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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이산가족 상봉의 '불편한 진실'

[취재파일] 이산가족 상봉의 '불편한 진실'

  이산가족 상봉이 남북간의 줄다리기 끝에 2010년 10월 이후 3년 만에 재개되게 됐다. 북한은 이산가족 상봉이 금강산관광과 연계돼있다며 금강산관광 재개를 위한 회담이 열리지 않을 경우 이산가족 상봉도 차질을 빚을 수 있음을 암시했지만, 결국은 이산가족 상봉을 먼저 논의하자는 우리측 제의를 받아들였다. 하지만, 북한이 금강산 회담을 조속히 열 것을 주장하고 있고 우리 정부도 이산가족의 추가 상봉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에 이산가족 상봉과 금강산관광 재개가 완전히 별개의 문제로 진행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산가족 상봉, 순수한 ‘인도적 문제’였나

  순수 인도적 문제인 이산가족 상봉을 금강산관광 재개와 연계시키려는 북한. 북한은 정말 피도 눈물도 없는 집단인가? 하지만, 이산가족 상봉이 본격화됐던 2000년대의 상황을 살펴보면 지금 북한의 태도를 탓할 수 만은 없는 측면이 있다. 당시 이산가족 상봉은 남북 간의 인도적 선의로만 진행된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2000년 남북정상회담으로 본격화된 이산가족 상봉은 노무현 정부 말기인 2007년까지 매년 1-2차례씩 진행됐다. 8년 동안 16차례의 상봉을 통해 꿈에도 그리던 가족의 얼굴을 본 사람은 만 6천여명. 2007년 11월 제9차 남북 적십자회담에서는 ‘연간 대면상봉 남북 각각 400명’ ‘분기별 화상상봉 남북 각각 40가족’이라는 합의가 이뤄지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상봉이 남북 간의 인도적 선의에 의해 이뤄진 것으로만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이 시기 우리는 북한에 매년 40-50만톤의 식량을 지원하고 있었던 것이다. 전직 통일부 고위 당국자의 말처럼, 남북관계가 좋았다는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기에도 남북관계를 이루는 뼈대는 이산가족 상봉과 대북 식량지원의 실질적인 교환관계에 있었다.

  경제가 파탄 상태인 북한 입장에서는 남한과의 협상에서 줄 수 있는 카드가 사실상 이산가족 상봉 밖에 없다. 지하자원을 내주더라도 남한이 가서 개발해야 하고 공단을 허용한다 해도 땅을 내주고 노동력을 제공하는 것 이상 할 수 있는 것이 없는 상황에서, 북한이 남한에게 확실하게 선심을 쓸 수 있는 카드는 이산가족 상봉을 허용하는 것 밖에 없는 것이다.

이산가족 상봉 캡쳐
  사실 이산가족 상봉은 북한에게는 부담이다. 남북 간의 경제력 격차가 큰 상황에서 북한의 이산가족들이 남한의 가족들을 만나게 되면 마음이 해이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결국, 북한 입장에서는 일정 부분 정치적 부담을 안고 이산가족 상봉이라는 카드를 남한에게 제시하는 것이다.

  2000년에서 2007년까지의 사례를 보면 우리 정부는 매년 평균 400가족 정도의 이산가족 상봉이 이뤄지는 한편으로 40-50만톤의 대북 식량지원을 실시해왔다. 좀 심하게 말하자면 100가족 당 10만톤 정도의 식량지원이 교환된 셈이다. 이명박 정부 들어 두 번의 이산가족 상봉이 대규모 식량지원 없이 이뤄졌지만, 2000년대의 남북관계에서 보면 이는 아직은 예외적인 상황에 해당한다. 이렇게 본다면, 북한 입장에서 이산가족 상봉 허용의 대가로 남한으로부터 무엇인가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북한에게 이산가족 상봉은 중요한 ‘정치적 카드’

  북한은 이번 이산가족 상봉 논의에서도 상봉의 대가로 무엇을 얻어낼 수 있을까를 고민했을 것이다. 예전처럼 식량 지원을 받아낼 수도 있겠지만, 북한이 이산가족 상봉 제안과 함께 금강산관광 재개를 위한 회담을 제안한 것을 보면 지금 시점에서 북한의 주요 관심사는 금강산관광 재개에 있는 것 같다. 금강산관광 재개는 김정은 제1비서가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마식령스키장 건설과 더불어 마식령-원산-금강산을 잇는 국제적 관광단지 건설 추진에 있어 중요한 사업이기 때문이다.

  북한이 일단 이산가족 상봉을 수용한 것은 우리 정부가 응하겠다고 한 금강산관광 재개를 위한 회담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자신들이 선심성 카드를 먼저 쓴 이상 남한도 상응하는 태도를 보여주기를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본다면, 금강산 회담이 잘 되지 않을 경우 북한이 추가 상봉에 호의적으로 나오리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북한에게 있어 이산가족 상봉은 인도적이라기보다는 훨씬 정치적인 카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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