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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미소 찾은 김하늘 "상금왕 타이틀 지금부터 시작이죠"

드라이버 샤프트 바꾸고 우승…슬럼프 털어내

[취재파일] 미소 찾은 김하늘 "상금왕 타이틀 지금부터 시작이죠"
경기도 양평 TPC에서 열린 한국 여자프로골프 MBN 김영주오픈 대회는 '스마일 퀸' 김하늘의 대역전쇼로 막을 내렸습니다.

선두 김세영에 4타나 뒤져 있던 김하늘은 최종라운드에서 무서운 뒷심을 발휘하며 젊은 후배들을 압도했습니다.
전반에만 보기 없이 5개의 버디를 쓸어담더니 후반에도 4타를 더 줄여 합계 23언더파 265타로 '슈퍼루키' 김효주를 2타 차로 따돌리고 정상에 올랐습니다.

23언더파 265타는 지난 2010년 이보미가 KB국민은행 스타투어에서 작성한 KLPGA투어 역대 72홀 최소타  기록인 19언더파 269타를 무려 4타나 경신한 대기록입니다.
특히 마지막 18번 홀 2단 그린에서 긴 오르막 버디 퍼팅을 성공시키며 포효하는 모습에서는 지난 2년 연속 KLPGA 상금왕에 올랐던 승부사의 위용이 느껴졌습니다.

김하늘은 경기를 끝내자마자 아버지 김종현씨(50세)를 끌어안고 어깨를 들썩이며 소리 내어 엉엉 울었습니다.
생애 첫 우승도 아니고  KLPGA 통산 여덟번째 우승인데 이토록 감격에 겨워 목 놓아 우는 데는 사연이 있습니다.

김하늘은 올시즌 전반기 극심한 슬럼프에 빠져 골프를 포기할까 하는 마음을 먹을 정도로 마음 고생이 심했습니다.
전반기 8개 대회에 나가 기권 2번에 컷탈락 3번,톱텐에 오른 적은 단 한 번도 없을 만큼 부진이 심각했었죠.
중계방송 화면에는 '스마일 퀸'이 아니라, 짜증 섞인 김하늘의 얼굴이 자주 비쳤고  성적이 신통치 않다보니 몇 대회에서는 아예 중계 화면에서 사라지기도 했습니다.
주변에서는 "김하늘에게 남자가 생겼다"는 근거 없는 소문까지 나돌았습니다.

갑자기 부진에 빠진 진짜 이유가 뭘까?  기자도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이번 대회 개막을 하루 앞두고 양평 TPC에서 김하늘선수를 만나 직접 얘기를 들어봤습니다.
의외로 너무 단순한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딱 한가지,드라이버 샤프트 때문이예요~"
"샤프트요?"
"네,샤프트요. 전반기에 드라이버 샷이 너무 좌우로 춤을 춰서 골프가 힘들었어요.프로의 샷이 아니었죠.
너무 속상해서 5월에는 대회 중에 엄마 앞에서 펑펑 운 적도 있어요.
처음엔 샤프트가 나에게 안맞는다는 생각은 안하고 그냥 드라이버 '입스(yips)'가 왔구나, 이제 내 골프도 끝났구나 생각했죠. 그런데 옛 스승인 김영수 프로님께 찾아갔더니 단박에 샷 난조의 원인을 지적해 주셨어요. 드라이버 샤프트가 너무 '낭창거린다'고 하시는 거예요. 그래서 샤프트를 지난해 쓰던 딱딱한 것으로 바꿨더니 거짓말처럼 공이 똑바로 가더라구요.
샤프트 하나 바꿨을 뿐인데... 확 달라졌어요."

김하늘은 지난 1월 일본 사가타의 혼마클럽 공장에 가서 자신이 쓰던 드라이버의 샤프트를 
새로 피팅(맞춤)했습니다.

추운 겨울에 피팅을 하다보니 기존에 쓰던 딱딱한 샤프트 (무게 56.5g, S스펙)보다 
부드러운 샤프트(55g,SR스펙)로 변화를 줬습니다.

