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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노점상에게는 극형, 권력자 부인은…논란

유권무죄, 무권유죄(有權無罪, 無權有罪)

[월드리포트] 노점상에게는 극형, 권력자 부인은…논란
중국에서 한 노점상의 사형 집행을 두고 누리꾼들이 들썩이고 있습니다.

동정과 반발 여론이 거세게 일고 있습니다. 권력이 있으면 무죄고 힘이 없으면 유죄가 된다는 유권무죄 무권유죄(有權無罪, 無權有罪)의 전형적인 사례라는 겁니다. 약자에게는 강하고 강자에게는 관대한 중국의 사법 현실을 꼬집는 댓글이 인터넷을 도배하다시피 하고 있습니다.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주인공은 샤쥔펑(夏俊峰)이란 노점상입니다.

양꼬치 노점상이었던 샤쥔펑은 지난 2009년 5월 랴오닝성 선양시에서 여느때처럼 아내와 함께 좌판을 벌였다가 단속에 나선 청관(노점상 단속요원)에게 적발됐습니다. 청관 사무실로 끌려갔고, 사무실에서 청관들과 충돌했습니다. 청관 2명이 숨지고 한 명이 다쳤습니다. 그 해 11월 열린 재판에서 샤쥔펑은 고의 살인 혐의로 사형 선고를 받습니다.

"청관들이 욕을 하며 먼저 때렸다. 집단 폭행에 맞서 어쩔 수 없었다는 즉, 정당방위였다는 그의 주장과 목격자들의 증언은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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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청관은 '공인된 깡패'로 불립니다.무자비한 단속으로 악명이 높은데, 단속 과정에서 노점상이 숨지는 사고도 빈번해 청관은 사회적 지탄의 대상이 돼 왔습니다. 샤쥔펑 사건이 알려졌을때 그의 살인 행위에 대한 비난보다 "오죽했으면" 하는 동정 여론이 일었던 이유입니다. 샤쥔펑은 항소했지만 2011년 5월 랴오닝성 고등법원은 원심인 사형을 그대로 확정했습니다. 3심제인 우리와는 달리 중국은 2심제로 최종심이었습니다.

사형 확정 소식에 인터넷에는 또 한번 비난 댓글이 쏟아졌습니다. 한 누리꾼은 "2008년 후베이의 한 청관은
노점 사진사를 살해했는데 징역 9월에 불과한 처벌을 받았다"면서 힘 없는 일반 백성에게만 가혹한 처벌이
내려졌다고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이후 잊혀져가나 싶던 '샤쥔펑 사건'은 지난해 8월 보시라이 전 충칭시 당 서기의 부인인 구카이라이의 살인 혐의 재판을 계기로 다시 주목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영국인 사업가를 독살한 혐의로 기소된 구카이라이에게 법원이 사형 유예 판결을 내리자 누리꾼들이 '샤쥔펑 사건'을 상기하며 들고 일어 난 겁니다.

전혀 관련 없는 두 사건이지만 누리꾼들은 "범죄를 치밀하게 계획한 사람은 사형 유예를 받고, 정당방위로 사람을 죽이면 사형을 받는 게  중국의 정의냐"고 따졌습니다. 법원이 이른바 '빽' 없는 노점상에게는 극형을 내리더니 권력자의 부인에게는 관대한 처분을 내린 게 아니냐는 겁니다.
법정 옷차림도 논란을 증폭시켰는데 샤쥔펑은 죄수복 차림에 쇠사슬에 묶인 채 재판을 받았지만 구카이라이는 권력층이라는 이유로 수의 대신 평상복 차림에 수갑도 차지 않은 모습이 공개되면서 비난은 더욱 거세졌습니다.

(우리나라 재판정은 언론에 공개되지 않지만 중국에서는 재판이 생중계 되는 경우가 흔합니다. 심지어 올 3월에는 중국인 13명을 살해한 미얀마 출신 '마약왕' 나오칸과 그의 일당 4명의 경우 사형 집행 직전, 두려움에 떨고 있는 모습까지 TV에 생중계돼  '공개 사형' 논란이 일기도 했습니다.)

샤쥔펑에 대한 동정과 사형 집행 중지를 호소하는 여론에도 불구하고 결국 그는 확정 판결 2년 4개월만인 어제(9월 25일)끝내 사형이 집행됐습니다.

사형 집행 소식에 누리꾼들은 샤쥔펑의 명복을 빌면서 중국 사법 제도를 비난하는 목소리를 더욱 높이고 있습니다. "가혹하다" "사법 정의도 죽었다"는 비난 댓글들이 줄을 잇고 있는 가운데 한 웨이보 (중국판 트위터) 이용자는 "올해 구이저우성에서는 경찰이 민간인 2명을 살해했는데 정당 방위였다며 징역 8년을 선고받았다"고 지적했습니다.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하지 않다, 공정하지 않고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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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평성 논란에 더해 샤쥔펑의 부인 장징이 자신의 웨이보에 올린 글로 인해 많은 누리꾼들이 공분하고 있습니다. 장징은 "사형 집행 전 30분간 마지막 면회 동안 가족 사진 한 장 찍어줄 것을 요청했지만 법원 관리들이 거절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남편이 구속되고 지난 4년 동안 오늘이 3번째 면회였다면서 아들에게 남겨줄 사진 한 장 찍는 것도 안되고 왜 이렇게 잔인하지 모르겠다"라고 했습니다. 특히 "남편 샤쥔펑은 지난 2009년 경찰에 붙잡힌 뒤 조서 등 모든 것이 경찰에 의해 이미 만들어져 있었으며 서명만 하라고 했다. 그러지 않을 경우 구타를 당했다고 처음으로 밝혔다"고 적었습니다. 경찰의 구타 사실이 폭로되면서 진상을 밝혀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습니다. 사형 집행으로 사건이 마무리된 게 아니라 '샤쥔펑 사건'의 파장이 오히려 더 커지는 양상입니다.

한 노점상의 사형 집행을 계기로 중국 사법 제도, 형평성에 대한 논란이 다시 가열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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