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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훈훈한 감동을 전해준 뇌성마비 장애인의 품새

관중을 숨죽이게 한 2분간의 연기

[취재파일] 훈훈한 감동을 전해준 뇌성마비 장애인의 품새
지구촌 태권도인들의 축제 세계태권도한마당이 대전에서 열렸습니다. 국기원이 해마다 주최하는 이번 대회는 올해로 21회째를 맞았는데 세계 각국에서 온 태권도 유단자들이 모여 품새와 격파, 태권체조 등 겨루기를 제외한 부문에서 기량을 겨뤘습니다. 세계태권도한마당은 해마다 출전자들의 갖가지 사연이 관심을 모아왔습니다. 올 해도 새로운 스토리를 찾아 취재를 갔습니다.

곤잘레스_500
가장 큰 감동을 선사한 주인공은 올해 24살의 멕시코인 세자르 곤잘레스씨였습니다. 대회가 열린 대전 충무체육관에는 46개 나라에서 온 3,400여명의 출전자들이 뿜어내는 열기와 쩌렁쩌렁한 기합소리로 가득찼습니다. 한창 경기가 진행되던 중 한 남성이 품새를 위해 매트 위에 오르자 순간 정적이 감돌았는데, 그 남성이 바로 곤잘레스씨였습니다. 선천성 뇌성마비 장애를 앓고 있는 곤잘레스씨는 거동조차 불편하지만 그야말로 혼신의 힘을 다해 품새 태백의 동작 하나하나를 끝까지 소화했습니다. 다른 참가자들과 관중들은 숨죽이며 곤잘레스씨의 연기를 지켜보았습니다. 연기가 끝나자 우레와 같은 박수를 보냈습니다. 연기는 짧았지만 임펙트는 강력했습니다. 부축을 받으며 매트에서 내려온 곤잘레스씨에게 취재진들이 몰려 인터뷰를 요청했습니다.

장애 때문에 목소리는 잘 들리지 않았고 답변도 짤막했지만 메시지는 명확했습니다. "8살 때부터 태권도를 배우기 시작하면서 인생을 열심히 사는 법을 배웠고, 뭐 한 가지를 해도 힘차게 하는 법을 배웠습니다." 곤잘레스씨의 '아름다운' 품새는 분위기를 숙연하게 하는 동시에 잔잔한 감동을 선사했습니다.

미군_500
곤잘레스씨 이외에 또 한명의 장애인도 대회를 빛냈습니다. 올해 47살의 미국인 크리스토퍼 블로벨트씨입니다. 미군 출신인 그는 2010년 4월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참전했다 폭격을 받고 한쪽 다리를 잃었습니다. 1년 가까이 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마친 블로벨트씨는 의족을 착용하고 재활을 위해 태권도를 시작했습니다.한국인 이재학 사범의 지도로 태권도를 수련하며 무기력증을 떨쳐내고 제2의 인생을 시작했습니다. 지난달 초단이 된 블로벨트씨는 이번 대회 손날 격파에 출전했습니다. 블로벨트씨는 벽돌 14장을 깨고 우승을 차지해 보는 이들을 더욱 놀라게 했습니다. 그는 앞으로 태권도 사범이 되어 많은 이들에게 포기하지 않는 용기를 복돋아주고 싶다고 밝혔습니다.

두 장애인 말고도 78살 최고령 출전자인 박재옥 사범과 왼쪽 팔목이 없는 장애를 딛고 출전한 고복실 사범이 주먹 격파 부문에 출전해 투지를 불살랐습니다.

태권도 한마당에서 실력은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기합소리는 우렁찼지만 벽돌 10장 가운데 한 장 밖에 깨지 못한 선수, 힘차게 뛰어올랐지만 송판과는 거리가 먼 초등학생들의 발차기.. 그래도 태권도에 대한 진지한 자세와 뜨거운 열정만큼은 한결같았습니다.
국기원_500
이렇게 세계 각국에서 온 출전자들은 대회를 빛냈지만 주최측인 국기원의 갈등은 끝을 모르고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난 6월 갈등과 반목 치유를 내걸고 국기원 이사장에 선출된 홍문종 새누리당 사무총장이 취임 이후에도 국기원은 시끄럽기만 합니다. 최근에는 신규이사와 상근임원을 선출을 놓고 잡음이 일고 있습니다. 홍문종 이사장이 이사회의 의결을 거치지 않고 이사 11명을 선임하고 원장과 행정부원장 직무대행을 임명해 반발이 거셉니다. 홍문종 이사장측에서는 이사 선임 권한을 위임받았다며 절차상 아무 문제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세계태권도한마당 대회장 앞에서는 태권도 시민 단체 회원들이 홍문종 이사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기도 했습니다. 이들은 한 때 '근조 국기원'이라고 써붙인 관을 들고 대회장에 입장하려 해 주위를 긴장시키기도 했는데, 국기원 관계자들의 만류로 입장은 시도하지 않았습니다. 홍문종 이사장도 이런 분위기를 감지했는지 개회식에 참석하지 않았습니다. 해마다 행사 주최자인 국기원 이사장이 개회식에 참석해 대회사를 낭독했는데 올해 대회는 이사장 대신 원장 대행이 낭독했습니다. 출전자들은 뜨거운 열정과 노력으로 대회를 빛냈는데 국기원을 이끌어가는 수뇌부들은 언제까지 진흙탕 싸움을 벌일지 안타깝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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