부드러운 샤프트로 바꾼 뒤 처음엔 드라이버가 아주 잘 맞아 피팅이 잘됐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추운 겨울이 가고 날씨가 풀리면서 일이 꼬이기 시작했습니다.
따뜻한 날씨에 부드러운 샤프트가 낭창거리면서 잘 맞던 드라이버 샷이 들쭉날쭉 제멋대로 날아가며 완전히 망가졌습니다.
옛 스승을 찾아가기 전까지 원인을 몰라 전반기 내내 슬럼프에서 헤어나지 못했습니다.
김영수프로의 조언대로 샤프트를 다시 원래 쓰던 것으로 교체했더니 효과는 만점이었습니다.
지난주 하반기 첫 대회인 넵스 마스터피스 대회에서 달라진  드라이버 샷으로 공동 11위에 오르며 자신감을 되찾았습니다.

"넵스 대회에서 드라이버는 잘 맞았는데 1미터 안팎의 짧은 퍼트를 6개나 놓쳤어요.그것만 다 넣었어도
우승하는 건데...
이번 대회(김영주오픈)는 다를 거예요.퍼트 연습 많이 했으니까 드라이버도 잡았고...이제 다 죽었어~. 요즘 잘 나가는 김효주,전인지 10대들의 패기에 언니의 노련미가 어떤 건지 보여줄 거예요.하하..."

인터뷰를 하는 동안 김하늘의 얼굴엔 자신감과  활력이 넘쳐 흘렀습니다.
그리고 바로 다음 날 대회가 시작되자 김하늘은 보란듯이 첫 날 4언더파 공동 8위로 우승을 향한 힘찬 시동을 걸었습니다.
놀랍게도 드라이버 샷의 페어웨이 안착률과 아이언 샷의 그린 적중률이 모두 100%였습니다.
2라운드에도 4언더파를 치더니 3라운드에서는 퍼트까지 안정되면서 6언더파를 쳤습니다.
마침내 최종라운드에서는 드라이버와 아이언,퍼트 3박자가 원하는대로 맞아떨어지면서 신들린 듯 9언더파를 몰아쳐  4타 차의 열세를 딛고 드라마같은 역전승을 일궈낸 겁니다.
그것도 종전  KLPGA 역대 최소타 신기록을 4타나 경신하면서 말이죠.

결국 그녀의 말대로 됐습니다. 경쟁자들은 김하늘의 위세에 눌려 주저 앉았고 요즘 가장 잘나가는 10대 신인 김효주와 전인지도  언니의 노련미 앞에 굴복했습니다.

김하늘은 우승 후 기자회견에서 전반기 드라이버 샷의 난조가 전화위복이 됐다고 말했습니다.
드라이버 샷이 계속 OB가 났기 때문에 타수를 줄이려고 아이언 샷과 숏게임, 퍼트 연습을  더 열심히 할 수 밖에 없었고 트러블 샷도 몰라보게 좋아졌다는 겁니다.

흔들리던 드라이버 샷까지 잡았으니 김하늘은 이제 무서울 게 없습니다.
내심 3년 연속 상금왕을 노리고 있습니다.

김하늘의 시즌 누적 상금은  1억 3천 8백여만원으로,상금 선두 장하나(3억4천8백여만원)와 격차가 크지만  그녀에겐 '한 방'  믿는 구석이 있습니다.
다음달 5일부터 골든베이 골프장에서 개막하는 한화금융클래식을 정조준하고 있습니다.
김하늘은 우승상금 3억원이 걸린 이 대회에서 상금왕의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각옵니다.

아직 하반기에 남은 대회가 9개나 되니 정말 올시즌 상금왕 판도는 여전히 안갯속입니다.
이른바 춘추전국시대로 특별히 독주하는 선수도 없고, 신구 스타들이 팽팽한 경쟁 구도를 형성하면서 올 해 KLPGA투어는 더욱 흥미로워졌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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