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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제2의 지구별, 안 보고도 찾는다!

[취재파일] 제2의 지구별, 안 보고도 찾는다!
제2의 지구, 눈으로 안 보고도 찾습니다. 우리 과학자들의 공언입니다. 빈말은 아닙니다. 실제로 외계행성을 찾는 원리가 그렇습니다. 일명 중력렌즈 효과입니다. 원리가 참으로 묘합니다. 우선 우주 저 멀리서 빛이 출발합니다. 빛은 지구에 있는 망원경을 향해 달려옵니다. 그런데 빛의 여행 중간에, 빛은 우리가 몰랐던 어떤 외계행성의 주변을 지날 수 있겠죠. 그때 빛은 휘어집니다. 물론 눈으로 볼 때 그렇다는 얘기입니다. 사실 빛은 외계행성의 질량이 휘게 만든 주변의 시공간을 일직선으로 달린 것뿐입니다.

이렇게 휘어진 빛이 모이면, 빛의 밝기가 원래보다 살짝 밝아집니다. 햇빛에 볼록렌즈를 대면 빛이 모여 눈부시게 밝아지는 것과 같은 원리입니다. 외계행성이 마치 볼록렌즈처럼 기능한다는 게 그런 얘기입니다. 중력렌즈라는 이름이 붙은 이유입니다. 외계행성이 자신의 질량으로 휘게 만든 시공간, 그것이 마치 렌즈처럼 작용해 우주 저 멀리서 출발한 빛을 휘게 만든다. 그리고 살짝 밝아진 빛을 망원경이 관측한다. 그럼 지구의 누군가는 외계행성을 눈으로 확인하지 못했더라도, 아 외계행성이 있구나, 알아낼 수 있는 것입니다. 기막힌 원리입니다.

한국천문연구원은 이 원리로 제2의 지구를 찾겠다고 합니다. 관측소 제작은 거의 마쳤습니다. 망원경에 넣을 지름 1.6미터의 거울도 빛이 납니다. 내년에 칠레(CTIO 천문대)를 시작으로 남아프리카공화국(SAAO 천문대), 오스트레일리아(SSO 천문대) 등 3곳에 망원경을 설치합니다. 왜 3곳일까요. 관측 시간의 공백을 없애기 위해서입니다. 대낮에는 별을 관측할 수 없으니, 망원경이 한 곳에만 있으면 낮엔 놀아야 합니다. 그래서 3곳이 선택되었습니다. 이렇게 하면 24시간, 쉬지 않고, 밤하늘을 바라볼 수 있습니다. 어딘가 있을 또 다른 지구별을 떠올리며 꿈을 꿀 수 있습니다.

망원경을 굳이 돈 들여 다른 나라에 설치하는 이유도 흥미롭습니다. 비밀은 다시 돌아가, 중력렌즈 효과 때문입니다. 이 효과로 외계행성을 찾는 건 백사장 바늘 찾기입니다. 우주에서 서로 다른 속도로 운동하는 두 개의 별(하나는 외계행성)이 우연히 하나의 일직선 위에 놓일 때만, 외계행성을 찾을 수 있으니까요. 천문연구원 박병곤 광학망원경 사업센터장은 이걸 ‘100만분의 1’밖에 안 되는 효과라고 했습니다. 그럼 얻어 걸릴 만한 조건을 만들어줘야 합니다. 그게 바로 한 번에, 최대한 많은 별을 찍자는 것입니다. 은하 중심부가 딱입니다. 은하 중심부, 궁수자리 쪽이라고 하는데, 천문연구원 망원경은 한 번에 1억 개 이상의 별을 찍을 수 있습니다. 거기를 관측하려면 남반구 위도 30도가 적당합니다.

외계행성 찾기의 미묘함은 더 남았습니다. 왜냐하면 행성이라는 게 스스로 빛을 내는 것도 아니고, 빛을 내는 항성 주변을 뱅뱅 도는 녀석이기 때문입니다. 행성은 항성 가까이에 있습니다. 그래서 중력렌즈 효과가 언뜻 머릿속에 잘 그려지지 않습니다. 빛이 항성 주위를 지날 때 한 번 휘고, 행성 주위를 통과할 때 또 휜다는 건가? 이런 궁금증입니다. 해답은 망원경의 관측 그래프에 있습니다. 과학자들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빛의 밝기가 어떻게 변하는지 그래프를 보는데, 이렇게 엄마별을 도는 외계행성이 지나가면, 이 밝기 그래프가 중간에 갑자기 올라갔다 떨어지는, 유독 튀는 구간이 생긴다고 합니다. 그러면 그 그래프만 보고 외계행성의 존재를 확신하고, 그것의 질량, 또 항성과의 거리를 계산합니다.

외계행성이 처음 발견된 건 1995년입니다. 중력렌즈 효과로 발견한 것도 있고, 다른 원리로 발견한 것도 있습니다. 지난 18년간 거의 1천 개가 발견됐습니다. 몇 개가 발견됐는지, 가장 신뢰할 만한 실시간 정보는 http://exoplanet.eu/ 에 들어가면 쉽게 알 수 있다고, 천문연구원은 설명했습니다. 지금까지 발견한 건 대부분 목성만 하거나, 지구의 몇 배가 큽니다. 게다가 우리의 태양과 같은 항성을 너무 가까이서 돌아, 몸이 뜨겁게 달아올라 있습니다. 가스 행성도 많습니다. 극한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지만, 뭔가 지적 생명체는 존재하기 힘들 거라고 과학자들은 생각합니다. 중력렌즈 효과를 이용하는 건 질량이 지구와 같은 가벼운 외계행성을 찾는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지금도 전 세계 연구진이 또 다른 지구를 찾겠다고, 밤하늘을 헤아리는 이유입니다.

[취재파일] 제2의


정말 우리밖에 없을까? 누군가 또 있지 않을까? 우주의 크기를 생각하면 아주 합리적인 호기심입니다. 어쩌면 누군가 또 있는 것이 당연할 정도로 우주는 무한에 가깝습니다. 그 지적 호기심에, 과학적 낭만에, 인류의 외로움이 버무려져 또 하나의 창백한 점을 찾기 위한 과학자들의 노력은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3개의 망원경이 구축되면 목성처럼 큰 행성은 1년에 1천개까지, 지구만한 예쁜 행성은 1년에 10개까지 찾을 수 있을 것으로 천문연구원은 기대하고 있습니다. 일단 찾았다 하면 중력렌즈 효과로 다시 관측하는 건 불가능하지만, 우주상 번지수를 알아냈으므로, 다른 망원경으로 생명체의 존재를 탐사하게 됩니다. 어쩌면 먼 미래에, 그 옛날 다윈처럼 종교의 뿌리까지 뒤흔들게 될지 모를 과학, 제2의 지구별 찾기 프로젝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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