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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클럽의 재즈가 페스티벌로 간 이유

[취재파일] 클럽의 재즈가 페스티벌로 간 이유
 대학교 다닐 때 홍대 클럽에 재즈를 들으러 간 적이 있었습니다. 물론, 딱히 갈데도 없고 술 한잔 하고 싶은데 시끄러운 술 집이 지겨워질 무렵이기도 했습니다. 재즈라는 음악이 왠지 분위기도 있고, 맥주 마시면서 들으면 좋을 것 같기도 했고요. 그런데 막상 입장료를 내야 하는 상황이 되자, 주저하게 됐습니다. 재즈를 잘 알지도 못하는데다 유명 밴드가 나오는 것도 아닌데 입장료를 내야 하는게 처음엔 적응이 안됐던 겁니다. 그날 재즈 공연이 좋았는지 나빴는지는 잘 기억이 안납니다만, 입장료는 아직도 기억에 남습니다.   

 대부분 저처럼 재즈가 생소할 거라 생각합니다. 우선은 클럽을 직접 찾아가서 공연을 보는 사람이 그렇게 많지 않을 것 같습니다. 입장료 문화가 익숙지 않기 때문입니다. 뮤지컬이나 연극처럼 공연장에서 열리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재즈 클럽이 온전히 음악만 듣는 곳도 아니기 때문에 여러 사람들과 함께 즐기는 분위기도 아닌것 같고요. 특히 연주자의 감정에 따라 곡이 자유자재로 바뀌는 재즈는, 평소에 많이 듣던 사람들도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 재즈 고정 관객은 2천여명, 3천여명으로 추산되는 클래식 관객보다 적습니다. 

 그런데, 이 재즈가 페스티벌로 열리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올해 10회를 맞는 자라섬 국제 재즈페스티벌의 관객은 매년 10만명이 넘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습니다. 올해 7번째 열렸던 서울재즈페스티벌도 꾸준한 인기 속에 라인업도 화려해지고 있습니다. 야외에서 듣는 재즈, 시원한 밤바람에 맥주도 한잔 곁들일 수도 있고, 자연속에서 캠핑을 즐길 수 있는 재즈 음악이 새로운 축제의 주제로 자리잡고 있는 겁니다. 
 여름을 휩쓴 록페스티벌이 지나자 가을밤엔 재즈 페스티벌이 몰리고 있습니다. 올해 처음 열린 유러피안 재즈 페스티벌에는 마리아주앙, 피에르눈치 등 유럽 8개 나라에서 온 뮤지션들이 이틀간 한 무대에 서서 눈길을 끌었습니다. 지난해에 이어 열린 재즈 페스타도 지난 주말 예술의 전당 야외 무대에서 이틀간 열렸습니다. 재즈 시장이 위축되면서 무대에 설 기회가 줄어든 국내 뮤지션들이 대거 참여해 다양한 형태의 콜라보레이션 무대를 펼쳤는데요, 말로, 웅산, JK 김동욱 등의 스타들도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었습니다. 예술의 전당에 울려퍼진 재즈 선율에 지나던 관객들도 함께 가을 밤바람의 여유를 즐길 수 있었습니다. 재즈가 이렇게 다양할 수 있구나, 부담없이 들을 수 있구나, 많은 관객들이 저처럼 느꼈을 겁니다.

 재즈 시장이 위축되는 건 우리나라 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합니다. 외국에서는 예술인에 대한 정부차원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재즈가 명맥을 유지해나가고 있다고 합니다. 입장료 문화가 익숙지 않은데다, 지원에 비교적 인색한 우리나라의 경우 예술인들의 의지(?)에 공연의 성패가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합니다. 문을 닫는 재즈 클럽이 늘면서 예술인들이 직접 공연 장소 마저 고민해야 하는 상황에서, 페스티벌이 하나의 돌파구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양한 재즈를 들려줄 수 있고, 또 수천명의 관객을 한번에 만나는 흔치 않은 경험으로 좋은 영감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실내 클럽 공연으로만 익숙한 재즈 음악이 페스티벌의 형태로 진화해 나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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