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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기초연금 줄여도 지방엔 1조 부담…이게 전부가 아니다

[취재파일] 기초연금 줄여도 지방엔 1조 부담…이게 전부가 아니다
-'무상보육' 갈등…예고편에 불과하다

지난 3월부터 0세~5세 모든 영유아에게 보육료와 양육수당을 지급하는 이른바 '전면 무상보육' 예산을 놓고 정부와 지자체가 한판 승부를 벌였습니다. 결과는 돈자루 쥔 정부의 판정승.

"정부교부금을 받고 싶으면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라, 그렇지 않으면 돈 못 준다"... 마지막까지 버티던 서울시도 지방채 2천억 원어치를 발행해(즉 2천억 빚을 내) 추경을 편성하기로 하면서 이 문제는 한고비를 넘겼습니다. 이미 작년에도 무상보육 대상을 확대하는 문제 때문에 광역단체장들이 정부에게 책임지라고 주장하다가 "지자체 부담 없게 하겠다" 정도의 약속을 받고는 지나갔던 전례가 있었죠.

이제는 무상보육 예산에서의 국고보조율을 상향 조정하는 문제가 쟁점입니다. 현재 정부와 지자체 부담률은 50대 50, 서울만 20대 80인데, 이를 70대 30, 40대 60으로 조정하는 내용의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이 국회 복지위를 통과한 뒤 법사위에서 10개월째 머물러 있습니다. 정부가 반대하고 있죠. 정부 부담을 각각 20%포인트씩 올리라는 게 지자체 주장인데 정부는 이걸 10%포인트로 깎으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이번 정기국회에서 아마 결판 나겠죠.

무상보육 예산만 놓고도 갈등이 첨예하게 빚어졌는데 더 큰 폭탄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기초연금입니다. (이보다 조금 작은 폭탄은 기초생활보장제도 등)

-공약보다 축소한다는데….
기초연금 취파_50

65세 이상 노인 모두에게 20만 원씩 지급하겠다던 대선 당시의 공약은 인수위와 국민행복연금위를 거치면서 서서히 조정돼 이제는 소득 하위 70~80%에게, 월 최대 20만 원을 차등 지급하는 방안으로 정리되는 게 유력하답니다.(국민연금과 연계해 연금 수령자는 금액에 따라 덜 지급하거나 주지 않는 방안이 될 수도, 혹은 제3의 조정안이 나올 수도 있겠습니다.)

선거 때는 표를 의식해서라도 여러 가지 장밋빛 환상을 제시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막상 무대에서 내려오니 무슨 돈으로? 라는 지극히 현실적인 질문이 답변을 기다립니다.
 
현재 6백만 명 수준인 65세 이상 노인인구, 급속한 고령화로 비중이 점점 늘어날 것은 명약관화, 기초연금 비용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겁니다. 국민행복위 안 중에, 소득 하위 70%를 대상으로 최대 20만 원을 차등지급하는 안으로만 볼 때, 2014년~2017년 비용만 34조 2천억 원입니다. 2060년이면 무려 212조 원이 든다는 계산인데.. (국민연금과 연계해 차등지급하면 꽤 많이 줄어들겠죠. 대신 국민연금 가입자들의 대거 이탈을 비롯한 여러 반작용도 우려됩니다.)

-2014년에만 1조 원 추가…?

기초연금 취파_50
어떤 안으로 확정될지는 모레(26일) 발표되겠습니다만, 일단 발등의 불인 내년 상황만 살펴보죠.

복지부가 내년 예산안으로 기획재정부에 요구한 자료를 확보해 추산해봤더니(계산은 민주당 김용익 의원실에서 했습니다) 6조 3백억 원이었습니다. 올해 기초노령연금 예산이 3조 2천 백억 원이었는데 일단 2조 8천 2백억 원이 늘어난 액수입니다.(십억 단위는 통크게 반올림 처리..)

이제 본격 계산이 필요합니다. 기초노령연금은 국비-지방비 매칭 국고보조사업으로(좀 생소합니다만...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비용 분담하는 사업이라는 얘깁니다.) 분담률이 정해져 있는데 대략 국비 75, 지방비 25 정도입니다. 복지부 예산안을 토대로 지방비 비율을 추산해보면 2조 백억 원이라는 수치가 나옵니다. 합치면 8조 4백억 원, 즉 복지부에서는 내년에 기초연금이 도입되면 국비-지방비 합쳐 8조 4백억 원 정도 들 것으로 보고 기재부에 예산을 요구한 셈입니다.
기초연금 취파_50

**정부 예산이 결정되는 과정은 대충 이렇습니다. 각 정부 부처에서 내년도 예산을 짜 기획재정부에 제출하면 기재부에서 조정해-대개는 삭감- 국무회의에 제출하고 이게 통과되면 내년 정부 예산안이 되는 구좁니다. 이후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심사해 또 조정하는데 이 예결특위에서 심사한 예산안이 본회의를 통과해야 비로소 내년도 예산이 확정됩니다. 예산 처리 법정 시한은 12월 2일로 정해져 있지만 보통은 이보다 훨씬 늦어져(새해로 넘어가면 또다른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12월 31일 밤, 사실은 새해 1월 1일 새벽에 통과되곤 합니다.**

