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데스크칼럼] 시리아 사태도 남의 일은 아니다

[데스크칼럼] 시리아 사태도 남의 일은 아니다
지난주 SBS 국제부는 미국의 시리아 공습에 대비하느라 조금 부산했습니다. 미국이 공습은 할 것인가? 한다면 언제 할 것인가? 공습 규모는 어느 정도일 것인가?어떤 무기를 동원할 것인가? 미국의 공습에 대해 시리아는 과연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등등. 그러나 영국 의회가 시리아 공습 결의안을 부결하고 오바마 대통령이 공습 여부를 의회 판단에 맡기겠다고 해서 일단 시리아 문제는 유보된 상태입니다. 초읽기에 들어간 시리아 공습을 두고 국제부장으로서 가장 고민을 한 것은 이와 관련된 뉴스를 어느 정도 크기로 다룰 것인가 하는 것이었습니다.

시리아 뉴스는 현재 가장 뜨거운 국제 뉴스입니다. 지난 2011년 3월 내전이 시작된 이후 외신들은 시리아 관련 기사와 화면을 매일같이 쏟아내고 있습니다. 중계 방송이라도 하는 듯합니다. 시리아 내전은 서방 외신들이 가장 관심을 갖는 '중동+전쟁'이라는 요소를 갖추고 있습니다. 여기에 2년 반 사이 10만 명이 넘는 희생자와 100만 명의 난민이라는 숫자, 이 숫자들을 뒷받침하는 다양한 화면. 뉴스로서의 가치와 뉴스를 만들 수 있는 소스가 다 갖춰진 셈이죠.

그러나 우리에게는 시리아라는 나라는 먼 나라였습니다. 우리 교민들도 거의 없고 우리나라와는 외교 관계도 없는 나라이기도 합니다.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없습니다. 더군다나 시리아 내전은 어느 쪽이 옳은지,어느 쪽이 그른지를 판단하기도 어렵습니다. 정부군과 반군간의 주장이 엇갈리는데다 종파간의 이해관계가 얽히고 설켜있습니다. 여기에 중동국가들은 물론 미국과 러시아를 비롯한 강대국의 입장까지 달라서 시리아 내전은 시간이 갈수록 수렁에 빠져드는 느낌이었습니다.

뉴스를 만드는 입장에서 보면 다루기도 쉽지 않고 제대로 방향을 잡기는 더 어려운 뉴스거리, 그렇다고 무시할 수는 없는 계륵같은 기사였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터진 것이 화학무기 사용이었습니다. 어린이와 여성이 포함된 1천 4백여명이 숨졌습니다. 사망자 숫자도 숫자지만 화학 무기 사용은 미국이 설정해놓은 이른바 레드라인이었습니다. 이 선을 넘으면 응징하겠다고 설정해놓은 금지선이 화학무기 사용이었습니다.

미국 주도의 시리아 공습을 두고 국제사회 의견은 엇갈렸습니다. 무고한 어린이와 여성까지 목표로 한 화학 무기 사용에 대해서는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의견이 있습니다. 이에 비해 한 주권국가에 대한 군사적 제재는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더구나 유엔 안보리의 제재 결의가 러시아와 중국의 반대로 무산된 상황에서 미국이 일방적으로 시리아를 공습하는 것은 또 다른 형태의 침략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국제 뉴스를 다루는 입장에서는 이런 찬반 양론은 남의 일입니다. 시라아 정부의 화학 무기 사용이 확인된다면 이것은 그냥 넘어갈 일이 아니다 싶기도 한데 그렇다고 미국이 유엔 결의도 없이 토마호크 미사일 등을 이용해 시리아를 폭격하는 것이 과연 정당한가에 대해서는 고객를 갸웃하게 됩니다.
그렇지만 여기까지도 시리아는 남의 이야깁니다.

시리아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시리아 문제가 남의 이야기만은 아니라는 뉴스가 전해졌습니다. 한국정부가 미국에게 시리아를 응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이 소식이 다소 뜬금없이 들렸습니다. 아니 왜 한국 정부가 시리아 공습을 주장해? 그런데 외신으로 들어온 소식을 잘 살펴보니 그냥 듣고 넘길 소리가 아니었습니다. 김관진 국방장관이 지난달 28일 척 헤이글 미 국방장관에게 시리아 정부군이 화학무기를 사용했다면 2천 5백톤의 화학무기를 가진 북한이 자신들도 사용해도 된다고 잘못 판단할 수 있다며 시리아 정부에 제재를 가해야 한다고 요구했다는 것입니다. 미국이 시리아에 군사 개입을 하지 않으면 북한 등 화학 무기를 가진 다른 정권에 대해서도 위험한 신호를 줄 수 있다는 것이지요.

화학무기를 매개로 해서 시리아와 북한이 연결되는 것입니다. 우리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남의 나라일이었던 시리아가 우리의 일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지요. 북한이 시리아의 응징을 요구했다는 우리 정부의 입장에 대해 이렇다할 반응을 보이지는 않고 있습니다. 풀릴 기미를 보이던 남북 관계가 시리아 화학무기 응징 건으로 다시 경색 국면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크지는 않아 보이지만 남의 일처럼 보이기만 하던 시리아 문제가 어느 순간 우리들과 무관하지만은 않을 수 있다는 자각은 새삼 국제정치학이 그리 단순하지 않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합니다. 또 요즘 같은 지구촌 사회에서 완전히 남의 일이란 없다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