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이 총책을 맡아 내란을 음모했다는 의심을 받는 'RO(Revolution Organization·혁명조직)'의 실체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국가정보원과 검찰은 이석기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요구서 등에서 RO를 '지하혁명조직'으로 규정하고 가입식과 강령이 존재하는 체계적 조직으로 봤다.
국정원 등은 RO 조직원들이 필요에 따라 '산악회'라는 다른 이름을 썼다고 보고 체포동의요구서 등에 '일명 산악회'를 적시했다.
공안당국의 한 관계자는 "조직원들이 스스로를 'RO 산악회' 또는 '산악회'라고 지칭한 증거를 확보했다"고 말했다.
반면 이석기 의원을 비롯해 이번 사건에 연루된 인사들은 RO라는 이름을 들어본 적도 없고 국정원이 마음대로 붙인 것이라며 일관되게 부인하고 있다.
양측의 주장이 이처럼 첨예하게 엇갈리는 이유는 조직이 얼마나 구체적이고 체계적인지가 범죄 혐의를 뒷받침하는 요소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현재까지 공개된 녹취록 등의 증거만으로는 지난 5월 'RO 회합' 참가자들 사이에 내란에 대한 '합의'가 이뤄졌다고 보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이들이 국정원의 주장대로 '조직 성원화 절차'라고 불리는 가입식을 거쳐 '대한민국 체제의 전복과 북한식 사회주의체제 건설'이라는 목표와 강령을 이미 공유한 상태라면 무기탈취 등이 언급된 사실만으로도 내란을 함께 꾸몄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국가보안법상 반국가단체 구성죄를 적용한다고 해도 마찬가지로 평범한 당원 모임이 아닌 별도의 체계적 조직이라는 사실이 입증돼야 한다.
'혁명조직'이라는 이름이 내란을 꿈꾸는 조직치고는 아무런 정치적 지향성이 드러나지 않는 보통명사에 가까운 점도 논란을 부추기고 있다.
실제로 'RO'는 'VO(Vangard Organization·전위조직)', 'MO(Mass Organization·대중조직)' 등과 함께 운동권 조직체계의 한 단계를 지칭하는 말로 사용돼 왔다.
이 때문에 이 의원 등은 국정원이 RO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주장한다.
체계적인 조직처럼 보이게 하려고 '반칙'을 했다는 것이다.
공동변호인단의 김칠준 변호사는 "이름을 알 수 없을 땐 '성명불상 단체'라고 해야 한다"며 "이름을 붙이면 행위에 대한 입증이 없어도 단체라는 이름으로 일망타진이 가능하다"고 반발했다.
'산악회' 역시 공안사건에서 처음 나오는 이름은 아니다.
민주노동당 간부들이 연루된 '일심회' 간첩단 사건의 판결문을 보면 대중조직으로서 '전국적 통일산악회(통산)'를 추진하겠다는 계획이 북한에 보고됐다.
이 산악회 역시 실제 등산모임이라기보다는 당내 특정 진영의 주도권을 위한 지원조직의 성격이 강했다.
산악회라는 명칭은 민족해방(NL) 계열 운동세력이 제도권 정치 진입을 목표로 세운 이른바 '군자산의 약속'에서 시작됐다는 설이 있다.
경기동부연합의 상위조직이었던 전국연합은 2001년 9월 충북 괴산군 군자산의 한 수련원에서 정당 건설과 집권을 결의했다.
지난 5월 경기 광주시 곤지암 청소년수련원 등지에서 열린 'RO 회합' 역시 이런 전통을 이어받았다는 것이다.
공안당국의 한 관계자는 "군자산 모임 이후 정치권 진입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상징적으로 산악회라는 명칭을 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RO 산악회' 작명 논란…조직 체계성이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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