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은 흩어져 있던 가족이 한자리에 모두 모이는 명절 중의 명절이다. 특히나 오곡이 익는 계절이어서 한겨울에 맞는 설보다 한결 더 풍성하다. 명절 스트레스니 뭐니 하는 말들이 많지만 이러니 저러니 해도 역시 즐겁고 흥겨운 게 추석이다.
그런 만큼 가족 없는 사람들에게 추석이란 더 외롭고 쓸쓸하게 마련이다. 독거노인이나 보호시설에 있는 아동들에게 추석같은 명절은 그리 반가운 날이 아니다. 살림살이가 낫다고 해도 혼자 지내는 명절은 쓸쓸할 수밖에 없다.
박근혜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 가운데 유일하게 혼자 청와대에 들어갔다. 미혼인 탓이다. 사저가 있는 서울 삼성동 주민들이 떠나는 박 대통령을 위해 새끼 진돗개 2마리를 준비해준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다. 물론 동생인 근령씨와 지만씨가 있긴 하지만 이들 남매가 겪은 사연 또한 기구하긴 마찬가지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는 청와대에서 맞은 첫날 밤, 침실이 너무 넓어 휑한 마음에 잠을 잘 이루지 못했다고 한다. 그 넓은 청와대 사저에서 혼자서 맞는 추석… 박근혜 대통령에게는 어떤 의미이며 5일의 연휴 기간 동안 박 대통령은 무엇을 하며 지낼까?
◈ 1974년 쓸쓸했던 추석
약 40년 전인 1974년 9월, 당시 22살이던 박근혜 양은 추석을 맞아 국립 현충원을 찾았다. 아버지 박정희 대통령과 함께였다. 어머니 육영수 여사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육 여사는 그해 8월 15일, 조총련계 재일교포 문세광이 쏜 총탄에 맞아 세상을 떠났다.
당시 대한뉴스는 "추석은 우리 겨레의 명절입니다. 추석을 맞아 대통령께서는 국립묘지에 들러 순국선열과 전몰장병 충혼탑을 참배했습니다"라고 전했다. 대통령의 맏딸 박근혜 양은 검은색 치마정장을 입은 채 아버지 오른쪽에 함께 서 있었다. 명절 소식이었지만 배경 음악은 더 없이 애잔했다.
충혼탑 참배를 마친 대통령 가족은 육영수 여사 묘소를 찾았다. 박지만씨로 보이는 청년이 분향했다. 대한뉴스는 "이날 영부인 묘소에는 시민들이 줄을 이어 가신 임을 추모했습니다"라며 남녀노소 시민들이 참배하는 모습을 전했다.
1974년, 육 여사가 세상을 떠난 뒤 대통령의 맏딸은 어머니를 대신해 퍼스트 레이디 역할을 했다. 그 이후엔 평범한 명절을 기대하기 어려워졌는지도 모른다.
◈ 휴가도 연휴도 다를 게 없다
명절은 가족끼리 회포를 푸는 시간이기도 하지만 또한 휴식의 시간이기도 하다. 특히나 올해처럼 연휴가 5일씩 되면 휴가나 다름 없다. 하지만 우리나라 대통령에게 휴가는 또 다른 업무의 연장이다. 미국·유럽의 대통령이나 총리가 산적한 현안을 뒤로하고 휴가를 떠났다는 외신은 그야말로 남의 나라 이야기이다.
우리 나라 대통령은 휴가 때마다 늘 '책'을 갖고 간다. 그냥 쉬기 위해 편안하게 읽는 책이 아니다. 어떤 '구상'과 직결돼 있다. 휴가를 다녀오면 방학 숙제처럼 뭔가를 내놔야 한다. 휴가를 갈 곳도 정해져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청남대를 개방한 이후 '저도'와 '진해 해군기지' 정도가 전부다.
박 대통령은 그나마 휴가도 제대로 쓰지 않았다. 지난 7월, 4박 5일 일정으로 휴가를 떠났지만 저도에서 하루, 이틀 정도만 머문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은 SNS에 올린 '추억 속의 저도'라는 글에서 "35여 년 지난 오랜 세월 속에 늘 저도의 추억이 가슴 한 편에 남아 있었는데 부모님과 함께 했던 추억의 이곳에 오게 되어서 그리움이 밀려온다"고 적었다.
◈ 외교·경제살리기 '구상(構想)'
이번 추석 연휴 역시 예전 휴가 때와 별반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취임 이후 처음 맞는 이번 추석 연휴 기간 동안 외교와 경제살리기를 위한 구상에 집중할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러시아·베트남 순방 후속조치가 경제활성화로 이어지는 방안과 10월 초로 예정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준비, 그리고 후반기 경제활성화·일자리 창출을 위한 정책구상을 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또 다음 달 초 인도네시아 발리와 브루나이에서 잇따라 열리는 APEC 정상회의와 아세안+3(한ㆍ중ㆍ일) 정상회의 등 다자외교 무대에서 역내 국가들과의 교역· 투자 자유 확대를 위한 전략을 짜는데에도 몰두할 전망이라고 한다.
◈ 朴 대통령 성묘는?
박근혜 대통령은 연휴 기간 적당한 때를 잡아 선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과 어머니 육영수 여사의 묘소가 있는 동작동 국립현충원으로 성묘를 다녀올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40년 전과 달라진 것이 있다면 비공개로 조용히 참배한다는 점이다.
박 대통령은 국회의원 시절에도 추석 연휴 기간 삼성동 자택에 머물면서 현충원으로 '조용히' 성묘를 다녀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이 된 지금, 이 성묘가 어쩌면 박근혜 대통령이 추석 연휴 기간 동안 사실상 유일하게 시간을 할애한 개인 일정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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