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은 미리 합격을 내정한 상태에서 면접을 진행한 것으로 드러났는 데, 부정 채용된 사람들을 보면 대구시 현직 공무원이 4명, 관장이 청탁받은 응시자 5명, 과학관 건립 추진단장이 청탁받은 응시자 4명, 미래부 연구관이 청탁받은 3명, 대구시 사무관이 청탁받은 4명, 모두 20명입니다. 현직 공무원들 외에도 공무원과 공공기관 직원,면접관이 아는 사람들의 자녀, 언론인 부인 등입니다. 한 마디로 서로 짜고 너도 들어가고 나도 들어가고, 네 자녀도 넣어주고, 내 자녀도 넣어주고 했다는 것입니다.
이런 일이 과연 대구과학관에서만 일어난 특수한 경우일까요? 이탈리아 출신의 마에스트리피에리 시카고대 교수는 이를 족벌주의(nepotism)로 규정하면서 인간사 어디에나 족벌주의는 존재한다고 주장합니다. 그의 책 '영장류 게임'을 보면 동물계에서도 족벌주의는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일부에서는 족벌주의의 순기능을 지적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nepotism이라는 말 자체가 중세 때 로마 교황들이 자기들의 사생아를 조카(nephew)라고 부른데서 유래한다고 합니다. 요직에 자기 아들들을 앉혔다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공적과 자격을 바탕으로 공직자를 선출한 게 아닌, 규칙을 깬 일이라는 것이죠. 이렇다 보니 족벌주의는 규칙을 깨는 것에서 시작해 사기, 부패, 그밖의 무수한 범죄와 결부된다고 마에스트리피에리 교수는 지적합니다.
이렇게 족벌주의를 통해 들어간 사람들,어떻게 될까요? 이번 대구과학관 경우는 좀 다른 사례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만, 대부분 일반인들의 상식과는 다르게 처리됩니다. 대구과학관 채용 비리에 대해서는 탈락한 응시자들과 시민단체들이 '채용을 원천무효화 하고 재재용에 나서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 문제가 됐던 기상산업진흥원의 예를 들어볼까요? 한 임원이 2011년과 2012년 채용 과정에서 친척과 동창의 자녀 8명에게 특혜를 줘 선발했다는 건데요, 이 사람은 사표를 냈습니다. 그런데 채용된 8명은 별도 징계처분을 받지 않았습니다. 특혜 채용 의혹을 받았지만 정당한 자격요건을 갖춰 그대로 고용을 이어갈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문제는 이들 때문에 다른 응시자들이 분명히 피해를 봤다는 점입니다. 족벌주의의 일종이라고 할 수 있는 특혜 입학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영훈 국제중 입학 문제가 터졌을 때 이재용 삼성 부회장의 아들만 자퇴했을 뿐 학생들에 대한 조치는 없었습니다. 역시 다른 학생들이 피해를 봤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런 사례, 우리나라 뿐만 아닙니다. 위에 소개했던 마에스트리피에리 교수가 바로 피해자이기도 합니다. 함께 박사 과정에 합격한 동료가 족벌주의의 수혜자라는 것을 알고는 이탈리아에서는 장래가 없을 것이라고 판단해 미국으로 떠났다는 것입니다. 이 책에는 극단적인 사례가 소개돼 있습니다. 바리 대학 경제학과에는 한때 마사리라는 성씨의 교수가 8명이나 있었다고 합니다. 당연히 모두 친척들입니다. 마에스트리피에리 교수는 이탈리아 내에서 문제가 됐던 사례들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아들을 정교수로 임용한 사람이 사기죄로 징역 1년을 선고받았는 데, 아들은 그대로 교수직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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