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영웅이라고 하면 악당을 물리치는 슈퍼맨 같은 존재를 떠올리곤 했는데요, 요즘은 영웅의 의미가 그 때와는 좀 달라진 것 같습니다. 누군가를 돕는다는 것 자체가 희귀해진 시대니까요. 그래서 아주 가끔씩 자신의 위험을 무릅쓰고 타인을 도운 분들의 이야기는 큰 감동을 주기도 하는데요.
이처럼 우리 시대 영웅의 이야기를 하다보면 그 안에 달라진 우리네 관계의 문화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지난 주 <SBS스페셜>에서는 누군가를 돕기 위해 위험을 무릅쓴 우리 시대의 영웅을 다뤘는데요.들어오는 열차에도 아랑곳 않고 취객을 구해낸 정영운 군은 영웅이라는 표현이 무색할 정도로 평범한 대학생이었죠.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분들처럼 보이지만 그 분들이 한 영웅적인 행동은 절대로 평범할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실로 끔찍한 사건을 보고도 피해자를 도와주기는커녕 구경만 하는 게 우리 시대의 일상이 된 듯합니다.
참으로 씁쓸한 현실이죠.즉 이 시대의 영웅은 물리적인 힘이 아니라 타인의 아픔을 내 아픔처럼 공감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분들이라는 겁니다.공감능력이란 거창할 게 없습니다.
타인의 어려움을 그저 지나치지 않고 작은 손길이나마 도와주는 그 마음을 뜻하는 거죠.도움을 받았던 피해자는 그래서 아마도 또 다른 상황에서는 타인을 위해 영웅적인 행동을 할 수도 있을 겁니다.영웅적인 행동에는 때론 안타까운 희생이 따르기도 하지만 그래도 그것은 우리가 인간이기에 갖고 있는 가장 아름다운 본능이 아닐까요.극단적인 개인주의가 분리해버린 나와 타인의 관계는 우리 시대의 영웅을 탄생시키기도 하고 방관자가 되어버린 씁쓸한 현실을 보여주기도 합니다.제 아무리 힘이 센 슈퍼맨이라고 해도 타인의 고통을 공감하고 도와주려는 마음이 없다면 영웅적인 행동을 기대하긴 어려울 겁니다.
이렇게 된 것은 또한 우리 시대의 개인화되고 파편화된 관계의 문화를 다시 한 번 되돌아보게 만듭니다. 어쩌다 우리는 타인의 고통을 보고도 그냥 지나치게 되었을까요.
우리 사회의 그 무엇이 이토록 냉혹한 인간관계를 부추겼던 것일까요. 과거 가족적인 관계로 엮어지던 공동체 사회는 이제 도시화로 인해 점점 파편화되고 있습니다. 정보통신의 고도화는 동시에 수십, 수백 명을 순식간에 연결시키지만 오히려 체온이 느껴지는 진짜 관계는 점점 사라지게 만들었죠.
이런 것을 과연 진정한 발전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디지털화되고 개인주의화되어 갈수록 좀 더 타인과 접촉하고 공감할 수 있는 시간이 절실해진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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