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서방이 고려중인 시리아 군사 개입에 러시아 정부가 반대하고 있지만,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침묵을 지키고 있어 그가 서방의 군사개입에 대해 체념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IHT)은 러시아 정부가 미국과 서방의 시리아 군사개입에 격렬하게 반대한다는 점은 분명하지만 정작 러시아 내 가장 중요한 행위자인 푸틴 대통령은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고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 21일 시리아 정권이 다마스쿠스 인근에서 민간인을 상대로 화학무기를 사용했다는 주장이 제기된 이후 러시아 관리들은 '증거가 없다'며 시리아 내전에 외부 세력이 개입하는데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드미트리 로고진 러시아 부총리는 지난 27일 트위터를 통해 "서방은 이슬람 세계에서 수류탄을 든 원숭이처럼 행동하고 있다"는 글을 올려 서방의 시리아 군사 개입을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이와 달리 시리아 정부군의 화학무기 사용 의혹으로 국제사회의 긴장이 고조된 이후 공개된 푸틴 대통령의 반응은 의외로 차분하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26일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와의 통화에서 "화학 무기 공격이 이뤄졌는지, 또 누가 저지른 일인지 아직 증거가 없다"고 말했다고 영국 총리실이 밝혔다.
28일 크렘린궁은 푸틴 대통령이 이란의 하산 루하니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에서 "화학무기 사용을 근본적으로 용인할 수 없다는데 동의했으며 시리아 위기는 정치·외교적으로 순수한 수단을 써 해결돼야 한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IHT는 침묵에 가까운 푸틴 대통령의 입장 표명은 러시아가 미국과 서방의 시리아 군사개입을 막기 위해 별로 할 일이 없다는 계산이 깔렸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과 서방이 유엔 안보리의 승인 없이 시리아에 군사개입을 하더라도 푸틴 대통령은 잃을 게 거의 없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푸틴 대통령의 의중은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26일 진행한 시리아 사태와 관련 긴급 기자 회견의 내용에서 살펴볼 수 있다.
라브로프 외무장관은 시리아에 대한 서방의 군사 공격이 시작되면 러시아는 어떤 대응을 취한 것인가라는 질문에 "유고슬라비아, 이라크, 리비아 등에서 국제법이 심각하게 유린당했을 때 러시아가 취한 태도에서 결론을 내릴 수 있다"며 "이것(군사 개입)은 나쁘지만 우리는 누구와도 '전쟁'을 치르지는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이는 서방의 시리아 공습에 무리하게 대응하기보다 궁극적으로 푸틴 대통령과 러시아 정부에 이득이 되는 자세를 취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될 수 있다.
러시아 내 세계경제·국제관계 연구소의 게오르기 미르스키 연구원은 "물론 우리는 아사드나 시리아 없이 활동할 수 있다"면서 "이는 우리의 삶과 죽음이 걸려 있는 문제가 아니다"고 말했다.
미르스키 연구원은 "더 큰 원칙은 미국의 압박에 몸을 굽히는 것으로 보여서는 안된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시리아 공습 임박에 침묵하는 푸틴…군사 개입 체념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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