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모든 전쟁은 대통령의 결단으로 이뤄졌습니다. 의회의 동의를 받지 않은 것은 물론 사전에 이 사실을 알리지 않은 경우도 있었습니다. 2차 대전 이후 미국은 세계의 경찰임을 자처해 왔습니다. 민주주의 수호와 인권 등 명분은 다양했지만 그 패권적 행태가 도를 지나쳤다는 비난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지구 어디에선가에 문제가 생기면 반드시 출동해서 악을 처단해야 한다는 미국의 ‘강박관념’은 이라크전쟁에서 극에 달했습니다. 명분은 당시 후세인 정권이 가지고 있던 대량 살상무기를 찾아낸다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라크전은 국내적으로 ‘실패한 전쟁’으로 평가 받고 있을 뿐 아니라 결국 미국의 전략적 이익을 위한 전쟁이라는 국제사회의 비판에서도 여전히 자유롭지 못합니다.
어쨌던 오바마 대통령이 지금 다시 미국 대통령의 숙명인 ‘전쟁의 결단’을 앞에 두고 있습니다. 다만 다른 점은 의회의 승인을 받겠다고 나선 점입니다. 이 때문에 오바마가 G20 정상회의 참석차 러시아 출장에 나선 지금 워싱턴 정가가 시끄럽습니다. 535명의 상하 의원들이 모두 대통령으로부터 군 통수권을 물려받기라도 한 듯 백가쟁명을 벌이고 있습니다. 미국 역사상 전쟁을 둘러싸고 의회에서 이렇게 소란한(?) 논쟁을 벌인 적이 과연 있었을까요?
지금 상황은 오바마 대통령에게 별로 호의적이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또 전쟁이야?”라는 여론의 반발이 만만치 않습니다. 여론에 민감한 의회가 시리아 공격을 허용할 지도 낙관할 수 없습니다. 미국 언론들은 “의회가 반대하면 오바마가 어떻게 할 것인지?”를 분석하느라 분주합니다. 백악관이 제출한 시리아 군사개입 결의안이 의회를 통과하기 위해서는 상하원 상임위와 전체회의를 차례로 통과해야만 하기 때문에 어디에서 제동이 걸릴 지 알 수 없습니다. 의회가 승인을 하지 않더라도 시리아를 공격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의회의 승인을 받겠다고 공언한 상태에서 그렇게 하기는 어려울 겁니다. 이 경우 미국은 그 동안 전세계를 상대로 그렇게도 외쳐 왔던 ‘그들의 정의’를 스스로 부정하는 딜레마에 빠지게 될 것이 분명합니다. 이제 막 집권 2기 반년이 지났을 뿐인 오바마 대통령 역시 일찌감치 레임덕에 빠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런 측면에서 본다면 이번 결정은 오바마로서는 별로 잃을 것이 없는 최고의 선택일 수도 있습니다. 의회가 시리아 공격을 승인한다면 정의를 실현하면서 의회의 지지까지 받게 되니 그야말로 일석이조입니다. 또 만약 나중에 무리한 공격이었다는 비판이 나오더라도 그 책임을 의회와 나눌 수 있습니다. 의회가 결의안을 거부하더라도 결과는 마찬가지입니다. 자신은 시리아의 화학무기 사용을 응징하려 했으나 의회의 반대로 어쩔 수 없었다고 하면 그만이니까요.
오바마는 대통령에 당선된 것만으로 이미 노벨평화상을 받았습니다. 절대로 흑인 재선 대통령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을 뒤집고 재선에 성공한 것만으로 이미 미국 역사에 길이 남을 ‘큰 바위 얼굴’이 됐습니다. 인권과 정의, 평화의 아이콘이기도 합니다. 그가 지금 고민하는 것은 무엇을 할 것인가? 가 아니라 후세에 무엇을 남길 것인가 하는 점입니다. 국내 여론의 뒷받침 없는 시리아 공습이 자칫 큰 오점으로 남을 수 도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 그의 마음 속이 복잡할 것입니다. 느닷없이 부담스런 숙제를 떠 안게 된 미 의회의 입장 못지 않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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