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도시에 살다 1년에 한두 차례 선산을 찾는 사람들 입장에서 보면 예초기를 사용하는 벌초가 예삿일이 아니다. 추석을 앞두고 있다고는 해도 산속은 아직 한여름, 온갖 잡풀이 무성해서 한 발작 섣불리 들어서기가 쉽지 않다. 언제 어디에서 말벌이나 땅벌이 공격해 올지도 알 수 없다. 무엇보다 힘든 것은 평소에 사용해보지 않았던 예초기를 사용하는 일이다. 예초기 자체가 사용하기 힘든데다 평소 농사일에 익숙치 않은 사람이 예초기를 사용하다보면 예상치 못한 큰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벌써 주변에서 추석을 앞두고 벌초에 나섰다가 심한 부상을 입었다는 안타까운 소식들이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예초기 날이 부러지거나 돌이 튀어 경미한 상처를 입은 경우는 그나마 다행인 경우이다. 심한 경우에는 눈이 다쳐 실명에 이르는 경우도 늘고 있다.
말벌 피해도 늘고 있다. 지난 주말에만 벌초를 하다 말벌에 쏘여서 3명이 숨지는 사고가 났다. 가을철에 들어서면 벌들의 먹이가 줄어들고 공격성이 강해지면서 벌초객이 말벌의 표적이 되고 있는 것이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지난 3년간 발생한 예초기 사고는 380여 건, 이 중 대부분은 추석을 전후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말벌 등에 의한 벌 쏘임 사고도 8백여 건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 숫자만 놓고 보더라도 심각한 수준이다.
문제는 벌초 사고를 예방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추석을 앞두고 벌초를 하지 않을 수 없고 별다른 대안도 없다보니 조상을 위한 벌초길이 사망과 부상에 이르는 심각한 상황으로 이어지는 게 우리 주변의 현실이다.
방송마다 예초기 사용 요령 등을 알려주지만 1년에 한차례 사용하면서 농촌 일꾼들처럼 숙달되게 사용하는 것도 쉽지 않다. 무성한 수풀 속에서 벌이 어디서 날아올지 예상하는 것도 말처럼 쉽지 않다.
이처럼 벌초가 어려운 일이 되다보니 전국에 흩어져 사는 후손들이 시간 맞춰 벌초에 나서는 것도 갈수록 힘든 일이 돼가고 있다. 자칫하다가는 조상을 위한 일이 가족 간의 갈등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벌초를 대행하는 경우도 최근 들어 많이 늘고 있다. 농촌의 청년회나 농협 등에 벌초를 맡기면 보통 묘지 1기당 6~10만 원 정도에 벌초를 할 수 있다고 한다. 고속도로 차 막히고 기름값 생각하면 조상에 죄송하기는 하지만 현실적인 대안으로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마저 이 눈치 저 눈치 보자면 마음이 편치 않은 게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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