정부 예산안이 확정되는 게 모레 국무회의에서인데, 또 국회 심사 과정이 남아있습니다. 그래서 복지부에서 제출한 예산안은 조정될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만(깎일 것을 감안해-흥정하듯- 조금 더 세게 부르는 경향도 있다고 합니다.) 어쨌든 주무 부처인 복지부에서 마련한 예산안에 따르면 저렇습니다.
기초연금 취파_50

지방비만 따지면 9천 4백억 원, 거의 1조 원에 육박하는 비용이 추가됐습니다. 올해 예산이 1조 7백억 원 들었는데 거의 2배 가까이 늘어나 2조 백억 원이 된 겁니다.

서울의 경우는 또 조금 다릅니다. 서울은 재정 여건이 타 시도보다 좀 낫다고 국고보조율도 좀 낮아 올해는 69%, 서울이 감당할 비율은 31%였습니다. 서울시가 계산해놓은 자료를 확인해보니 올해는 천 8백억 원 정도 들었는데 내년엔 4천억 원, 추가 부담이 2천 2백억 원 가량 됩니다.
기초연금 취파_50

-기초연금+무상보육+기초생활보장제도+….

올해 전면 무상보육이 시행되면서 서울시가 전년에 비해 추가 부담하게 된 비용은 3천 7백억 원 정도입니다. 이보다는 적으니까 괜찮은 걸까요?

기초연금은 내년 7월부터 시행되기 때문에 얼마라고 딱 잘라 말할 수는 없지만 2015년엔 8조 4백억 원보다는 훨씬 더 많이 필요할 것이라는 건 분명하죠. 지자체 부담도 비례해서 커질테고요. 이 돈은 어디서 마련해야 할까요?

문제는 또 있습니다. 박근혜 정부의 복지공약, 많습니다. 기초생활보장제도가 내년 10월부터 개편되는데 핵심은 통합급여에서 개별급여로의 전환입니다. 쉽게 말해 '모 아니면 도' 방식, 즉 급여 지급 기준에 하나라도 벗어나면 아무런 혜택도 못 받던 데서 생계, 주거, 교육, 의료 등 여러 부문별로 해당되면 하나씩이라도 지급하겠다는 겁니다.

2014년 10월부터 시행하기 때문에 12월까지 석달치만 해당합니다. 당장 내년에 추가되는 예산은 3천 8백억 원 정도, 지자체 부담은 8백억 원 정도로 크지 않아 보입니다. 착시 효과입니다. 1년분이 적용되는 2015년엔 올해보다 1조 2천억 원이 더 들고, 여기서 지자체 부담은 3천 2백억 원 정도입니다.

기초연금, 무상보육, 기초생활보장제도 3가지에서 지자체 추가 부담만 합쳐볼까요.

9천 4백억 원+ 2천 백억 원+ 8백억 원= 1조 2천 3백억 원


-해법은?…정쟁이 아닌 진지한 논의 필요

지방자치단체가 방만하게 예산 낭비하는 부분, 분명히 있을 것이고 당장 시급하게 지출하지 않아도 되는 예산도 많을 겁니다. 이번 전면 무상보육에서도 어찌됐든 지급 중단 사태는 막았으니 추가 부담 액수 자체가 크긴 하지만 기초연금 등 이후 추가되는 부분도 해결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일단 제도가 시행되면 이런 복지 관련 정책에서의 지출은 디폴트, '상수'가 돼 버립니다. 가용할 수 있는 예산이 죄다 여기에 투입돼 버린다면 다른 사업을 할 수 있는 여력이 없어져 버리게 되죠.(여력은커녕 이 사업들도 제대로 못할 것 같다는 지자체가 많을 것 같지만요.)

해법 찾기, 쉽지 않습니다. 지방자치라면서도 각 지자체가 사실상 중앙정부에 경제적으로 종속된 상태에서 뾰족한 묘안이 나오긴 어렵습니다. 전국의 모든 지자체가 같은 상황도 아닌 듯합니다. 아무래도 인구가 많고 복지 사업의 대상자가 많은 곳들이 더 문제가 되겠고 그렇지 않은 곳은 상대적으로 덜 압박받겠죠.

김용익 의원은 재정 부족 때문에 오게 되는 '복지 피로증'을 경계했습니다. 복지 확대는 앞으로도 계속돼야 하는 부분인데 재원 대책 없이 복지를 무리하게 확대하려고 하면 그 자체가 문제가 되고 복지 정책의 확대에까지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거죠. 정부가 약속한 부분이 후퇴하거나 축소되면, 혹은 조금이라도 시행했다가 되돌리게 되면 '무신불립', 정부에 대한 신뢰에도 타격을 주게 되고요.

정부 예산안이 발표되면 비로소 본격적인 예산안 논의가 시작됩니다. 합리적인 복지 확충을 위한 논의와 함께 지방 재정 문제도 함께 논의의 테이블에 오르길 바랍니다. 아직까지 폭탄은 예고됐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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