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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벌 없는 '음주 자전거'…얼마나 위험한가 보니

<앵커>

내년부터 자전거를 타면서 스마트폰을 조작하면, 벌금 3만 원을 내야 합니다. 그런데 술을 마시고 자전거를 탔을 때는 아무런 처벌이 없습니다. 자전거 음주운전은 많지 않은 걸까요?

하대석 기자가 현장 취재했습니다.



<기자>

팔당 대교를 지나서 이어지는 한강 자전거길.

길옆 야외식당과 매점마다 자전거 운전자들로 북적댑니다.

[막걸리 하나하고 그 다음에 김치전하고요.]

자전거 복을 입고 막걸리와 맥주를 들이켜는 사람들.

술이 없는 테이블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좀 전에 저기서 술 드시지 않으셨어요?)]

[자전거 운전자 : 원래 자동차도 소주 한 잔은 괜찮잖아요. 그래서 막걸리 한 잔이니까.]

하지만, 한두 잔만 마시는 게 아닙니다.

테이블에 모여앉은 남자 7명.

테이블 위에 2병, 바닥에 8병, 모두 10병으로 한 명당 막걸리를 한 병 반씩 마셨습니다.

경찰이 쓰는 위드마크 공식으로 추산하면 혈중 알코올 농도 0.07%.

자동차를 몰았다면 면허 정지 수준입니다.

술을 마시다가 드러누워 잠든 사람도 있습니다.

[소연우/경기도 용인시 : 술 드시고 타면 벌써 판단력이 흔들리고 조금만 벗어나면 상대편이랑 부딪칠 수 있기 때문에 (불안해요.)]

자전거 음주운전은 얼마나 위험할까.

술에 취한 상태를 체험할 수 있는 특수 고글을 쓰고 자전거를 몰아봤습니다.

혈중 알코올 농도 0.1% 미만에 해당하는 고글을 쓰면 약간 불안하긴 해도 지그재그 주행할 수 있지만 0.1%가 넘으면 방향 전환에 어려움을 겪고 0.2% 이상 만취 상태에선 주행 자체가 불가능합니다.

도로교통법에는 "술에 취한 상태에선 자전거를 운전해선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처벌 규정이 없습니다.

내년 2월부터는 자전거도 주행 중에 스마트폰을 조작하면 벌금 3만 원을 부과하면서 음주 운전은 내버려두는 겁니다.

음주 자전거 운전을 엄격히 처벌하는 일본과 독일, 네덜란드 등 선진국과는 대조적입니다.

[김동현/서울 대림동 : 음주 중에 자전거 타는 게 훨씬 더 위험한데 그거는 처벌 안 하면서 스마트폰을 조작하는 거에만 벌금 부과하는 건 아무래도 좀 이상한 것 같아요.]

지난 한해 자전거 교통사고는 1만 3천여 건으로 295명이 숨졌습니다.

자전거 음주운전을 처벌하는 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됐지만 1년째 잠자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 주 범, 영상편집 : 김경연, VJ : 정영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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