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박스에 촬영된 영상에 따르면 사건은 이랬습니다. 승용차가 중앙선과 가까운 1차로를 달리고 있는데, 옆에서 택시가 갑자기 끼어들었습니다. 택시 전방에 버스가 끼어들자 속도를 줄이는 대신 자신도 끼어들었던 것이죠. 승용차 운전자는 너무나 당황한 나머지 운전대를 꺾었는데 갈 데라곤 중앙선을 따라 세워진 중앙분리봉 밖에 없었거든요. 그 봉을 죽 밀고 간 사고입니다.
하지만 정작 끼어든 택시는 멀쩡한 상태로 사라졌는데 택시를 피한 차량만 긁히고 부서지고 운전자도 전치 2주의 상처를 입었습니다. 피해 운전자 홍순국 씨는 "깜박이라도 켜고 예비 동작이라도 있었으면 모르겠는데 그냥 갑자기 들어오니까 도저히 피할 공간이 없었다"며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전형적인 '비접촉 사고'입니다. 끼어든 차 피하려다 내 차만 부서진 것도 억울한데 홍씨에게 더욱 황당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택시 쪽 보험사야 보험 수혜자를 위해 상대편에게 잘못을 최대한 떠넘길 수 있겠다 쳐도 자신의 보험사 역시 택시 쪽 보험사의 책임 산정과 크게 다르지 않는 60(택시)대 40(홍씨)로 합의해줬기 때문이죠. 사고 당시 블랙박스 영상이 있어서 갑자기 끼어든 택시가 명백히 사고를 유발했다고 보면서도요!
![[8리]상시전원 블](http://img.sbs.co.kr/newimg/news/20130428/200660157_1280.jpg)
홍씨가 법원으로까지 간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서울중앙지법도 블랙박스와 사고 경위를 자세히 살펴보더니 홍씨의 손을 번쩍 들어줬습니다. "택시가 갑자기 차선을 변경했고 홍씨가 추돌을 피하려고 중앙분리봉을 받은 게 인정된다면서 과실이 전혀 없다"고 결정한 겁니다. 이에 따라 택시 쪽 보험사는 홍씨에게 치료비와 수리비 전액을 물어줬습니다.
갑자기 끼어든 차 때문에 이걸 피하려다 내차만 사고난 경우, 이런 '비접촉 사고'가 의외로 심심찮게 일어납니다. 정말 억울한 일이죠. 하지만 이럴 때마다 양측 보험사 모두 대개는 사고 유발 차량 60%, 사고 당한 차량 40% 정도 선에서 합의를 보는 게 관행이고 현실입니다.
왜 그래왔는지 이유야 여러 가지 설이 있긴 합니다만, 교통사고가 일어났을 때 보험사 모두 어느 한쪽이
100% 물어내는 걸 부담스러워 하기 때문이라는 게 업계 내외의 공통된 견해입니다.
그렇다면 오늘도 도로를 달리는 운전자들은 앞으로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당연히 운전할 땐 막무가내 끼어들기를 하지 말아야 겠지요. 습관처럼 슬금슬금 혹은 확확 끼어들다가는 된서리를 맞을 수 있다는 사실, 법원 판례를 통해서도 분명히 확인하셨으리라 믿습니다. 또 하나, 나는 잘못한 게 없는데 앞차의 끼어들기로 나만 사고가 났을 때는 보험사의 관행적 합의를 거부하고 법의 판결을 받아볼 필요도 있다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