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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산 누출사고 1년…'용두사미 대책' 우려

<앵커>

1년 전 오늘(27일), 추석 연휴를 이틀 앞두고 구미의 한 공장에서 불산가스가 치솟았습니다. 5명이 숨지고 18명이 다쳤습니다. 인근 주민 1만 2천여 명이 병원진료를 받았는가 하면, 농작물이 말라 죽고 가축들은 이상 증세를 보였습니다. 1년이 지났지만 상처는 아물지 않고 있습니다.

박현석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기자>

사고와 함께 가동이 멈춘 불산 공장.

곳곳이 부식돼 흉물로 변해가고 있습니다.

주변에 있던 아름드리 나무들은 베어졌고 잡풀만 무성히 자랐습니다.

한우 축사는 1년째 텅 비어 있습니다.

[피해 농민 : 못 넣잖아요. 아직 찝찝하고 그래서. 공단에서 큰 소리, 뻥 소리가 나면 또 뭔가가 안 터졌는가. 항상 불안해하고 있는 거지, 이 동네 사람들은.]

마을의 주 소득원 가운데 하나였던 과수원에는 올 가을 수확의 기쁨은커녕, 이렇게 언제 자라려나 싶은 어린 묘목들만 심어져 있습니다.

피해가 덜 했던 포도 농가들도 울상입니다.

[포도 상인 : 아직 개시도 못 했어요. 전부 놀고 있잖아. 전에는 잘 팔렸는데. 내년 후년까지 가면 몰라도…]

구미에 이어 청주와 화성 등에서도 불산이 누출되는 등 사고가 전국에서 잇따랐습니다.

올 들어서만 64건의 유독물질 누출 사고로 10명이 숨지고, 57명이 다쳤습니다.

정부는 사고업체에 매출액의 최대 5%를 과징금으로 물리는 등 관련 법을 크게 강화했습니다.

하지만 산업계의 강한 반발에 부딪히자 하위 법령을 통해 규제를 다시 풀어주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최예용 소장/환경보건시민센터 : 이것은 구미 불산사고가 우리 사회에게 준 교훈을 잊는 것입니다. 오히려 강화시켜서 다시는 이런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하고 그런 바탕위에…]

기업들의 고질적인 안전 불감증도 문제지만 이를 고치기 위한 대책마저 용두사미로 끝날까 우려됩니다.

(영상취재 : 김현상, 영상편집 : 홍종수·박춘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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