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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끝까지 긴장감을 유지하고 싶은 홍명보 감독

[취재파일] 끝까지 긴장감을 유지하고 싶은 홍명보 감독
영화를 보거나 소설을 읽을 때 중간 부분에서 결말을 미리 알 수 있다면 어떨까요? 당연히 흥미나 몰입도가 확 떨어집니다. 베스트 셀러 소설이나 대박 영화를 보면 끝에 극적인 반전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처음부터 끝까지 독자나 관객의 시선을 끌어당길 수 있는 팽팽한 긴장감, 그것은 작가나 영화 감독들이 가장 추구하는 부분이죠.

오늘(27일) 제3기 축구대표팀 명단을 발표한 홍명보 감독의 표정과 발언에서도 왠지 그런 느낌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홍 감독은 다음달 6일 아이티, 10일 크로아티아와의 평가전을 대비해 25명의 새로운 대표팀 선수를 확정하면서 처음으로 유럽파 선수 7명을 포함 시켰습니다.

지난해 런던올림픽에서 함께 동메달을 일궈냈던 구자철(볼프스부르크)과 지동원(선덜랜드)이 공격수로 발탁됐고, 손흥민(레버쿠젠)과 이청용(볼튼) 김보경(카디프시티)이 미드필더로 뽑혔습니다.

또 수비진에는 박주호(마인츠)와 윤석영(퀸즈파크)이 유럽파로 새롭게 명단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당연히 언론의 관심은 이들 유럽파 선수들에게 몰렸고 특히 최근 독일 레버쿠젠에서 2골을 터트리며 맹활약하고 있는 손흥민 선수에 대한 질문이 쏟아졌습니다.

더구나 손흥민 선수는 그동안 아시안게임팀, 런던 올림픽팀에도 뽑힌 적이 없어서 홍명보 감독과는 첫 인연입니다.

또 지난 2주 동안 홍 감독이 독일로 직접 날아가 손흥민을 비롯한 독일 분데스리가 선수들의 경기를 직접 보고 왔기 때문에 뭔가 재미있는 이야기가 나올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그러나 홍 감독의 답변은 의외로 객관적(?), 아니 냉정했습니다.

손흥민_500


"독일에서 손흥민과 개인적으로 얘기를 나눴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손흥민이 잘하고 있다고 평가해서 그 의견을 존중하고 싶습니다. 그러나 팀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 좋은 기량을 발휘할지는 지켜봐야 될 것 같습니다 "

손흥민이 잘하고 있고, 잘할 것 같지만 아직 확신하지는 않는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반면 같은 유럽파지만 이번에 탈락한 박주영과 기성용에 대해서는 다소 우호적(?)인 답변을 했습니다.

이번에 뽑히지 못했지만 아직도 충분히 가능성이 남아 있다는 메시지였습니다.

기성용은 "기량이 검증된 선수이며 이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시간을 주겠다"고 말했고 박주영은 "지금 부진하다고 비난할 이유는 없으며 답답하지만 여유있게 끝까지 이겨냈으면 좋겠다"며 격려하기도 했습니다.

국내파선수들에 대한 평가도 비슷했습니다.

이번 대표팀 공격진에는 이동국(전북)과 김신욱(울산)이 탈락했지만 조동건(수원)과 이승기(전북), 이근호(상주)가 살아남았습니다.

홍 감독은 "국내 선수들은 유럽에서 활동하는 선수들과 비교할 때 경쟁력이 뒤지지 않는다"며 "본격적인 주전경쟁을 펼칠 것"이라며 국내파 선수들에게 힘을 실어줬습니다.

홍 감독의 이런 발언은 '잘나가는 유럽파 선수는 낮추고 상황이 어려운 유럽파나 국내파 선수는 높여서' 끝까지 팀내에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하려는 의도로 풀이됩니다.

홍 감독은 동아시안컵과 페루와의 평가전에 국내파를 앞세웠지만 사실상 절반의 성공을 거두는데 그쳤습니다.

탄탄한 포백 수비는 합격점을 받았지만 4경기에서 무수한 슈팅에도 불구하고 한골에 그친 부진한 공격력은 아쉬움을 남겼습니다.

홍 감독은 당초 국내파 공격수를 발굴해서 해외파 선수들과 경쟁시키려 했지만 의도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이제 공격자원이 풍부한 해외파가 주전경쟁에서 유리해졌고 골을 뽑지못한 국내파는 사기가 크게 꺽인 상황입니다.

홍 감독도 이런 점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아직 브라질 월드컵까지 시간이 많이 남아있는데 일찌감치 해외파들이 주전이 된 것처럼 보인다면 긴장감이나 활력이 크게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이죠.

조직 내에서 지나친 경쟁과 견제는 불협화음의 원인이 될 수 있지만 적절한 선의의 경쟁은 발전의 원동력이 될 수 있습니다.

산전수전을 다 겪은 홍명보 감독도 베스트 셀러 작가나 영화 명장은 아니지만 어떻게 하면 끝까지 긴장감을 유지해야 하는지 그 방법을 잘 알고 있습니다.

'잘하는 선수는 겸손하게 만들고 부족한 선수는 격려'해서 끝까지 끌고 간다면 팀내 경쟁력을 최고의 수준까지 높일 수 있습니다.

홍명보 연합 500


홍 감독은 기자회견 마지막 부분에서 대표팀에는 해외파와 국내파의 구분이 없다며 다시 한번 원팀(One Team)을 강조했습니다.

"유럽에 있는 선수, 일본에 있는 선수, 중동에 있는 선수, 한국에 있는 선수 모두가 소중합니다. 대표팀 감독으로서 그들은 모두 대한민국 선수로 생각하며 큰 의미를 두지 않습니다."

홍명보호는 다음달 2일 소집돼 평가전 준비에 들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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