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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LA다저스 '풀장 세리머니'논란

"다저스는 멍청이" vs "매컴플레인" 라이벌 '설전'

[취재파일] LA다저스 '풀장 세리머니'논란
미국 프로야구에서 LA다저스의 ‘풀장 세리머니’ 논란이 뜨겁습니다. 애리조나 체이스필드 원정경기에서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우승을 확정한 다저스 선수들은 라커룸에서 맥주파티를 벌인 뒤 그라운드를 가로질러 외야 담장 너머 풀장으로 몸을 던지며 감격을 나눴습니다. 물론 류현진 선수도 어린 아이처럼 풍덩 풍덩 물에 빠지며 동료들과 기쁨을 함께 했습니다.

다저스의 이런 행동에 대해 애리조나 구단 측은 강하게 불쾌감을 나타냈습니다. “경기 전에 다저스구단에 라커룸에서만 세리머니를 해달라고 요청했는데, 그라운드에 난입해 체이스필드의 명물인 풀장까지 오염시켰다.”며 상대팀을 배려하지 않은 무례한 행동이라고 비난했습니다. 다저스 구단은 “관중이 모두 떠난 뒤였다.”며 “오히려 재미없을 정도로 조용한 세리머니였다.”고 반박하며 상대팀을 충분히 배려했다는 입장을 보였습니다.

해프닝으로 끝날 듯했지만, 호사가들은 '라이벌들의 신경전'을 가만 두지 않았고, ‘풀장 세리머니’ 논란은 하루사이 일파만파로 퍼졌습니다. 애리조나 지역의 유력 언론인 ‘AZ센트럴’의 기사가 거세게 불을 지폈습니다. AZ센트럴의 댄 빅클리 기자는 “다저스는 멍청이(The Dodgers are idiots)라는 자극적인 제목의 기사에서 다저스가 얼마나 무례한 행동을 했는지 감정을 가득 실어 써내려갔습니다. ”다저스가 애리조나의 전통을 날려 버렸다.“며 강하게 비난했습니다. 무슨 전통이냐고요? 애리조나의 전통은 2011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체이스필드에서 샌프란시스코를 꺾고 서부지구 우승을 차지한 애리조나 선수들은 일제히 외야로 뛰어가 담장 너머 풀장에 몸을 날렸습니다. 수많은 관중의 환호를 받으며 풀장에서 축하 세리머니를 했습니다. 이 환상적인 ‘풀장 세리머니‘는 이 때부터 애리조나의 전통이 됐는데, 다저스 선수들이 남의 경기장에서 상대팀 전통을 흉내 내며 모욕을 줬다는 겁니다.

존 매케인_500
애리조나 지역 존 매케인 상원의원이 이 기사를 보고 발끈했습니다. 자신의 트위터에 다저스에 대한 원색적인 비난과 함께 이 기사를 링크했습니다.
“No-class act by a bunch of overpaid, immature, arrogant, spoiled brats! "The #Dodgers are idiots"  전부 안좋은 말들이어서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뉘앙스가 다르긴 하겠지만, 가장 원색적으로 해석하면, ”돈으로 과대 포장된 무리들의 천박한 행동. 미숙하고, 거만하고, 버릇없는 녀석들.“정도가 될 겁니다.

다저스의 불펜투수인 브라이언 윌슨이 시(詩)적으로 받아 쳤습니다. 불만을 뜻하는 컴플레인(Complain)이라는 단어를 써서 매케인을 매컴플레인으로 묘사한 대목은 혀를 내두르게 합니다. 
"Senetor McComplain knows a thing or two about coming in second and watching someone take a plunge in the pool(I mean poll) #Poolitics"
“매컴플레인 상원은 2위로 들어 와서 누군가 풀에 뛰어드는 것을 보는 것만 좀 안다.“는 건데 여기에는 많은 의미가 있습니다. 매케인 의원은 2008년 공화당 대선후보로 나서 오바마에게 져 2위를 했습니다. 그리고 괄호 안에 pool이 아니라 poll(투표,여론조사)이라고 하면서 매케인의 이류 정치 인생을 비꼬았습니다. 또 politics(정치)에 'o'를 하나 더 추가해  poolitics라고 조롱했습니다. 탄성을 자아낼 만한 언어 유희입니다. 이를 소개하던 MLB 투나잇 진행자는 윌슨의 트윗을 소개하면서 ”잔인하다. 심하다.“는 뜻의 "That's cold"라는 말을 되풀이하며 놀라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애리조나의 외야수 애덤 이튼이 트윗터를 통해 “What goes around comes around"라는 속담으로 다시 받아 쳤습니다. 직역하면 ‘가는 건 돌아온다.’ 우리 속담으로 치면 ”뿌린 대로 거둔다”는 뜻입니다. “똑같은 아픔을 겪게 해주겠다.“는 겁니다. 한 마디로 다음시즌에 애리조나가 다저스타디움에서 우승하면 가만 안 있겠다는 겁니다. (참고로 다저스타디움엔 풀이 없습니다.)

찬반 양론이 거센 가운데 TV 토론까지 열렸습니다. 앤디 로딕, 게리 페이튼 등 은퇴한 스포츠스타들을 패널로 초청해 의견을 들었습니다. 대부분의 스타들은 다저스를 두둔했고, 스포츠 평론가와 일부 기자들은 다저스가 좀더 신중했어야 한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의도야 어찌됐든 다저스의 ‘풀장 세리머니’는 애리조나를 제대로 자극한 것 같습니다. 지난 6월 12일 두 팀은 LA 다저스타디움에서 난투극을 벌였습니다. 보복성 빈볼을 주고 받은 끝에 주먹을 휘두르며 그라운드에서 뒤엉켰습니다. 그리고 시즌 막판 애리조나 체이스필드로 자리를 옮겨 '풀장 세리머니' 논란으로 또 맞붙었습니다. 한 번은 육탄전으로..또 한 번은 설전으로..라이벌전은 이래저래 뜨거웠습니다.

“그럼 우리나라에서는 어떨까?”라는 생각을 문득 해 봤습니다. 한국시리즈에서 상대팀 구장에서 우승을 확정한 경우는 많이 있습니다. 특별히 우승 세리머니가 문제 됐던 적은 없었는데, 한 가지 에피소드가 기억이 납니다.
2010년 SK는 대구구장에서 삼성에게 4연승을 거두며 한국시리즈 정상에 올랐습니다. 경기가 끝나자 화려한 불꽃이 밤하늘을 수놓았습니다. SK 선수들은 마운드에 모여 환호했습니다. 선수들이 챔피언 티셔츠를 입고 샴페인을 터뜨리며 축제분위기가 무르익는 순간 갑자기 경기장 조명이 대부분 꺼져버렸습니다. 경기장은 주변만 보일 정도로 어둠에 휩싸였습니다. 그리고 어둠 속에서 한국시리즈 우승팀 시상식이 강행(?)됐습니다. 경기 직후 SK측에서는 “아무리 원정팀이 우승을 했다고 해도 너무한 거 아니냐?”며 불만을 토로했습니다. KBO 조사결과 경기장 시설 담당직원의 실수로 밝혀져 일단 오해는 풀렸다고 합니다.

막판까지 치열한 선두 싸움이 펼쳐지면서 올 ‘가을잔치‘는 어느 때보다 흥미진진할 것 같습니다. 누가 어디서 우승해서 어떻게 세리머니를 할지... 올 시즌엔 좀 더 자세히 지켜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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