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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더 기다리겠다…만나게만 해달라"

이산가족들 '평생염원 물거품 될까'…망연자실

"조금 더 기다리겠다…만나게만 해달라"
 "올라가려고 준비 단단히 했는데…" 북한이 이산가족 상봉을 나흘 앞둔 21일 돌연 상봉행사 연기를 발표했다는 소식에 이근수(83·울산 중구) 할아버지는 말을 잇지 못했다.

오는 25∼30일 금강산에서 여동생을 만날 수 있다는 기대감에 추석 명절도 잊고 방북 준비에 여념없던 이 할아버지였다.

들뜨고 설레는 마음을 애써 누르며 가족과 함께 연휴를 보내던 이 할아버지는 텔레비전 뉴스 속보로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접했다.

그는 "뉴스 자막을 보고 무슨 소린가 싶어 대한적십자사에 전화했는데 '내용을 확인 중'이라는 대답만 들었다"면서 "북한의 발표가 다시 취소되기만을 바라고 있다"고 밝혔다.

이 할아버지는 여동생을 만나면 줄 선물로 자신이 약 40년 전에 샀던 양복과 아내가 입던 옷 여러 벌을 준비한 상태다.

자신의 양복은 여동생이 오빠의 체취를 기억했으면 하는 바람에서, 아내의 옷은 여동생에게 입히고 싶어 각각 준비한 것이다.

울산지역의 또 다른 이산가족 상봉 대상자인 오정자(90) 할머니와 김재일(66) 할아버지도 갑작스런 비보에 망연자실했다.

연합뉴스와의 통화로 상봉 연기 소식을 처음 접한 오 할머니의 아들은 "저런"하고 탄식부터 내뱉었다.

그는 "(충격적인 소식에)또 죽는 사람 몇 나오는 거 아닌가 걱정이 될 정도다"면서 "고령의 어머니께 이 소식을 전해야 할지, 아니면 다른 어떤 말씀을 드려야 할지 모르겠다"고 걱정했다.

뉴스 속보만 보고 있다는 김 할아버지는 "지금까지 60년을 넘게 기다렸는데, 조금 더 기다리는 것이라면 못 참겠느냐"면서도 "이제는 금강산으로 출발하는 순간까지 어떤 말도 믿기 어렵고, 어떤 기대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섭섭함을 드러냈다.

(울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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