 부동산 수요는 차치하고 중국내 수요층도 그 만큼 두텁다는 얘기입니다.

중국 각 성에서 돈 좀 있다는 사람들은 사업상 필요 또는 투자(투기) 등의 목적으로 정치와 경제의 중심지인 베이징과 상하이에 부동산을 장만하려고 몰려들고 있습니다. 베이징 등지에 44채의 부동산을 소유했던 '부동산 언니' 궁씨처럼 말이죠. 당장 13억 모두는 아니더라도 2억 명의 수요층으로 인해 값이 올라가면 올라갔지 쉽게 떨어지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지금까지는 일단 사두면 5년 만에 집값이 두배가 될 정도로 뛰었으니 부동산 불패 신화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요즘 중국 부유층들은 베이징과 상하이의 집값을 서울과 비교해 '거품' 아니냐고 물으면 고개를 갸웃거리며 이렇게 답한다고 하네요.

"아니 왜 뉴욕과 도쿄 놔두고 서울과 비교합니까? 뉴욕, 도쿄에 비하면 베이징, 상하이는 아직 많이 쌉니다. 갈 길이 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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