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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덕현의 TV 뒤집기] '스타킹'과 퓨전 문화

과거 창작이라고 하면 흔히들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이라 여기곤 했었죠. 하지만 요즘은 창작의 개념이 과거와는 많이 달라졌습니다. 완전히 새로운 것이 과연 존재하는가 하는 의구심 때문이죠. 그래서 요즘 창작에서 중요해진 건 이른바 퓨전이라 부르는 것입니다. 이질적인 것이 한 데 섞여서 어떤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것이죠. 이번 주 '스타킹'에서는 그 퓨전문화를 엿볼 수 있는 특별한 퍼포먼스를 볼 수 있었습니다.

지난 주 '스타킹'에서는 채소로 악기를 만들어 연주하는 코야마씨가 출연했는데요.신기하게도 채소로 만든 악기는 저 마다 각각의 음색으로 출연자들을 놀라게 만들었죠. 우리에게는 그저 먹기만 했던 채소가 이렇게 악기로 재탄생하고 그 악기로 아름다운 연주를 한다는 건 실로 대단한 발상의 전환이었습니다.

이렇게 전혀 다른 요소를 이어 붙여 완전히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것. 바로 퓨전이 보여주는 창작의 진수를 볼 수 있었는데요.채소 피리에 담겨진 코야마씨의 따뜻한 마음은 퓨전문화가 가진 즐거움의 이유가 바로 그 서로 다른 요소들 간의 소통에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죠.채소와 악기가 퓨전되어 만들어진 채소악기와 그 서로 다른 채소악기로 함께 연주하는 모습은 퓨전문화가 가진 어우러짐의 미학을 보여주었습니다.

한편 이 무대가 보여준 퓨전의 즐거움은  풀피리 연주가 정재영씨의 출연으로 더 커졌는데요.우리네 전통적인 악기인 초적이 연주하는 세계의 민속음악이나 가요 가락은 시공을 뛰어넘는 퓨전의 정수를 보여주었죠.채소 악기 연주자인 코야마씨가 풀피리 연주에 도전하는 모습 또한 퓨전이 가진 소통의 의미를 전해주기에 충분했습니다. 사실 20세기 내내 우리들은 무언가를 구분하고 분류하는 일에 너무나 익숙해졌던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렇게 분류해낸 것들이 진정으로 완전히 다른 어떤 것들이었을까요? 채소가 악기가 되고 동양의 전통 악기가 서양의 음악을 들려주고 서로 다른 악기가 모여서 함께 하모니를 만들어내는 이 과정들은 무엇을 말해주는 걸까요. 혹 이렇게 그간 분류되었던 것들이 사실은 하나였다는 얘기는 아닐까요?

완전히 다른 용도로 사용되던 것들이 새로운 용도를 발견할 때 우리는 깜짝 놀라곤 합니다. 또 습관적으로 규정하던 어떤 기능이 전혀 다른 기능으로 사용될 때 즐거움을 느끼기도 하죠. 퓨전문화가 시대의 새로운 창작의 코드로 들어온 것은 바로 이런 편견과 관습으로 굳어져버린 분류의 문화를 소통과 통합의 관점으로 다시 보려는 노력 때문입니다. 기상천외한 조합의 즐거움. '스타킹'은 실로 이 퓨전문화가 가진 경계 해체의 재미를 제공하는 프로그램라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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