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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건강보험료 체납자 명단 공개 뒷이야기

명단공개 D-1, 반나절 동안 걷힌 돈 17억 원

[취재파일] 건강보험료 체납자 명단 공개 뒷이야기
건강보험공단이 고액의 건보료를 상습 체납한 개인과 법인의 명단을 오늘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했습니다. 처음 있는 일입니다. 지난해 9월 국민건강보험법이 개정돼 건보료 체납자의 인적사항을 공개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되면서 올해 처음 그 명단이 공개된 것입니다.

건강보험공단은 지난 2월 보험료정보공개심의위원회를 통해 공개 대상자를 선정했습니다. 1천만원 이상의 건보료를 2년 이상 체납한 경우였습니다. 이후 공단에서는 대상자들에게 사전안내문을 발송해 6개월 동안의 소명기회를 줬다고 합니다. 이후 체납자의 소명내용과 재산상태, 소득수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납부능력이 있는데도 건보료를 내지 않고 있다고 판단되는 개인과 법인의 명단을 최종 공개하기에 이른 것입니다.

고액 상습 체납자 중에는 변호사나 의사 같은 전문직은 물론 자산이 많은 자영업자나 연예인들도 포함돼 있었습니다.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법률사무소를 운영하는 한 변호사는 월급으로 710만 원을 받고 고급자동차를 두 대나 보유하고 있지만 10년 넘게 건보료를 내지 않아 체납액이 7천 8백여만원에 달했습니다. 225억원어치가 넘는 토지와 건물을 소유한 자산가도 지난 5년간 건보료 체납액이 7천 3백만 원이 넘어 명단공개 대상이 됐습니다. 직원들에게 주는 월급에서는 건보료를 원천징수하고도 공단에는 해당 직원들에 대한 건보료를 내지 않은 얌체 법인 대표들의 명단도 공개됐습니다. 이들을 포함해 오늘 명단이 공개된 대상자는 개인이 335명, 법인이 644곳으로, 총 체납액은 249억여원입니다.

그런데 명단공개 대상과 체납액이 처음부터 이랬던 건 아닙니다. 무슨 뜻이냐고요? 사정은 이렇습니다.

건강보험공단에서 고액 상습 체납자들의 명단을 공개한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내고 관련 내용이 처음 기사화된 것은 어제 낮 12시경. 하지만 이 때는 공개대상자의 숫자와 총 금액만 나왔을 뿐, 실제 대상자들의 이름이 공개된 건 아니었습니다. 이 때 건강보험공단에서 처음으로 낸 보도자료에 나온 공개대상자는 개인이 345명, 법인이 648곳, 총 체납액이 256억원이었습니다.

현금 관련


그런데 명단공개를 예고하는 기사가 나오자 일부 체납자들이 밀린 건보료를 하나 둘 내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반나절 동안 개인 10명과 법인 4곳이 밀린 건보료 17억원을 뒤늦게 그러나 재빠르게 완납했습니다. 이 가운데는 유명 여성 탤런트도 포함돼 있었습니다. 이 탤런트는 재작년 한해 동안만 해도 1억1천7백여만원의 고소득을 올렸지만 지난 2007년 9월 이후 건보료 2천5백여만원은 내지 않았습니다. 그랬던 그녀가 명단 공개 방침이 알려지자 반나절 만에 건보료를 완납했습니다.

14명의 명단 공개 대상자들, 그들이 반나절 만에 납부한 돈은 17억원에 이릅니다. 그들은 마음을 먹으면 반나절 만에도 낼 수 있는 그 돈을 왜 2년 넘게 내지 않은 걸까요? 양심은 외면하면서도 망신은 당하기 싫었나 봅니다. 요즘 복지 재정이 부족하다며 세금 누수를 막아야 한다는 말이 자주 나옵니다. 건강보험도 마찬가지입니다. 시민들의 건강 안전망을 촘촘하고 단단하게 만들기 위해선 이렇게 새나가는 구멍을 잘 찾아 꼼꼼히 막는 노력도 더 필요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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