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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성장 - '조세정의' ③] '탈세왕' 정태수 3남 "밀린 세금 내겠다"

남은 재산은 어디에…

<앵커>

전두환 전 대통령 일가가 납부하겠다고 한 돈은 체납 세금이 아닌 추징금입니다. 잠깐 정리를 도와드리면요, 추징금이 범죄 행위를 통해서 얻은 이익을 나라가 회수하는 돈이라면 체납 세금은 기한 내에 내지 않아서 밀린 세금입니다. 추징금은 몇 년이 지나도 원금만 내면 그만이지만, 체납 세금에는 꼬박꼬박 이자가 붙습니다. 어제(9일) 보도해 드린 한보 정태수 전 회장의 체납 세금은 2천 225억 원입니다. 여기에 아들들의 체납액까지 더하면 3천 100억 원이 넘습니다.

SBS 취재진이 3남 정보근 씨를 직접 만났습니다.

연속기획 조세정의, 박상진 기자입니다.



<기자>

고령에도 키르기스스탄에 숨어 재기의 의지를 다지고 있다는 정태수 씨.

[한모 씨/현지 사업가 : (키르기스의) 탈라스나 나른 쪽에 금광 개발을 해서 다시 재기하고자 한다는 그런 소문이 많이 돌았습니다.]

취재진은 정 씨가 국내에 있는 아들들과 긴밀하게 연락을 취하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했습니다.

우선 640억 원을 안 내 고액 체납자 3위에 오른 셋째 아들 보근 씨.

정 씨의 후계자로 지목돼 한보그룹 회장까지 오르기도 했던 보근 씨의 행적부터 쫓았습니다.

수소문 끝에 찾은 서울 자택.

[아파트 경비원 : 나가고 안 계실 텐데…매일 나가죠. 어딜 다니시는가 매일 나가지요.]

며칠을 기다려 만난 보근 씨는 한사코 인터뷰를 거절하다 아버지 얘기를 꺼내자 어렵게 말문을 열었습니다.

지난 2007년 아버지가 재판 중 도피한 건 재수감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정보근/정태수 씨 셋째 아들 : 자신이 없었던 모양이에요, 본인이 그런 걸 감당하시기가 그러다 보니까 재판 중에….]

그러면서 아버지는 세금을 납부할 의지가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정보근/정태수 씨 셋째 아들 : 워낙 호탕하신 분이니까. 생각도 그러시고. 그거 다 내지 뭐. 이렇게….]

인천의 한 부동산 개발 사무실에서 일하고 있다며 자신의 체납 세금도 갚겠다고 말했습니다.

[정보근/정태수 씨 셋째 아들 : 무슨 사업이든 해가지고 갚으려고 노력해야죠. 갚아야죠.]

정 씨 일가는 밀린 세금을 모두 납부하겠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어렵지만 조금씩 벌어서 천천히 갚겠다는 건데요, 그러면 3천억 원이라는 거액의 세금을 제대로 거둬들일 수 있을까요?

정태수 씨의 남은 재산은 베일에 가려 있습니다.

그나마 세무당국이 찾아낸 건 서울시와 소송 중인 1천억 원대의 서울 장지동 땅이 고작입니다.

하지만 이것이 전부는 아닐 겁니다.

해외 광산 인수를 시도한 걸 보면 친인척 지인이 관리하는 차명재산도 적지 않을 걸로 추정됩니다.

[안창남/강남대 세무학과 교수 : 징수권 소멸시효가 10년 후 한정돼 있어서 납세자는 시간만 가기를 바랄 수 있고 과세관청 역시 시간 부족을 이유로 책임을 회피할 수 있다고 봅니다.]

재산을 숨겨둔 채 법망을 피해 세금 납부를 미적대는 도덕적 해이와 세무 당국의 미온적 대처.

조세정의가 설 날이 요원해 보이는 이유입니다.

(영상취재 : 조춘동·주 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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