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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감염병에도 단체 헌혈… 피가 부족해서?

[취재파일] 감염병에도 단체 헌혈… 피가 부족해서?
지난 5월 인천의 한 고등학교에서 학생 등 210명이 단체로 헌혈을 했다.  앞서 헌혈 2주전 이 학교에서는 법정감염병인 유행성 이하선염, 볼거리 환자가 발생한 상태였다. 학교 보건교사가 이런 사실을 알렸지만 대한적십자사는 잠복기가 지났다며 무시했고 환자가 발생한 학급만 제외하고 헌혈을 강행했다.

헌혈 11일 뒤 다른 반에서 추가 볼거리 환자가 확인됐고 적십자사측은 즉시 혈액 출고를 보류했다. 하지만 감염자의 혈액이 환자 1명에게 이미 수혈용으로 출고된 뒤였다. 그나마 혈액 출고를 막을 수 있었던 것도 해당 학교에서 이를 먼저 알렸기 때문이었다.

추가 발병 가능성이 있었지만 적십자사는 헌혈을 해간 뒤 아무런 사후 확인도 하지 않았다. 학교 보건교사는 "(적십자사가) 처음에 그 문제(추가 환자 발병)에 대해서 크게 생각을 않았다. (추가 환자가 있다고) 그렇게 말씀 드렸더니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얘기를 했다."고 말했다.

이런 일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지난 2011년에도 대전의 한 고등학교에서 똑같은 일이 발생해 감염자의 혈액이 환자 2명에게 수혈됐다. 하지만 대한적십자사측은 볼거리는 혈액감염 가능성이 낮다며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이다.

문제는 말라리아 같은 감염병마저도 헌혈 제한 기간이 혈액 수급 상황에 따라 자의적으로 바뀐다는 점이다. 적십자사의 한 관계자는 "혈액 수급 상황을 고려해서 그 (헌혈) 날짜를 감염병이 발생하고 며칠 뒤부터 (단체 헌혈에) 들어가라 이런 것은 조금 유동적으로 행하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 적십자 "헌혈 제한, 우리도 바라는 바"

또 " 말라리아 같은 경우도 우리가 기본적으로는 군대에서 말라리아 같은 게 발생하면 들어가지 말라 이렇게 되어 있지만. 겨울철이나 방학 때가 되면 혈액이 모자르니까 질병관리본부나 복지부에서 군대에서 말라리아가 발생한 지역도 채혈을 들어가라 이렇게 한시적으로 풀어준다."고 설명했다.

물론 적십자사도 이런 지역에서 헌혈을 받는 게 좋아서 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감염병이 발생한 학교나 군 부대에서는 아예 단체 헌혈을 받지 않는 게 좋지 않겠냐고 묻자 담당자 역시 "그건 저희도 굉장히 바라는 바다."라고 강조했다.

다만 "혈액은 수급 상황이라는 게 있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경우 항상 해마다 혈액이 모자란다. 방송에서도 (헌혈하라고, 혹은 혈액이 부족하다고) 찍어가고 그렇잖나. 혈액 수급 상황이 나쁠 때가 있기 때문에 (감염병 발생지역에) 무조건 들어가지 말라고 (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강조했다.

적십자사의 해명은 일견 타당한 면이 있다. 혈액이 부족한데 무조건 헌혈을 하지 말라고 할 수도 없다. 하지만 환자들이 아무것도 모른 채 감염 위험이 있는 혈액을 수혈 받는 것은 문제다. 적어도 환자 본인이나 보호자들이 이를 알고 선택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

'혈액 공급 상황이 좋지 않아 부득이 하게 감염병 발생지역에서 채혈한 혈액 밖에 제공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 감염병이 피를 통해 전염될 확률은 어느 정도이고 또 위험성은 어느 정도이다.'하는 최소한의 정보는 제공돼야 한다. 환자의 선택권이 보장돼야 한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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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사가 판단"… 고무줄 잣대 논란

또 하나 지적할 부분은 앞서 언급한대로 감염병 발생 지역에서의 단체 헌혈 제한 기준이 명확히 없다는 점이다. 어떤 병이 발생하면 얼마 동안은 단체 헌혈을 제한한다는 기준이 없다는 얘기다. 적십자사는 혈액원에 배치된 의사들이 판단하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반박한다.

적십자사의 관계자는 "질병관리 본부 홈페이지 보면 모든 질병의 잠복기가 나와있다. 의사라는 전문가를 두는 이유는 의과 대학에서 배운 모든 지식을 매뉴얼로 써놓을 수 없기 때문이다. 만약 그런 모든 것을 메뉴얼처럼 만들어 놨다면 의사가 사실은 필요가 없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하지만 앞서 사례로 제시했던 인천의 고등학교에서는 의사 판단에도 불구하고 감염자 혈액이 환자에게 수혈됐다. 또 연이어 추가 환자가 발생하면서 귀중한 혈액이 전량폐기됐다. 물론 의사도 신이 아닌 만큼 100% 정확할 순 없다.

하지만 의사마다 자의적 판단을 하게 되면 어쩔 수 없이 편차가 생기게 되고 실수가 생길 가능성이 그만큼 커지게 된다. 의료 분야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전이다. 안전을 최우선으로 한 기준과 매뉴얼을 만들어 대처하는 것만이 사고를 줄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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