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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3승 모두 역전극…KLPGA '대박' 승부사 김세영

"장타의 비결은 태권도로 키운 하체 덕분". "LPGA투어 진출 위해 상금 모으는 중".

[취재파일] 3승 모두 역전극…KLPGA '대박' 승부사 김세영
'역전의 여왕', '괴력의 장타자'. 요즘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가장 잘 나가는 김세영 선수에게 따라붙는 수식어들입니다. 올해 따낸 3승을 모두 드라마같은 역전승으로 일궈내 언론과 팬들이 지어준 별명입니다.

세 차례 우승의 내용을 들여다보면 '드라마'보다는 차라리 '만화'같다는 표현이 더 어울릴 것 같습니다.

생애 첫 우승을 차지했던 지난 4월로 거슬러가 볼까요? 김세영은 제주도 스카이 힐 골프장에서 열린 국내 개막전, 롯데마트여자오픈에서 최종라운드 16번홀까지 선두에 2타를 뒤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17번 홀 버디로 한 타 차까지 따라붙더니 마지막 18번 홀에서 이글을 잡아내며 짜릿한 역전드라마를 연출했습니다.

지난 8일의 두번째 우승 장면은 더 극적이었습니다. 역대 최고 우승상금 3억원이 걸린 한화금융클래식 최종라운드에서 김세영은 한때 선두 유소연과 7타 차까지 벌어졌습니다. 중계방송 관계자들이 시청률 떨어질까봐 노심초사할 정도로 싱거운 승부가 펼쳐지고 있었죠. 김세영이 점점 타수를 줄여 16번홀까지 유소연에 3타 차로 따라붙었을 때도 역전의 가망은 없어 보였습니다.

그런데 17번홀에서 기적같은 일이 벌어졌습니다. 김세영이 여기서 생애 첫 '홀인원'을 기록한 것입니다. 이 장면을 바로 옆에서 지켜본 유소연은 기세에 눌려 마지막 18번홀에서 보기를 범했고 연장전으로 끌려가 결국 후배에게 우승컵을 내줬습니다.

겁 없는 20살 젊은 피가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 금메달과 2011년 US여자오픈 우승에 빛나는 선배를 상대로 멋지게 '업어치기 한판' 역전쇼를 펼친 셈이죠.

그 대역전극의 감흥이 채 가시기도 전에 김세영은 바로 다음 주에 열린 메이저대회, 메트라이프-한국경제 KLPGA선수권에서 또 한번 역전승을 거둬 2주 연속 우승과 시즌 3승째를 따냈습니다. 여기서도 최종라운드 한 때 선두와 4타 차까지 벌어졌다가 무시무시한 뒷심으로 승부를 뒤집어 모두를 놀라게 했습니다.

김세영 연합 500


김세영은 3승을 따낸 뒤 역전승의 비결을 묻자 거침 없이 대답했습니다.

"그 동안 수 없이 우승 문턱에서 욕심 부리다 무너져 봤기 때문에 이젠 무너지지 않을 때도 된 거죠. 마음을 비우고 치는 그 느낌 아니까. 언론에서 '역전의 명수'라는 수식어를 붙여주시는데 저는 아직 갈 길이 멀어요. 몇 승 더 해야죠. 여전히 우승에 배고파요."

162센티미터의 단신에 260야드가 넘는 장타를 치는 비결에 대해서는 "태권도로 다져진 하체의 힘과 밸런스 덕분"이라고 말했습니다. 김세영은 태권도장을 운영하는 아버지의 영향으로 5살때부터 초등학교 6학년 때까지 태권도를 배워 현재 공인 3단입니다.

김세영의 아버지 김정일씨(51세)는 "태권도가 안에서 밖으로 순간적인 임팩트를 뿜어내는 운동이라 골프와 비슷한 면이 많다"면서 "세영이는 태권도를 통해 하체의 근력과 유연성을 키웠고 장타의 비결도 탄탄한 하체에서 나온다"고 말합니다.

김세영은 중학교 때부터 괴력의 장타 소녀로 주목받았습니다. 2006년 중학교 2학년 때 최연소로 한국 여자아마추어 골프선수권과 익성배 아마추어선수권대회를 잇달아 석권해 두각을 나타냈고 2007년과 2009년 국가대표를 지내며 2009년 전국체전에서는 개인전과 단체전, 종합 우승 등 3관왕에 올랐습니다.

프로로 전향한 뒤 지난 해 첫 시즌에는 우승 없이 톱10에 3차례 들면서 상금랭킹 32위에 머물렀습니다. 

묵묵히 '칼'을 갈며 때를 기다렸습니다. 부족한 숏게임을 보완하기 위해 새로운 코치를 찾아갔고 연습 외 시간에는 TV로 다른 선수들의 플레이를 보면서 꼼꼼히 분석하고 자신만의 루틴과 멘탈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올시즌 KLPGA의 절대 강자로 떠올랐습니다. 김세영은 올 해 상금과 홀인원 부상, 소속사의 보너스를 합쳐 10억 원이 넘는 수입을 올렸습니다. 미국 LPGA 진출이 목표기 때문에 미국 투어 경비 마련을 위해 상금을 차곡차곡 모으고 있다고 합니다.

김세영은 LPGA 진출 목표를 가능한 빨리 이루기 위해 다음달 18일 국내에서 열리는 LPGA투어 하나은행 챔피언십을 정조준하고 있습니다. 이 대회에서 우승하면 내년 LPGA투어 자동 출전권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올시즌 대회마다 다른 우승자를 배출하며 '춘추전국시대'였던 KLPGA는 김세영이라는 걸출한 승부사의 등장으로 판도가 재편되면서 한층 보는 재미가 쏠쏠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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