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0년 4월 인천의 한 모텔 7층 방. 20대 여성이 천장을 바라보고 반듯한 자세로 누워 있습니다.
그 옆엔 소주와 맥주병, 수건, 그리고 안주로 삼은 낙지 4마리가 놓여 있었습니다. 구체적으로 얘기하면 통낙지 2마리, 자른 낙지 2마리.
발견당시 뇌사상태였던 여성은 2주가 지난 뒤 병원에서 숨졌습니다. 검찰과 경찰은 사고사인가 아니면 살인인가를 두고 사건을 재구성했습니다.
그리곤 방에 함께 있던 여성의 남자친구인 32살 김 모 씨를 살인 혐의로 기소했습니다. 이른바 낙지살인 사건입니다.
검찰은 김 씨가 수건과 같은 부드러운 천으로 여성의 코와 입을 막아 숨지게 했고, 이를 낙지를 먹다 질식사한 것처럼 위장했다고 본 겁니다.
그러나 김 씨는 끝까지 무죄를 주장했습니다. 여자친구가 낙지를 먹다가 호흡곤란을 일으켰다는 겁니다.
1심의 판단은 어땠을까. 무기징역형. 즉, 유죄를 선고했습니다. 김씨가 숨진 여성이 자신 앞으로 남긴 사망보험금을 타내기 위해 저지른 살인으로 본 겁니다.
재판부는 여성이 반듯이 누워 있었던 점으로 미뤄 김씨가 만취한 여성을 살해했다고 판단한 겁니다.
게다가 여성은 어금니가 좋지 않아 산 낙지를 먹을 수 없었고, 낙지를 먹다가 질식했다면 술자리가 어질러져 있어야 한다고 판단한 겁니다.
또, 여성의 질식 사실을 알고 곧바로 119에 신고한 것이 아니라, 모텔 종업원에게 전화를 건 것도 알리바이를 만들기 위한 김 씨의 술책으로 봤습니다.
20대 여성이 매달 13만 원 상당의 거금을 내며 암보험에 가입할 이유가 없었고 수령인을 사고 발생 2주 전 김 씨로 바꾼 사실에 주목하며 범행동기도 충분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사건 현장엔 여성과 김 씨, 그리고 낙지 4마리 말곤 목격자가 없었지만, 1심은 검찰의 사건 재구성이 범죄 소명 단계에 이른 것으로 판단한 겁니다.
그러나 항소심은 정반대였습니다.
김 씨가 여성을 질식사시켰다면 반항의 흔적이 있어야 되는데 이런 상흔이 발견되지 않았다며 살인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겁니다.
일반적으로 질식의 방법으로 피해자를 살해했다면 코나 얼굴 등에 작은 상처라도 있어야 한다는 법의학자들의 증언도 무죄 증거로 삼았습니다.
술에 취해 반항하지 못했다는 검찰의 주장에 대해서도, "당시 여성이 본능적으로 몸부림을 치지 못할 정의도 만취 상태 아니였다"며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낙지로 인한 질식사일까.
2심은 여성이 평소에도 동생이나 친지에게 낙지를 먹으러 가자고 한 적이 있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단순히 치아가 좋지 않아 먹지 않았을 것이라는 1심의 판단이 잘못됐다고 본 겁니다.
또 모텔방에 있던 젓가락을 이용해 여성이 무심코 낙지를 입에 넣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봤습니다.
게다가 당시 현장에서 발견된 낙지의 머리 크기는 4.6cm에서 4.8cm로 여성이 무심코 입에 넣을 수 있는 크기였다는 겁니다.
또, 여성이 술자리의 바깥쪽에 앉아있었다면 몸무림을 치더라도 술자리가 흐트러지지 않을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범행 동기 역시 여성은 암 가족력이 있어 보험에 가입했고, 가족과 사이가 좋지 않아 수령인을 남자친구로 바꾼 것으로 봤습니다.
검찰이 제시한 범행동기 마저 받아들여지지 않은 겁니다. 같은 상황을 두고 1,2심이 엇갈린 겁니다.
유무죄를 다투던 낙지살인 사건. 대법원은 오늘(12일) 최종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재판부는 "여성이 살해당했다는 증거가 부족하다"고 원심 판결은 정당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어 "검사가 제시한 증거만으로 범행이 증명되지 않았고, 무심코 낙지를 먹다 질식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습니다. '낙지살인'이 '낙지사고사'라고 결론 내린 겁니다.
다만 재판부는 김 씨의 절도 등 다른 혐의에 대해선 유죄를 인정해 징역 1년 6월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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